붓쓰기 체험
벼루에 물 붓고 먹 갈고
앞사람에 먹물 튀기도
“처음인데 잘했다” 자찬
한글날을 하루 앞둔 8일 오전 대구 중구 더스타일 게스트하우스 카페에서 외국인들은 자신의 이름을 한글로 쓴 모양을 보고 웃었다. 붓을 쥐고 화선지와 마주한 이들은 사뭇 진지한 눈빛과 표정으로 바뀌었다. 자신의 이름을 한글로 표현한 붓글씨 작품을 만들기 위해서다. 지난 3월 교환학생으로 한국에 온 타쿠마나나(여·21·일본)씨는 “한글은 너무 간단하고 예쁘다. ‘서예’라는 단어가 일본의 ‘쇼도우(書道·しょどう)’와 비슷해 외우기도 쉽다”고 말했다. 중국에서 온 미샤오핑(여·21)씨는 “붓으로 한글을 쓰는 건 처음이다. 너무 기대된다”고 들뜬 마음을 전했다.
이날 진행된 ‘한글 이름 붓쓰기 체험’은 한글날을 맞아 (사)글로벌도시관광마케팅과 북성로문화마을협동조합이 마련했다. 수업에는 게스트하우스에서 묵고 있는 외국인 프랑스·네덜란드 여행객과 미국·중국·일본 유학생 등 6명이 모였다. 붓글씨 문화가 생소한 프랑스, 네덜란드 출신의 외국인들은 자신들의 앞에 놓인 벼루, 서진, 먹물 등을 흥미롭게 바라봤다.
이들은 이 체험을 쓰기(Writing)보단 그리기(Painting)로 이해했다. 어릴 적 입양돼 한국에 가족을 찾으러 온 최옥란(여·50·네덜란드)씨는 “글자를 쓴다는 것보다 붓으로 하니 그림 같은 느낌이 든다. 먹의 향기와 이런 한국 문화가 매우 좋다”고 말했다.
이성빈 글로벌도시관광마케팅 이사는 벼루에 물을 붓고 먹을 가는 과정부터 설명했다. 한 외국인은 먹을 힘껏 갈다 앞자리에 앉은 사람에게 먹을 튀기기도 했다. 이들은 화선지에 자신의 이름을 조심스럽게 써내려가기 시작했다. 글자가 삐뚤삐뚤해지자, 몇 번이나 덧칠하기도 했다.
수업이 끝나자, 이들은 자신의 작품에 후한 점수를 줬다. 최근에 한국 이름을 가진 배희도(29·미국)씨는 “처음 붓으로 한글을 써본 것치곤 잘한 것 같다. 만족한다”고 말했다.
이 이사는 “외국인들에게 한글의 우수성과 아름다움, 서예로 한국 문화를 체험할 기회를 마련했다. 예상보다 반응이 좋아 기쁘다”고 말했다.
김지홍기자 kjh@idaegu.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