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간>유럽문화탐사...예술·문학의 혼이 담긴 유럽 문화를 읽다
<신간>유럽문화탐사...예술·문학의 혼이 담긴 유럽 문화를 읽다
  • 곽동훈
  • 승인 2015.09.16 21: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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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석하 지음/안나푸르나/1만9천원
권석하의 유럽문화탐사
세계는 중첩된 역사의 현장이다. 인류의 발자취가 고스란히 스며있다. 풀 한 포기 나무 한 그루조차 사연 없는 존재가 없는데, 하물며 인간의 발자취가 묻어있는 장소들은 역사의 보고임에 틀림없다.

역사야말로 흥미진진하면서도 교훈과 지혜를 얻을 수 있는 가장 깊이 있는 분야다. 그런 까닭에 사람들은 역사적 현장을 여행하고 역사를 중요한 교과 과목으로 선택하는 것이다.

그중에서도 특히 예술과 관련된 역사적 현장들은 영감의 원천이 된다. 예술현장과 예술인이야말로 아름다움을 추구한 선봉대였기 때문이다. 사람들이 여행지 중에서도 필수코스로 박물관과 미술관을 찾는 이유는 여기에 있다.

이 책은 역사와 예술과 여행을 하나로 아우른 보다 광의적인 여행서다. 여행지의 범위를 예술과 관계된 장소로 압축하면서도 단순한 여행지 스케치 이상을 추구한다. 그 여행지에 중첩되어 있는 역사의 핵심을 꿰뚫으며 독자들을 보다 깊이 있는 여행의 세계로 이끈다. 82년 무역상사 주재원으로 영국으로 건너가 현재까지 살고 있는 저자는 유별난 호기심과 열정으로 현지에서 정치, 역사, 문화, 건축 등 다양한 분야를 심도있게 살피며, 영국인들도 따기 힘들다는 예술문화해설사 자격증을 취득했다.

저자는 다방면에서 취득한 해박한 지식을 책에 풀어놓는다. 책이 대문호, 천재미술가, 인류사에 족적을 남긴 음악인과 관련된 장소, 여행의 필수코스인 박물관과 미술관 등 다양한 분야를 전문가 못지않은 깊이로 접근이 가능했던 것도 이 때문이다.

저자는 어린 시절 책 속에서 만났던 인물이나 장소를 어른이 되어 여행하며 보다 복합적으로 바라본다. 노르망디 몽셀미셀에서 빅토르 위고와 골똘히 생각에 잠기다가 레오나르드 다빈치의 무덤이 있는 루아르 계곡을 따라간다. 루앙에서 프랑스의 영웅인 잔 다르크를 기리고, 루앙 대성당에서는 모네의 이야기를 꺼내는 식이다. 하나의 인물이나 장소에서 연관되는 또다른 장소나 인물을 떠올리며 보다 거시적이면서도 통합적인 시각을 제시한다.

이른바 저자의 이 통합적인 상상력은 사물을 보고 그 사물과 대척점에 있는 것, 혹은 그 사물을 해석할 수 있는 다른 무엇을 연결함으로서 독자들의 사유의 외연 확장을 돕는다.

저자가 보다 거시적으로 소개하는 유적지와 인물 중에서 스페인의 대표적 건축가 가우디가 눈에 띈다. 가우디는 자연에는 직선이 없다는 이유로 건축물을 곡선으로 만든 인물이다. 저자는 가우디의 건축물을 살피면서 네덜란드의 추상화가 몬드리안의 작품을 떠올린다. 몬드리안은 자연을 극히 싫어해 초록색을 쓰지 않았다. 경험에 더한 사유가 만들어낸 미학은 이처럼 다른 원칙을 만들어낸다. 저자의 상상력은 ‘이 둘이 만난다면 어땠을까?’라는 의문으로 마감하며 여운을 남긴다.

각각 다른 장에서 등장하지만 ‘거짓말, 아름다운 그러나 진실이 아닌 것이 진정한 예술의 목적이다’라는 오스카 와일드의 문장에서 피카소의 그림을 다시금 연사되는 것을 이 책을 통해 경험할 수 있는 즐거움이다.

외국에서 만난 그리운 고국의 향수도 쏟아낸다. ‘한국관’이 있는 케임브리지 피츠윌리엄 박물관에서 저자는 우리 도자기에 대해 다음과 같이 적고 있다. ‘세계 최고인 고려청자의 자태에 자부심을 느끼며 곰버츠 씨가 평생 수집한 130여점의 작품에 대한 감사와 제아무리 진귀한 문화재도 국민의 애정과 관심이 없다고, 먼 곳으로 시집보낸 딸처럼 수만리 타향에서 외롭고 수줍게 고고한 자태를 뽐내는 우리 도자기를 케임브리지에 방문하는 길이라면 꼭 한번 들러 ‘위로와 격려’를 전하라 권한다.

황인옥기자 hio@idaegu.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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