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고개드는 폭주족
다시 고개드는 폭주족
  • 이지영
  • 승인 2009.08.27 22: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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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밤중 출몰에 운전자들 '아찔'...대형사고 우려
지난 22일 새벽 2시 대구시 달구벌대로. 20여대의 오토바이가 무리 지어 달렸다. 속도는 30여km였지만 도로의 모든 신호를 무시했다. 맨 앞에서 일명 ‘짜봉(붉은색 야광 경광봉)’을 든 오토바이의 신호에 따라 움직였다. 오토바이 무리를 따라오던 차량 한 대가 경적을 울리자 20여대의 오토바이가 이 차를 둘러쌓았다.

위협을 느낀 차량 운전자 이모(여·29)씨가 112로 신고 했지만 20여분이 지나도 경찰은 오지 않았다. 뒤늦게 경찰차가 사이렌 소리를 내며 나타나자 그제야 하나둘 오토바이들이 사라졌다.

이씨는 “약속에 늦어서 속도를 내려고 길을 비켜 달라는 의미에서 경적을 울렸더니 갑자기 차를 둘러쌌다”면서 “빨리 달리는 폭주족도 문제지만 무리지어 달리는 오토바이도 위험하긴 마찬가지”라고 말했다.

매일 밤 12시 무렵이면 오토바이 서너 대가 굉음을 내며 달구벌대로와 성서 호림로 사이를 질주하는 소동을 벌이고 있다. 인근 주민들은 한밤중 정적을 깨는 오토바이 소리에 밤잠을 설치기 일쑤다. 참다못한 주민들의 경찰 신고가 쇄도하지만 폭주족들의 굉음은 매일 밤 되풀이되고 있다.

도로의 무법자 ‘폭주족’이 또다시 고개를 들면서 운전자들을 위협하고 있다.

최근 밤 기온이 25도 이하로 떨어지면서 서늘한 바람을 맞고 싶은 폭주족들이 오토바이를 몰고 나오고 있다.

문제는 폭주족들이 늦은 밤과 새벽시간 비교적 차량 통행이 적은 틈을 타 시속 100km가 넘는 속도로 도로를 달리는가하면 무리를 지어 운전해 일반 운전자들을 위협, 자칫 대형 사로로 이어질 수 있다는 것이다.

사실 폭주족에 대한 경찰의 단속도 만만치 않다.

27일 대구지방경찰청에 따르면 광복절을 전후해 달구벌대로와 주요 집결지에서 폭주족 특별단속을 벌인 결과 이달 들어서만 모두 26명을 적발했다.

그러나 경찰 단속에도 불구하고 폭주족들의 기세는 꺾일 기미가 보이지 않고 있다. 오히려 온라인의 카페나 블로그를 중심으로 정보를 공유하는 등 더욱 활발해지는 추세다.

한 경찰관은 “무리하게 폭주족을 추격하지 말라는 게 내부 방침”이라며 “과도하게 단속하려다 보면 폭주족이나 경찰관 모두 위험할 수 있고 사고가 일어날 경우 보상 문제 등 여러 가지 복잡한 일에 휘말린다”고 털어놨다. 게다가 순찰차나 순찰용 오토바이 외에 단속 장비도 마땅히 없는 실정이다.

폭주족들에 대한 관대한 처벌도 문제다. 경찰 단속에 걸렸다 해도 대부분 벌금을 내는 선에서 마무리된다. 특히 미성년자 폭주족들은 기소가 유예 되는 경우가 대다수다.

박용훈 도시교통연구소장은 “경찰이 폭주족 단속을 위한 특별 훈련도 하고 장비도 갖추는 등 전문성을 길러야 한다”며 “야간에 한적한 도로를 폭주족들에게 개방해 그들의 욕구를 분출할 수 있도록 하는 것도 방법”이라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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