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논단>지금, 그리고 여기에
<대구논단>지금, 그리고 여기에
  • 승인 2009.09.13 15: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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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은규 (대구보건대학 안경광학과 교수)

지금 세계는 자연재해와 질병 등으로 몸살을 앓고 있다. 성서에 의하면 태초에 하나님이 세상과 인간을 창조하고 그 살아가는 모습들을 지켜보다가 인간의 도덕성이 땅에 떨어지고 타락이 극에 달하자 세상을 두 차례 심판하였다.

첫 번째는 온 세상에 엄청난 비를 내려 물로써 세상을 심판하였다. 세월이 흐르고 `노아의 방주’를 통해 살아남은 의인의 가족이 번성하여 또 세상을 채우게 되고 그들 중 많은 사람들이 또 죄악을 저지르게 된다. 한 번 심판의 교훈이 있는 인간은 벌 받을 것에 대비해 신에게 도전하게 되는데 아무리 큰 홍수가 내리더라도 피신할 수 있도록 엄청나게 높은 건물을 쌓은 것이 바로 그것이다.

바벨탑이라 불리는 초고층 건물을 짓는 일에 많은 사람들이 동원되었지만 결국 그 건물은 완공되지 못한 채 미완성작으로 남게 된다. 자신에 대한 도전을 괘심하게 생각한 하나님이 공사과정에서 사람들 간의 의사소통이 되지 못하도록 언어에 혼선을 일으킨 것이다. 세상의 언어가 민족마다, 국가마다, 지역마다 다양하게 나누어지기 시작한 것이 바로 그때 이후부터라고 한다.

두 번째 심판은 인간의 예상과는 달리 물이 아닌 불로써 벌하게 된다. 사람들은 모두 불에 타서 죽게 되고 면죄부를 받은 의인 `롯’의 가족 중 하나님의 지시를 어기고 소돔과 고모라성을 돌아보던 롯의 아내는 소금기둥이 되어버리고 만다. 그래서 신자들은 지난 일에 미련을 가지고 있는 사람들을 향해 `롯의 아내를 기억하라’라는 말을 종종 하곤 한다.

그리고 많은 시간이 흘렀다. 그런 일이 있어나서는 안 되겠지만 만일 신께서 인간을 한 번 더 심판한다면 과연 어떤 방법을 이용할 것인가에 대해 다음은 미생물이 아닐까 생각하는 사람도 있다.

그 가능성도 결코 터무니없다고 일축할 수만은 없다. 14세기 유럽을 강타한 흑사병은 인간의 역사에서 결코 필적할 만한 것이 없는 재앙으로 역사에 남아 있다. 항생물질이 보편적으로 사용되기 이전 몇 세기동안에는 항상 질병들이 만연했고, 전염병들이 끊이지 않았다. 보통 사람들의 평균수명은 40세를 넘지 않았고, 유아사망비율은 오늘날보다 훨씬 높았다.

페스트라고도 불리는 흑사병 이전에 발생했던 전염병들은 대개 맹렬하기는 했지만 단기간으로 끝나버리는 것들이었고, 또 상대적으로 좁은 지역에 제한되어서 기승을 부렸다. 그와는 달리 흑사병 창궐의 결과는 참으로 참혹했다. 시칠리와 스웨덴까지 그리고 영국에서 스페인에 이르기까지 유럽 전역에 퍼져있던 흑사병은 2년이 조금 넘는 기간 동안 당시 유럽 인구의 4분의 1이 넘는 2,500만 명가량을 희생시켰던 인류의 대재앙이었던 것이다.

과학과 의술이 고도로 발달해있는 지금도 우리는 세균과 바이러스 등의 병원체로부터 결코 자유롭지 못하다. 최근 확산되고 있는 신종인플루엔자의 위험성도 몇 년 전 사스와 조류독감 못지않은 듯하다.

정부발표에 따르면 지난 5월초 신종플루 감염환자가 발생한 이후 넉 달 만인 현재까지 우리나라에만도 확진환자가 5천명을 넘는 것으로 집계됐다. 4명의 환자가 사망했고 외국에 다녀오지도 않았고, 환자와 접촉도 없이 평소 건강했던 40살 여성이 신종플루에 감염돼 뇌사 상태에 빠지자 정부는 전염병 경보 수준을 현행 `경계’에서 `심각’으로 한 단계 높일 추세다.

태풍이나 집중호우 등이 생겼을 때 가동된 적은 있었지만 특정 질병의 확산을 막기 위해서는 처음으로 대책본부가 구성되었다. 지자체 차원의 축제 및 지역행사가 줄줄이 취소되고 일부 학교는 개학연기와 휴교를 하기도 했다.

일부 병원에서는 감기증세로 병원을 찾은 환자들에게 신종플루에 전혀 효과가 없거나 직접적인 연관성이 없는 독감백신과 폐구균백신을 권유하는가 하면 의료보험이 적용되지 않는 고가의 독감키트를 권유해 상업적이라는 비난도 받고 있다. 아직 어떤 것이 진실인지 예방을 위해 어떤 방법이 효과적인지 알 순 없지만 면역력을 높이는 일이 매우 중요한 듯하다.

김치뿐 아니라 음식을 적당량 골고루 잘 먹고, 스트레스를 줄이고, 적당한 휴식을 취하며 감사하는 마음으로 즐겁게 사는 것이 면역력을 높이는데 도움이 된다고 한다. 대자연 앞에 지극히 나약한 인간이 앞으로 어떤 일을 겪을지 한치 앞도 내다볼 순 없지만 도형으로 치자면 인생은 선이 아닌 점들의 연속이기에 지금, 그리고 여기에 충실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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