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논단> 삶의 원형 탐구와 교육
<대구논단> 삶의 원형 탐구와 교육
  • 승인 2009.09.09 15: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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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후섭 (대구광역시교육청 교육과정정책과장)

어느 나라이든지 그 나라가 가지고 있는 옛이야기 속에는 그 나라의 문화가 그대로 반영되기 마련이다. 옛이야기를 통해 당시의 가치를 짐작할 수 있는 것이다. 우리나라 옛이야기인 `선녀와 나무꾼’을 살펴보면 주인공 나무꾼의 모습이 바로 우리 자신의 모습이라는 것을 발견하게 된다.

나무꾼은 사슴의 신신당부에도 불구하고 `이제는 괜찮겠지’ 하며 선녀에게 날개옷을 내어주고 만다. 끝까지 지킬 것을 지키지 못한 우리들을 나무라고 있다. 아니 끝까지 지킬 것을 지키라는 교훈을 준다. 그러나 우리는 정(情)에 약하여 차마 그렇게 모질 수가 없다.

그 뒤 우여곡절 끝에 하늘나라로 따라 올라가게 된 나무꾼은 그곳에서 꿈같은 시간을 보내지만 지상의 늙은 어머니를 생각해서 다시 내려온다. 이 부분에서 우리는 어머니를 소중히 여기는 우리 고유의 정신을 발견할 수 있다.

땅으로 내려온 아들에게 어머니는 팥죽을 쑤어 준다. 지극한 모성애의 한 모습이 펼쳐지는 것이다. 아들은 그 팥죽을 받아먹다가 말이 놀라는 바람에 땅을 밟게 되고 그리하여 나무꾼은 두 번 다시 하늘나라로 올라갈 수 없게 된다.

나무꾼은 어머니를 모시고 살아가다가 숨을 거두게 되는데 죽어서는 수탁이 되고 만다. 수탁은 지붕 위에 올라가 하늘을 보고 울어대는데 그것은 하늘나라에 있는 아내와 자식을 그리워하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수탁이 우는 모습을 보고 아내와 자식을 연관시키는 우리 조상들의 상상력에 감탄하지 않을 수 없다. 이와 비슷한 이야기는 이웃 일본과 중국에도 있을 뿐만 아니라 유럽에도 같은 이야기가 전해지고 있다고 한다. 모르기는 해도 중남미 지역에도 이러한 이야기가 전해오고 있지 않을까 싶다. 그곳에도 하늘을 나는 말 페가수스 이야기가 전해지고 있지 않은가?

유럽에서는 백조가 호수로 내려와 날개를 벗고 목욕을 하다가 날개를 잃어버리는 것으로 전개되고 있다고 한다. 유명한 차이코프스키의 `백조의 호수’는 바로 러시아에 전해져오고 있는 `나무꾼의 아내’ 이야기를 바탕으로 하고 있다.

일본에서는 `날개옷’이라는 이야기로 널리 알려져 있다. 이야기 전반부는 우리나라 `선녀와 나무꾼’ 이야기와 비슷하나 뒷부분에는 견우와 직녀 이야기로 변하고 만다. 중국에서는 이 이야기 전체가 `견우성과 직녀성’으로 전개된다.

하늘의 직녀가 죄를 지어 지상으로 내려왔다가 소를 치는 청년을 만나 행복하게 살았으나 직녀는 다시 하늘로 불려가게 되어 이별을 하게 된다. 이에 두 사람은 서로를 그리워하게 되는데 칠월칠석에만 까치들의 도움으로 서로 만나게 되고 눈물을 흘리게 된다는 이야기이다.

이 이야기는 여자는 길쌈하고 남자는 소를 몰아 농사를 짓는 당시의 모습을 바탕으로 애틋한 남녀 간의 정을 나타내고 있는데, 지켜야 할 것을 제대로 지키지 못한 데 대한 응보(應報)로써 서로 만나지 못하는 구조로 되어있다.

이 세 이야기는 여러 가지 공통점을 가지고 있지만 그 중의 하나는 하늘에서 무엇인가 지상으로 내려온다는 설정이다. 이는 오래 전부터 인간들에게 형성된 집단 무의식이다. 그리고 하늘에서 내려온 것은 다시 하늘로 올라간다고도 생각하였다.

그리하여 인간도 언젠가는 하늘로 올라간다고 여겼다. 또한 무엇인가 인간의 의지로 지켜야 할 것을 지키면 영광이 보장되는데 그것을 지키지 못하는 인간의 모습이 나타나고 있다. 이것은 교훈인 동시에 극적 장치이기도 하다.

각 나라에 이처럼 같은 줄거리로 된 이야기가 있다는 것은 그 이야기가 그만큼 인간의 원형(原型)을 나타내고 있기 때문이다. 그리고 줄거리나 배경, 등장인물이 조금씩 다른 것은 문화적 차이 때문이다.

그러므로 우리는 학생들에게 인간 원형에 대한 보다 철저한 탐구를 하게 하여 세계시민의 소양을 심어주어야 한다. 인류가 보편적으로 느끼는 진실한 삶을 살게 하는 것이 교육의 가장 큰 목적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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