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논단>국장과 국민장은 통합되어야 한다
<대구논단>국장과 국민장은 통합되어야 한다
  • 승인 2009.08.27 16: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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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 대 열 (객원 大記者)

우리나라에서 가장 높은 벼슬은 누가 뭐라고 하던 대통령이다. 삼권이 분리되어 있다고 하지만 국회의장과 대법원장은 국가의 원수 자리에 있는 대통령에 비견되지 않는다. 대통령은 어느 나라를 막론하고 행정부를 대표하는 자리이긴 하지만 나라 전체의 권력이 집중되어 있고, 외교 국방 등 안보까지 책임지는 입장이어서 넘보기 힘든 권력의 핵심이다.

내각책임제를 실시하고 있는 나라에서도 입헌군주제 국가를 제외하고는 대통령에게 내치를 제외한 국방 외교 등 중요한 권한을 인정하고 있는 나라가 대부분이다. 옛날 봉건군주제 하의 임금보다도 더 막강한 권력을 행사할 수 있다는 말을 듣기도 한다. 이런 대통령의 권한 때문이기도 하지만 한 나라의 대통령을 지낸 사람은 쿠데타 대통령을 제외하고는 오랜 세월 정치를 해오면서 국민의 신망을 쌓은 사람들이다.

따라서 그들에게는 국민의 존경과 환호가 항상 따라다닌다. 그들이 임기를 마치고 재야로 돌아간 다음에도 철통같은 경호팀이 평생경호를 해주도록 법으로 명시되어 있다. 막중한 권력을 구사하기 위해서 알아야 했던 국가기밀을 지키기 위해서다. 그들이 세상을 뜨면 가족들의 의사를 물어 장의절차가 진행된다. 가족장을 원하면 그렇게 하도록 배려한다.

전직 대통령으로서 가족장으로 장의를 마친 분은 이승만과 윤보선이다. 이승만은 4.19혁명으로 하야한 다음 하와이로 망명하여 그 곳에서 생을 마쳤다. 시신으로 환국하여 이화장에서 영결식을 치르고 국립묘지로 향하는 운구행렬은 서울 시내를 뒤덮은 인파로 인하여 통행이 제한될 만큼 국장이나 진배없었다. 윤보선은 본인의 유언과 가족들의 희망에 따라 평생 다니던 안국교회에서 발인하고 아산에 있는 선산에 묻혔다.

현직 대통령으로 유명을 달리한 박정희는 역사상 최초의 국장으로 장의절차가 진행되어 국립 현충원으로 모셨으며 최규하는 국민장을 치러 대전 국립 현충원으로 자리 잡았다. 대전으로 내려간 것은 서울 현충원에 있는 국가원수 묘역은 더 이상 자리가 없기 때문이었다. 이번에 김대중의 묘소가 서울 현충원으로 정해진 것은 다른 국가원수 묘소보다도 작아도 좋다는 가족 측의 강력한 요청이 있었기 때문이라고 알려졌다.

노무현은 자살을 택한 유일한 전직 대통령인데 국민장을 거쳐 봉하마을로 유언을 따랐다. 이런 절차와 과정을 지켜보는 국민들의 마음은 별로 편하지 않다. 예로부터 복상을 1년 입느냐, 9개월 입느냐는 등의 왕가의 장의로 인한 예송(禮訟)이 그치지 않았고 이는 노론과 소론 등의 붕당싸움으로 번져 종내에는 사약까지 마셔야 하는 비극이 연출되기도 했다. 김대중의 장의절차도 국장이냐, 국민장이냐 하는 논쟁을 벗어나지 못했다.

일반적이고 정상적인 상식으로는 전직 대통령이기 때문에 당연히 국민장으로 결정되어야 옳다. 지금까지 관례가 그러했고 불과 3개월 전 노무현의 경우 전대미문의 조문정국 속에서도 국민장으로 치르는데 아무 이의를 제기하는 사람이 없었다. 그런데 유독 김대중의 가족들은 국가에 대한 헌신과 공로를 내세워 기어코 국장을 고집했다. 장례를 주관하는 행정안전부가 반대했지만 `최고의 대우’를 지시한 이명박대통령의 뜻을 어길 수 없었다.

우파인사들이 반대성명을 발표하고 서명운동까지 벌렸지만 장례는 짜여진 절차에 따라 엄숙하게 치러졌다. 연도를 메운 시민들은 마지막 가는 길에 눈물을 뿌리며 다시 오지 못할 전직 대통령을 슬픈 마음으로 보내드렸다. 뙤약볕이 내려 쪼이는 숨이 턱턱 막히는 더위 속에서도 시민들의 의식은 또렷했다. 장례는 치러졌지만 전직 대통령을 국장으로 치렀으니 앞으로 돌아가실 전직들에게도 똑같은 예우가 주어져야 하지 않겠느냐 하는 것이었다.

일반 시민들의 얘기이긴 하지만 정곡을 찌른 말이 아닐 수 없다. 다른 나라들은 전 현직을 막론하고 `국가장’으로 한다. 우리나라의 국장이다. 국가를 위해서 큰일을 많이 한 사람이나 대통령이나 수상 등을 역임한 사람이 국가장의 대상 인물이 된다.

가장 합리적인 방법을 택하고 있다고 보인다. 우리나라에서는 전직 대통령이나 국무총리 등을 역임한 사람 중에서 국민장을 행하고, 현직은 국장으로 한다는 잠정적 규정을 뒀는데 이것이 명확하게 규정된 것이 아니어서 이번처럼 애매하게 된 것이다.

지금 시행중인 국장과 국민장에 관한 규정은 이렇게도 할 수 있고, 저렇게 해도 되도록 되어 있어 자칫 국가의 위신만 떨어뜨릴 가능성이 농후하다. 이런 일 때문에 머지않아 곧 닥칠지도 모르는 사태가 발생하면 논쟁과 소송까지도 예상된다. 이를 미연에 방지하여 국민화합에 지장이 없도록 조처를 취하는 게 옳다.

그 방법을 제시하면 국장과 국민장을 통합하여 하나로 만드는 것 밖에 없다. 그 명칭도 모두 `국장’으로 통일하여 유족들이나 일반 국민들의 정서를 충족시키는 게 옳지 않을까. 국민장을 치를만한 인물이면 국장으로 격상된다고 하더라도 모두 박수를 보내지 않겠는가. 과공비례(過恭非禮)라고 하지만 그건 산 사람에게 해당되는 말이다. 사자(死者)에게는 화해와 용서 그리고 정성과 후례(厚禮)가 우리 민족의 전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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