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늘의 꿈이 발이 되어 내리는
이 가을 조용한 날씨
다소곳이 피어나는 꽃잎 하나
눈을 뜨고,
날 쳐다보는 시선 앞에서
무엇이라 불러 주랴
무어라 이름하랴
네 이름을.
조촐한 꽃 중에서도 그 중 조촐한
보오얀 살결 꽃잎의 하나
눈을 뜨고 쳐다보는 시선 앞에서
무어라 이름하랴
무엇이라 불러주랴.
하늘의 머리카락처럼 가느다랗고 연한
실실이 풀려가듯 풀려가다가
다소곳이 피어난 하나의 꽃잎
눈 뜨고 쳐다보는 저 시선 앞에서
(이하 생략)
▷충남 예산 출생. 공주사범대학 졸업. 1982년『시와 의식』신인상을 통해 등단. 한국시인협회 회원, 대천시인회 회장 및 교육계에 종사.
사람이 꽃을 보고 감상하고 즐기는 것은 별로 이상할 것이 없다. 하나 꽃이 사람을 `쳐다보는 시선 앞에서 / 무어라 이름하랴 / 무엇이라 불러주랴’ 생각해 보는 것은 여간 난감하고 당혹스런 일이 아닐 수 없다.
왜냐하면 `그의 이름을 불러 주기 전에는 / 그는 다만 / 하나의 물상에 지나지 않았다’(김춘수) 고 했듯이 시인은 꽃이 눈을 뜨고 쳐다보는 시선 앞에서 `이름’을 요구받고 있다는 것은 곧 꽃의 존재에 대한 시인의 확인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이일기 (시인 · 계간 `문학예술’ 발행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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