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년比 30% 증가..."무분별 확산은 막아야"
경기도 분당에서 자영업을 하는 장모(39)씨는 올 가을 벌초를 대행업체에 맡기기로 결정했다.
장씨는 “휴일이 따로 없는 자영업을 해서인지 명절이 돼도 고향인 군위에 내려가기가 쉽지 않다”며 “지난 한식 때도 부모님 선영을 찾아보지 못했는데 올 추석마저 내려갈 수 없어, 죄송한 마음은 들었지만 이번 벌초는 대행업체에 맡겼다”고 말했다.
경북지역 한 벌초대행 업체는 신청자가 크게 몰리면서 일찌감치 지난달 예약을 마감했다. 이 업체 관계자는 “올해 유난히 벌초 대행 문의와 신청이 크게 늘었다”며 “추석 전 주문량을 소화하려면 6~7명 직원들이 점심시간까지 줄여가며 바쁘게 일해야 할 정도”라고 말했다.
추석을 앞두고 벌초객들의 발걸음이 분주한 가운데 올 가을 유난히 벌초대행업체가 호황이다.
올해는 말벌로 인한 사고가 예년보다 많이 발생하는 데다 추석 연휴가 짧아 귀성을 포기하는 이들이 많기 때문이다.
벌초대행 서비스는 묘역 내 잡초 제거와 주변 청소, 잔디 깎기, 약제 살포, 잡목 베기, 진입로 정비 등으로 다양하다.
벌초 후 관리상태를 점검할 수 있도록 홈페이지를 통해 사진도 제공한다.
신청도 간단해 업체에 전화를 걸어 위치를 알려준 뒤 비용을 입금하는 방식이다.
비용은 1기당 6만원 선. 예초기 1대 평균 대여비가 3만원 정도인 것을 감안하면 비용도 크게 부담되는 편은 아니라는 게 이용자들의 평이다.
18일 대구경북 지역 관련 업계에 따르면 올 가을 벌초대행 예약이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30% 가량 늘었다.
경북 의성 한 업체는 “해마다 수요가 조금씩 느는 추세지만 올해는 추석 전 한 달 간 신청자 수를 비교해볼 때 지난해 대비 30% 이상 증가했다”며 “신청 연령대도 예년엔 30대가 많았는데 올해는 40~50대 신청자도 상당수”라고 말했다.
또 다른 한 업체도 “올해 유난히 말벌로 인한 피해가 많아서인지 벌초 대행 문의와 신청이 예년에 비해 크게 늘고 있다”고 전했다.
실제 대구경북 지역에서는 9월 둘째 휴일인 13일 하루 동안만 30여건의 벌 쏘임, 예초기 사고가 발생했었다.
이처럼 벌초대행서비스가 인기를 얻고 있지만 이를 우려하는 이들도 적지 않다.
돈만 주면 자손 된 기본 도리인 벌초까지 편리하게 할 수 있어 젊은 세대에 무분별하게 확산될 수도 있다는 것.
대구향교 전재운 총무국장은 “타향에 살면서 여건이 안 된다는 이유로 조상의 묘를 돌보지 않는 것보다는 비록 타인의 손을 빌리지만 깨끗이 보살필 수 있다는 점에서 무조건 나쁘다고만은 볼 수 없다”며 “다만 여건이 되는 데도 선영에 대한 도리를 돈으로 해결하겠다는 발상은 경계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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