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열환자 들이닥치자
마스크부대 급히 달려가
환자 행적부터 파악
일반환자 분류 응급실행에
일부선 불안감 보이기도
◇응급실 출입 고열 환자에 시민들 불안
이날 찾은 경북대병원은 불안감과 긴장감이 공존했다. 오전 10시께 외래병동과 응급실 입구에서부터 일반인들의 출입은 엄격히 통제됐다. 마스크를 착용한 의료인들과 보안요원이 건물로 들어오려는 사람들의 방문 용무를 일일이 확인하고 발열 체크와 문진 검사에 나섰다. 방문객들은 메르스를 차단하기 위한 조치란 것을 알면서도 철저한 통제에 어리둥절해 했다.
오전 10시 50분께. 응급실 들머리쪽에 마련된 선별진료실 인근엔 극도의 긴장감이 감돌았다. 20~30대 의심환자로 보이는 여성이 119 구급차량에 실려 선별진료실을 찾은 것.
구급차량의 문이 열리자 마스크를 낀 의료진들이 급히 달려갔다. “발열과 구토 등 메르스 의심증상을 보여 병원을 찾았다”는 보호자의 말에 의료진들은 “최근 중동이나 감염자 발생 병원을 찾은 적이 있느냐”고 묻는 등 환자의 행적과 감염자 접촉 히스토리를 파악하는 데 분주했다.
다행히 이 여성은 메르스 의심환자가 아니라는 의료진의 판단 아래 11시께 선별진료실이 아닌 응급실로 들어갔다. 지켜보던 내원객 등은 그제야 긴장을 풀었다.
일부선 그러나 불안감을 떨치지 못했다. 한 내원객은 “무증상 확진환자도 있다고 하는데 정밀검사를 거치지 않고 어떻게 응급실에 들여보낼 수 있느냐”며 “응급실 자체가 면역력이 현저히 떨어지는 환자들이 많은 곳이지 않느냐. (응급실 출입이) 섣부른 판단은 아닐까 걱정된다”고 우려했다.
◇긴장감 도는 격리병동
병원 주변은 마스크를 낀 이들이 많아진 점을 제외하고는 평상시와 다름없는 듯 했다. 그러나 최근 포항지역에서 확진환자가 발생했다는 소식을 접한 시민들의 발언에서는 불안감이 묻어났다.
남편 진료차 병원을 찾은 김분선(여·68)씨는 “메르스가 걱정돼 병원에서 제공되는 식사도 먹지 못하고 있다”며 “잘 대비한다고는 하지만 면역력이 약한 남편에게 나쁜 바이러스가 옮지는 않을까 걱정이 이만저만이 아니다”고 했다.
인근에서 식당을 하는 김모(남·50)씨는 “거리를 지나는 행인은 물론 가게를 찾는 손님 대부분이 마스크를 착용하고 온다”며 “주고받는 이야기의 주제도 메르스와 관련된 불안감이 대부분”이라고 했다.
불안감이 병원 건물 밖을 지배했다면 병원 내부는 극도의 긴장감이 감돌았다. 본관 1층을 비롯해 일반 병동의 긴장감은 그나마 덜했으나, 격리병상이 마련된 본관 6층 506서병동 주변은 출입이 엄격히 통제돼 적막감마저 감돌았다. 신분을 밝히고서야 들어간 506서병동은 보건복지부 지침에 따라 병동 전체를 비워둔 상태였다. 이곳에는 6개 병실에 공기 유출을 막는 음압격리병상이 마련돼 있어 메르스 의심 및 확진환자의 격리치료가 가능하다.
이곳에서 만난 한 의료인은 “의심환자 대부분이 최종 음성으로 판정돼 크게 걱정할 필요는 없다”면서도 “만일의 사태에 대비해 출입을 엄격하게 통제하다 보니 일반 환자들이 더 불안해 하는 경향도 있다”고 말했다.
병원 관계자는 “대구의료원 등 다른 병원에서 전원조치된 의심환자는 메르스 때문이 아니라 폐렴 등 다른 질환이 악화, 이송된 뒤 최종적으로 음성 판정을 받은 사례”라며 “전 직원이 지역사회 내 메르스 차단을 위해 힘을 쏟고 있으니 근거 없는 유언비어 유포는 자제하고 평정심을 유지해 달라”고 당부했다.
남승렬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