흔들리지 않는 네게
다가가는 건
아직 내가 흔들리고 있기 때문이다
눈 감고 있는 네게
다가가는 건
이미 못 볼 것 많이 보았기 때문이다
귀 닫고 있는 네게
다가가는 건
아직 못 다한 말 가슴에 타고 있기 때문이다
침묵하는 네게
다가가는 건
건질 수 있는 용서 알았기 때문이다
먼 발치
목을 빼고 올려다보기엔
너의 짐작 못한 반란 너무 우렁차
내 안에 뿌리는
한가락 잡풀로 서고 싶어
(이하 생략)
▷경남 양산 출생. 부산여중·고 및 이화여자대학교 졸업. 1989년『시문학』을 통해 등단. 한국문인협회 회원. 시집으로「끈끈한 손잡이로 묶어주는 고리는」(1993),「촛농의 두께만큼」(1999) 등이 있다.
시인은 시작 노트에서 `뿌리처럼 깊게 자리한 사람과 사람 사이의 인연과 끊을 수 없고 잊혀질 수 없는 혈연간의 끈끈한 사랑과 고통을 늘 병풍처럼 두르고 살아오고 살다가고 있다’고 했다.
산은 누구에게나 너무나도 초연한 모습을 하고 있기에 비단 시인이 아니더라도 어떤 위협을 느끼기도 한다. 김선진의 `산행’이 보여주는 산은 바로 초월자로서 인간에게 구원의 존재로서 인간의 고뇌를 수용하는 그런 산의 존재를 재인식하게 한다.
이일기 (시인 · 계간 `문학예술’ 발행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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