빈 벌판에는
어둠과 고요함 뿐인데
갑자기 들려오는
다듬이 소리
건너 마을
불빛 보이는 집들 가운데
하나
명주인가 무명베인가
다듬이질 하는지.
시어머니와 갓 시집온 새아기가
사이좋게 하는지.
방망이 부딪치지 않고
한동안 계속된다.
아가 팔 아프지
괜찮아요 어머니.
잠시 쉬다가
또 다시
어둠과 고요함 가르고
이 마을까지
다듬이 소리 건너온다.
▷경남 남해 출생. 경북대학교 대학원 박사과정 수료.『시문학』추천을 통해 등단. 현재 부산대학교 교수.
옛것을 사라지게 하는 것이 현대 문명의 속성이며, 빈 벌판의 어둠과 고요는 우리네 농촌 풍경의 한 전형이기도 하다.
밤녁 어디선가 들리던 그 청아한 다듬이 소리. 이 소리에 묻어나던 우리의 어머니와 누이들 또 갓 시집온 새아씨의 애환이 어두운 밤 고요한 벌판과 마을을 건너 들려오던 그 다듬이 소리는 이제 과거 속에 박제된 유물이 돼가고 있다.
이일기 (시인 · 계간 `문학예술’ 발행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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