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논단>주민 피부에 닫는 행정구역 개편돼야
<대구논단>주민 피부에 닫는 행정구역 개편돼야
  • 승인 2009.09.01 15: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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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진복 (지방자치연구소장, 영진전문대 명예교수)

8.15대통령 경축사에서 행정제도 문제점 언질이 있은 후 행정구역개편 논의가 물살을 타고 있다. 근간 한 언론사에서 국회의원 183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전화조사에서 응답자 중 145명(79.2%)이 현행 행정구역을 60~70개 정도로 묶어 광역화하는 행정체계 개편방안을 찬성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행정구역 개편은 지방자치발전과 국민생활에 많은 영향을 줄 수 있는 사안이므로 국민 모두가 관심을 가져야 한다.

정부가 내 놓은 행정구역 개편 방안은 행정계층의 중간단계인 도를 없애고 230개 시· 군· 구를 통합하여 수십 개의 광역단위로 만들자는 것이다. 행정안전부는 시· 군· 구가 자율적으로 인근 시· 군· 구와 통합을 하면 지역개발을 위한 재정지원과 통합지역의 경쟁력을 강화하고 주민생활 여건을 개선해 준다는 등 몇 가지 유화 당근책을 내놓았다.

내용인즉 통합을 확정한 시· 군· 구에 통합 이전 자치단체의 교부세액 수준을 5년간 보장, 통합자치단체 보통교부세액 1년분의 약 60%를 10년 내 분할하여 추가 교부, 특히 시· 군· 구 당 50억 원의 특별교부세를 지원하는 한 편 통합자치단체 추진사업에 대해 국고 보조율 10% 상향조정, 공무원들이 인사 상 불이익을 받지 않도록 통합자치단체에 한시기구나 정원을 10년간 인정해 주기로 했다.

지금 마산· 창원· 진해와 성남· 하남 등 10여 곳의 인접시군 25개가 행정구역개편을 추진하고 있다고 한다. 하지만 이는 시장· 군수간의 의사소통으로 행정구역개편 가능성을 시사한 것으로 해당 지방의회의 의결과정이 남아있어 그 결과추이는 알 수 없다. 행정구역통합을 시· 군· 구가 자율적으로 하도록 맡기고 있는 정부의 소극적 행태가 자칫 잘못하면 지리적· 구조적으로 기형적인 통합 자치단체를 만들지도 모른다는 우려의 말도 나온다.

행정구역 개편 논의에 대해 지역민들은 어떤 생각을 가지고 있을까. 우리의 경우 지역민들은 여론에 밀려 타의적으로 자기의사를 결정하는 경우가 많다. 일반적으로 여론에는 주민들의 순수성이 묻어있지 않고 지역 내 정치집단과 NGO 및 언론에 의해 조작· 좌우되는 경우가 다반사다. 행정구역 통합 역시 주민들의 절대적 생각이 담겨져 있는 결과물로 받아들여지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국가에 따라서 자치단체의 통합은 구역개편, 구조개혁, 합병 등 다양하게 표현되고 있으나 그 목적은 효율적이고 역량 있는 분권화된 자치단체를 만들기 위함에 있다. 자치선진국에서 구역개편은 글로벌시대의 외부환경변화에 대응하기 위한 방안으로 행정개혁과 더불어 중요한 개혁과제로 인식되고 있다.

정치· 행정권에서 논의되고 추진 중인 시· 군· 구 행정구역 개편 계획에 대해 관심이 없거나 부정적 시각을 갖고 있는 시· 군· 구도 상당 수 있다. 그런가 하면 평소 기초의회의 존재가치를 폄하하고 있는 주민들의 입장에서 조명해 보면 어떤 방법으로든 지방행정체제에 변화가 필요하다는 감도 읽을 수 있다.

행정안전부는 통합논의가 진행 중인 25개 시· 군· 구가 모두 통합될 경우 그 효과는 10년간 3조9182억 원이 될 것이라고 추계하고 있다. 어떻게 계산된 자료인지 알 수 없으나 효율성에만 집착하고 있는 느낌이다. 알다시피 지방자치는 민주주의의 뿌리다. 지방자치가 안착되면 주민의 민주성도 높아지고 곁들어 행정의 효율성도 확보할 수 있다.

지방자치체의 규모를 작게 할 때 주민의 대표성이 진작되고 지방자치정신을 살릴 수 있다. 반대로 지자체의 규모가 크면 그 만큼 지방자치행정은 주민과의 근접성이 떨어진다. 그러므로 민주성과 효율성을 동시에 추구할 수 있는 수단을 찾아야 한다. 성남시와 하남시를 통합하면 인구가 100만이 넘어 울산광역시를 초월하게 된다. 인구가 겨우 몇 만도 안 되는 기초자치단체도 숱하게 많다.

크고 작은 시· 군· 구가 공존할 때 온당한 지방자치제가 정착될 수 있겠는가. 정부의 시· 군· 구 통합계획이 기형적이 되지 않으려면 합리적인 통합 가이드라인을 마련하여 모든 기초자치단체가 호응할 수 있게 해야 한다. 통합을 반드시 해야 한다면 설사 시장· 군수· 구청장, 시· 군· 구의회의원이 정치적 의도로 반대하더라도 주민투표 방법으로 대안을 찾을 수도 있다. 시· 군· 구 통합에 대한 정치권과 정부의 진정성이 어디에 있는지가 문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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