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간>발원 1,2. 요석 그리고 원효...다시 살아난 원효, 다시 깨어난 서라벌
<신간>발원 1,2. 요석 그리고 원효...다시 살아난 원효, 다시 깨어난 서라벌
  • 황인옥
  • 승인 2015.08.19 09: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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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5일 경주문화엑스포공원 문화센터에서 ‘실크로드경주 2015’ 사전 행사의 일환으로 열린 소설 ‘발원’ 출판기념 강연회에서 김선우가 소설에 얽힌 이야기를 하고 있다.
발원1-2
김선우지음/민음사/각1만3천원

“원효와 요석을 통해 완벽한 사랑, 진정한 자유를 이야기하고 싶었어요.”

확신에 차 이야기하기에는 너무 버거운 ‘완벽’. 하지만 김선우는 거침이 없었다. ‘완벽’이라는 말을 거침없이 쏟아냈다. 바로 ‘원효’와 ‘요석’을 통해서다.

지난 15일 경주문화엑스포공원 문화센터에서 ‘실크로드경주 2015’ 사전 행사의 일환으로 열린 소설 ‘발원’ 출판기념 강연회에서 김선우는 확신에 차 있었다. 원효와 요석에 대한 믿음도 그랬고, 세상과 인간을 바라보는 시선 또한 그랬다.

“원효는 신라를 넘어 일본, 장안, 인도에까지 인정을 받은 사람이에요. 최초의 ‘한류스타’였죠. 요석 또한 원효의 세속적인 연인을 넘어 부처와 중생의 보다 높은 차원의 사랑을 했던 주체적인 여인이었다고 확신해요.”

소설 ‘발원’은 원효와 요석의 사랑 그리고 당시 신라의 사회상과 원효의 사상을 균형감 있게 다룬 작품이다. 왕이나 귀족이 주인이 되는 세상이 아니라, 모든 인간이 주인이 되는 불국토를 꿈꾸었던 원효와 요석이 김선우의 손끝에서 ‘부처의 마음’과 ‘사람의 마음’을 함께 지닌 입체적 인물로 생생하게 살아나고 있다.

이 소설은 시인인 김선우가 2000년 첫 시집을 옆구리에 끼고 천년고도 경주를 걸으며 듣게 된 땅 밑의 목소리들에서 모티브를 얻어 탄생한 것이다. 그 목소리들 중에서 가장 강력하게 메아리쳤던 원효를 12년 만에 소설로 길어올린 것. 그렇다면 7세기의 인물 ‘원효’를 21세기에 되살린 그녀의 의도는 무엇이었을까. 작가는 “원효가 추구했던 사랑과 자유야말로 이 시대에 진정으로 필요한 가치이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역사 속에서 원효는 한 사람의 완전한 철학자로 온전히 복원되지 못했어요. ‘파계한 중’이라는 선입견에 매몰되어 있죠. 한국사회의 편협함이 원효를 평가절하하고 있는 배경이라고 봐요. 하지만 갈등과 충돌로 혼란한 지금 우리에게 원효가 추구했던 ‘부처적 사랑’과 ‘자유’야말로 절박하게 필요한 가치들이 아닐까 싶어요..”

김선우가 원효를 통해 구현한 ‘완벽한 사랑과 완전한 자유’는 어떤 것일까. 그녀는 자리이타(自利利他)’를 언급했다. “스스로 수행해서 자기 자신을 이롭게 한 후 다른 사람을 이끌며 함께 가는 것이 자리이타죠. 대개 사람들은 자신에 대한 사랑은 강하면서도 타인에 대한 사랑에는 인색합니다. 하지만 부처에 이르기 위해서는 마지막 단계로 거리로 돌아가 중생을 제도해야 합니다. 원효의 위대함은 자리이타에 있죠. 이 두 가치의 균형을 통해 신라에 자비를 실천했지요.”

이 소설의 부제는 ‘요석 그리고 원효’다. 원효보다 요석을 앞에 놓으며 요석을 재해석했다. 같은 여인으로서 김선우가 요석을 통해 꿈꾸는 여성상은 어떤 빛깔일까.

“원효와 요석의 사랑은 부처로 나아가기 위해 존재와 존재로써 서로 이끌어준 보다 높은 차원이었어요. 제 소설에서 이 둘의 사랑을 주도하는 쪽은 요석이죠. 요석이 원효가 주저할 때마다 적극적으로 손을 내밀지요. 요석은 수동적이고 무기력한 여인이 아닌, 주체적인 능동적인 여인이자 자유인입니다.”

7세기 원효와 요석의 사랑이 이시대의 청년들에게는 어떻게 비쳐질까. 서로의 영적 성장을 견인하는 탈속세적 사랑을 추구하면서도 독립적인 자유를 유지하는 그 둘의 사랑은 가볍고 표피적인 사랑으로 점철된 우리 시대의 청년들에게도 흥미롭게 다가온다.

“지금 청년들은 진실한 사랑이 무엇인지 잘 모르죠. 소유나 경계로부터 자유롭게 상대방을 천상천하 유아독존으로 만들어주는 보다 높은 차원의 사랑은 들어보지도 못했죠. 그 친구들이 이 소설을 읽고 ‘이런 사랑도 있습니까? 저희도 이런 사랑을 해보고 싶어요.’하며 신기하면서 동경을 갖더라고요. 그들에게는 굉장히 신선하게 다가왔고, 그 반응들이 제가 이 소설을 쓴 보람이죠. 소설 속 원효와 요석의 자리이타가 현실에서 확산되는 것이 제가 이 소설에 담은 의미니까요.”

황인옥기자 hio@idaegu.co.kr



※ 김선우는 시집 ‘내 혀가 입 속에 갇혀 있길 거부한다면’, ‘도화 아래 잠들다’ 등 10여 편의 시집을 출간하고, ‘나는 춤이다’ 등의 장편소설과 해설서를 발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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