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팔공시론>지역감정을 극복할 좋은 기회
<팔공시론>지역감정을 극복할 좋은 기회
  • 승인 2009.08.27 16: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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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학로 (논설위원)

국민들의 깊은 애도 속에 김대중 전 대통령의 국장이 치러졌다. 그와 영원한 이별을 나눠야했을 가족들의 슬픔은 어떤 말로도 위로할 수 없을 것 같다. 많은 국민들도 그 가족들과 함께 슬픔을 나누었다. 이것은 그가 한국 현대사에서 차지하는 정치적 비중이 그만큼 컸다는 것을 의미한다.

김대중 전 대통령의 서거를 계기로 이제 `3김시대’ 역시 조용히 마감되고 있다고 한다. 그들은 정치적 계파의 보스였을 뿐만 아니라 특정 지역의 정치적 맹주들이었다. 그들은 각각 충성도가 높은 정치인들로 계파를 구축하였고 경상도, 전라도, 충청도를 세력기반으로 삼았다. 그 구도가 지금 변화하고 있다는 것이다.

`3김시대’의 등장 배경에는 남북의 이념대립과 독재와 민주주의 그리고 깊은 사회계층간의 갈등과 같은 이슈들이 자리하고 있었다. 어느 한 가지도 쉽게 해결될 수 없는 문제였다. 개인이 감당할 수 없는 과제였기에 집단 시위가 중요한 의사 표현 방법이었다. 극단적인 투쟁이 반복되었고 많은 시민들이 희생되었으며 고통을 겪었다. 김영삼, 김대중과 같은 리더들이 항상 그 중심에 있었다.

그들이 특정 지역을 지지기반으로 삼고 있었기에 지역감정이라는 정치 용어가 등장하게 되었다. 지역 간의 대립과 갈등이 나타나는 것은 자연스러운 현상이니 역사적으로 문제 삼을 일은 아니다. 하지만 `3김시대’에는 그것이 정치적으로 확대 재생산되거나 심지어 조작되기도 했기 때문에 지역감정이라고 불렸고 고질적 병폐라고 비판받았다.

김대중 전 대통령의 서거를 계기로 이제는 `3김시대’의 고질병이었던 지역감정이 해소될 것이라고 기대하는 국민들이 많다. 그가 지역감정의 최대의 피해자이자 수혜자였다는 주장 때문이기도 하고 김영삼 전 대통령 측과의 화해 때문에 그렇게 보는 것 같다.

하지만 `3김시대’의 지역감정은 특정 개인이나 특정 지역의 문제가 아니라 우리 현대사의 역사적 산물이었기 때문에 그 지역감정을 한 번에 해소하는 것은 쉽지 않을 것 같다. 그동안 갈등과 대립으로 만들어진 상처와 골이 깊었기 때문이다. 이제는 그 아픔을 치유하면서 새로운 변화를 시도해 가야 할 때가 되었다.

지역감정이 등장하였던 `3김시대’가 마감되어 가는 지금의 상황을 한국 현대사의 역사적 전환기라고 본다면 그 변화는 이미 시작되었다고 할 수 있다. 우리 사회의 지속적인 노력도 있었지만 무엇보다도 지역감정에 입각한 구시대적 정치 이슈가 더 이상 재생산되지 않기 때문이다.

특정 계파에 의한 보스 정치도 불가능하다. 우리는 어떠한 탄압에도 물러서지 않고 자신의 정치적 주장을 관철시키려는 정치가를 더 이상 필요로 하지 않는다. `불의와 타협하지 않는 투사’를 원하는 사회가 아니다. 현대사회는 조화와 타협, 그리고 화해와 안정을 원하는 사회로 변화하고 있기 때문이다.

지역감정이 과거에 비해 허물어져가고 있는 것은 사실이지만 그것이 여전히 우리사회에서 큰 병통으로 남아 있다는 것 또한 현실이다. 그것을 치유할 수 있는 근본적인 대책이 있어야 할 것이다. 더 이상 지역감정이 확대 재생산되지 않도록 확실한 처방을 내려야 할 필요가 있다.

지금 논의되고 있는 행정구조의 개편과 선거구제의 개선 등이 그 대안이 될 수 있을 것이다. 국민들의 삶과 실정에 맞는 행정구역으로 개편하는 것은 바람직하고 서둘러야 한 일이다. 지방 행정 개편과 함께 중앙정부가 장악하고 있는 권력을 지방정부로 내려 보내는 지방자치의 확대 조치가 포함된다면 더 바람직 할 것이다.

선거구제의 개편도 지역감정과 지역이기주의를 자극하는 소선거구제의 개선에서 시작되어야 할 것이다. 우리는 선거 때만 되면 되살아나는 지역감정의 악몽을 기억하고 있다. 지금의 소선거구제도로는 당선을 위해 물불을 가리지 않는 후보들을 끊임없이 나타나게 만들 뿐이다.

행정구역 개편과 함께 선거구제를 개선하여 더 이상 지역감정의 망령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이득을 챙기려는 무리들이 날뛰지 못하게 만들어야 할 것이다. 지역이기주의를 앞세워서 변화의 흐름을 거부하려고 한다고 해도 이제는 아니다 라는 점을 분명히 해 두어야 한다.

물론 기득권을 갖고 있는 국회의원들이나 지방공무원들이 적극 참여해야 가능한 일이다. 민주적 절차에 따라 추진되어야 함은 말할 필요도 없다. 이제는 지역감정이 아니라 지역에 대한 사랑을 바람직한 방향으로 유도할 수 있는 정책적 조치들이 마련되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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