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논단>大地에의 適應을 돕는 敎育
<대구논단>大地에의 適應을 돕는 敎育
  • 승인 2009.09.02 15: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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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후섭 (대구광역시교육청 교육과정정책과장)

지난주 한·중·일 어린이 동화 교류 대회에 참가 차 일본 북해도를 다녀왔다. 그곳에도 산이 있었고 강이 있었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사람들이 마을을 이루고 살고 있었다. 남한과 거의 맞먹는 크기의 땅에 사람은 560만밖에 살지 않았다.

그곳에는 당초 아이누 족들이 살고 있었다. 어쩌면 아이누 족 이전에 또 다른 민족이 살고 있었을 지도 모른다. 그러다가 명치유신 이후 무사 계급을 두지 않기로 하고 이들을 북해도로 보내어 개간한 땅을 주기로 하자 북해도는 큰 소용돌이 속으로 빠져들게 되었다. 새로 들어온 무사들과 원주민들 간에 토지를 차지하기 위한 살육이 일어나고 그 결과 아이누 족들은 겨우 명맥만 유지할 정도밖에 남지 않게 되었던 것이다.

아직도 솟아오르고 있는 화산과 오래 전에 만들어진 화산 호수 칼데라가 공존하는 땅에서 1주일간을 보내면서 인간의 역사는 대지(大地)에의 적응의 역사라는 것을 새삼 깨닫게 되었다. 인간의 삶은 대지의 환경과 조건에 맞추어 살아갈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추운 곳에 사는 사람들은 눈이 가늘고 콧구멍의 깊이가 길다고 한다. 차가운 눈바람을 막으려면 눈이 가늘어야 하고, 차가운 공기로부터 몸을 보호하려면 콧구멍이 길어야 공기를 조금이라도 데울 수 있기 때문이다.

더운 지방에 사는 사람들은 상대적으로 눈이 크고 콧구멍도 넓다고 한다. 깊은 밀림 속에서 먹을 것을 찾으려면 눈도 커야하고 냄새도 잘 맡아야 하기 때문이다. 북극 지방에 사는 사람들은 얼음으로 집을 짓고, 열대 지방에 사는 사람들은 나무나 풀로 집을 짓는다. 둘레의 자연에서 가장 구하기 쉽기 때문일 것이다.

사막 지방 사람들은 지붕을 둥글게 하되 높게 하여 실내에 시원한 공기를 많이 저장한다고 한다. 밤에 시원한 공기를 많이 저장하여 낮에 더위를 이겨내는 것이다. 추운 지방의 사람들이 천장을 높게 하여 거기에 데워진 공기를 많이 저장하는 것도 같은 이치이다.

눈이 많은 지방에서는 지붕을 뾰족하게 한다. 눈이 내리면 지붕에 쌓이지 말고 바로 미끌어 지게 하기 위해서이다. 눈이 미끌어 지지 않고 계속 쌓이면 지붕이 성할 수 없는 것이다. 이처럼 사람들은 자연에 적응하며 살아가게 되는 것이다. 아이누 족들도 처음에는 수렵 민족이었으나 차츰 농경문화로 바꿀 수밖에 없었는데 이 역시 대지에의 적응 과정이다.

이번 행사의 주제는 대지였다. 대지는 곧 인간의 삶터였고 동시에 싸움터였다. 대지에 안겨 살아가고 있었지만 동시에 혹독한 대지와의 싸움을 계속하여야만 하였다. 그리하여 마침내 인간은 대지를 구성하는 하나의 요소로 동화되는 것이었다.

우리가 자연을 보호하고 환경을 깨끗이 보존하고자 하는 것도 따지고 보면 우리가 대지의 커다란 질서에 적응하기 위한 하나의 과정이다. 대지는 인간에게 항상 겸손을 요구한다. 이곳에는 지금도 펄펄 끓어오르고 있는 용암 구덩이가 마치 인간을 심판이라도 하듯이 입을 벌리고 노려보고 있다.

나는 이번 행사 동안 물과 전기를 아껴 쓰기 위해 방을 나올 때에는 꼭 전기 스위치를 내렸고, 세수를 할 때에는 수돗물이 적게 나오도록 꼭지를 가늘게 틀었다. 그리고 온천 지대였지만 가급적 수건을 적게 적시기 위해 쓴 것을 걸어놓았다가 이튿날 아침에 다시 쓰기도 하였다.

이웃나라의 자원이라고 해서 함부로 해서는 아니 되는 것이다. 지금은 이웃나라의 고통이 바로 우리의 고통으로 이어지는 시대에 살고 있기 때문이다. 나는 인솔해간 학생들에게도 이 점을 강조하였다.

우리는 모두 세계시민이다. 우리는 교실에서 대지에의 적응은 더욱 큰 도덕을 실천하는 길임을 더욱 철저히 가르쳐야 한다. 그리하여 바로 우리의 교실에서 인류 공영을 선도할 수 있는 세계시민을 길러 내어야 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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