<대구논단> 베푼다는 것
<대구논단> 베푼다는 것
  • 승인 2009.08.25 09: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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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은규 (대구보건대학 안경광학과 교수)

`찌는 듯 한 삼복더위’의 위용은 온데 간 데 없고 유례없이 시원한 여름이 지나가고 있다. 올해는 긴 장마로 인한 이상저온현상과 일조량 부족으로 벼가 연약하게 자라면서 병해충과 이삭도열병 발생 등으로 벼농사 피해가 우려되고, 백화점과 대형마트에서는 여름 상품 판매가 부진하면서 가을 상품 입고 시기가 당겨졌는가 하면 생선과 과일 등 제철 식품 공급에도 예년과는 많이 달라진 모습을 보이는 등 유통업체 풍경에도 변화가 많다고 한다.

코스모스와 장미가 여름 신천을 장식하는가 하면 일부지역에서는 때 이른 자연산 산송이가 풍작이라 휴일 없는 산림조합의 즐거운 비명도 예전엔 볼 수 없었던 풍경인 듯하다.

최근 극장가에서 대규모 자연재해인 `쓰나미’를 소재로 한 `해운대’라는 영화가 개봉되어 천만 관객몰이를 해오는 동안 대만과 중국, 일본 등의 인근국가에서 실재로 지진과 태풍 등의 자연재해가 발생해 수많은 인명피해와 이재민이 생겨났고 추정 불가능 할 정도의 천문학적 재산손실을 일으키며 아시아 전역을 불안과 공포와 슬픔으로 몰아넣기도 했다.

다행히 우리나라는 직접적인 영향권에서 벗어나 큰 피해를 입지는 않았지만 이런 재난이 단순히 영화 속의 이야기가 아니라 언제 우리에게도 현실이 되어 일어날지 모르는, 남의 나라 일만은 아닌 듯하다.

여름 한철을 지내오는 동안만도 우리 주위엔 생존을 위협받을 정도로 지독한 슬픔과 아픔을 겪고 있는 이들이 많이 생겨났고, 그 만큼 도움의 손길을 필요로 하는 이들 또한 너무나 많다. 그들에게 희망의 씨앗을 뿌리는 일도 우리가 해야 할 가장 값진 일 중의 하나일 것이다.

어느 시인의 `내가 사랑하는 사람’이란 시에 적혀있는 `나는 눈물이 없는 사람을 사랑하지 않는다. 기쁨도 눈물이 없으면 기쁨이 아니다. 사랑도 눈물 없는 사랑이 어디 있는가? 나무 그늘에 앉아 다른 사람의 눈물을 닦아주는 사람의 모습은 그 얼마나 고요한 아름다움인가’라는 구절이 생각난다.

이웃의 슬픔을 위로하고 아픔을 함께 나누는 일은 인간이라면 기본적으로 갖추어야 할 성품이요 슬픔에 빠진 사람의 눈물을 닦아주며, 아픈 상처를 씻어주는 일은 자기 자신의 영혼을 닦아내는 일이기도 하다.

물이 높은 곳에서 낮은 쪽으로 흘러가는 것처럼 많이 가진 쪽에서 모자라는 쪽으로 흘러가는 것이 순조롭겠지만 무엇인가를 베푼다는 것이 물질적으로 꼭 많이 가지고 있어야만 할 수 있는 일은 아니다. 물질을 많이 가지고 있지 않는 대신 나의 소중한 시간을 할애해 주는 것도 커다란 나눔이고 내가 가진 지식이나 기술을 발휘해 주는 것도 베푸는 일이 된다.

따뜻한 말 한 마디, 진심어린 위로도 받는 이에겐 큰 힘이 될 수 있다. 중요한 것은 베풀고 나누는 일에 얼마나 많은 가치를 두고 있으며 베풀고자하는 의지를 얼마나 가지고 있는가 하는 것이다.

내가 세상에 쓰일 곳이 있고 남에게 무언가를 베풀어 줄 수 있다는 건 크나 큰 축복이요 남을 위한 일이기도 하지만 궁극적으로는 더 크게 자신을 위하는 일이기도 하다. 거기엔 직접 경험해 보지 않고서는 도저히 느낄 수 없는 기쁨이 있고 말로 다 표현할 수 없는 행복이 있다.

우리 모두 인생의 어느 때에 이르면 멘토가 필요하다고 한다. 멘토란 우리가 아직 경험하지 못한 것을 먼저 겪고서 우리의 상상력을 키워주고 욕망을 자극하며 우리가 원하는 사람이 되도록 기운을 주는 대부나 대모 같은 존재이다.

누군가를 자기 자식처럼, 제자처럼, 친구처럼 돌봐주는 사람. 때로 내가 꿈꾸었던 이상의 꿈을 이루도록 도와주는 사람. 진정성이 있고, 사랑이 있고, 가슴이 따뜻하고, 세상 보는 눈이 긍정적이고, 인내할 줄 알며 나를 이끌어주는 사람. 이런 멘토가 있는 사람은 행복한 사람이다.

우리 모두 누군가에게 이런 멘토같은 사람이 되어 베풀고 나누는 기쁨과 즐거움을 누리면서 우리의 도움이 필요한 사람들에겐 꿈과 희망을 주고 행복을 함께 나누는 그런 사람이 되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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