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간>붉은 꽃 나혜석...소설로 다시 피어난 불꽃같은 그녀의 삶
<신간>붉은 꽃 나혜석...소설로 다시 피어난 불꽃같은 그녀의 삶
  • 남승렬
  • 승인 2015.12.29 18: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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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규웅 지음/책이있는마을/1만3천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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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전 자신의 작업실에서 찍은 모습.

나혜석
‘나혜석’(1896∼1948). 이 이름 석자 앞에서는 헤아릴 수 없을 만큼 많은 수식어가 따라다닌다.

‘우리나라 최초의 여성 서양화가’, ‘최초의 여자 유학생’, ‘시와 소설을 함께 쓴 여성화가’, ‘최초의 여성해방론자’…. 그러나 이와 같은 화려한 찬사들은 ‘불륜녀’라는 한마디로 여지없이 무너진다.

‘붉은 꽃 나혜석’은 평생 자유를 열망했으나 냉혹한 세상에 버려진 불꽃 같은 그녀의 삶을 형상화한 소설이다. 작가 정규웅은 중앙일보 문학기자를 거쳐 논설위원으로 재직했던 지난 2003년 나혜석기념사업회의 요청으로 ‘나혜석 평전 - 내 무덤에 꽃 한송이 꽂아주오’를 펴내기도 했다.

일제강점기라는 불운했던 시대에 자신의 천부적인 재능으로 예술을 꽃피운 나혜석. 그녀는 1930년대 신여성으로 살면서 봉건적 가부장제에 맞서는 일탈과 저항의 신화를 일궜다. 그러나 그 일탈과 저항의 신화는 사회의 냉대 속에 쓸쓸히 행려병자로 마감하는 비극으로 끝났다.

24살에 결혼해 자식 넷을 낳고 평탄하게 예술과 집안 살림을 하던 그녀는 유럽을 여행하던 중 프랑스 파리에서 만난 변절한 독립운동가 최린과 불륜에 빠진 것이 파리 유학생 사회에 알려지면서 걷잡을 수 없는 파멸의 길을 들어서게 된다.

그러나 이 소설은 이같은 나혜석의 굴곡진 운명의 삶을 차분하게 객관화하는 입장을 취했다. 실존 인물과 가상 인물의 두 시점으로 나혜석을 재조명하는 형식이다. 실제로 나혜석을 사랑했던 일본 화가 사토 야타가 소설의 과거 부분을 이끌어간다. 가상 인물로 등장하는 여성 화가 진연희가 오늘의 관점에서 나혜석을 재조명한다.

이 소설에 나타난 나혜석은 ‘남녀 차별의 편견에 맞서 싸우는 여성’이다. 그러나 그녀를 사랑하는 남자의 눈엔 너무 순수해서 무모하고 보호 본능을 불러일으키는 여성일 뿐이다. 그녀는 홀로 죽음을 맞이하면서도 ‘아직 걸을 수 있을 때 걸어갈 거야’라고 중얼거린다.

소설가 오정희는 추천사에서 “오랜만에 제대로 된 여성을 만났다. 22세기쯤에 만났어야 할 여인”이라고 썼다. 결국 이 책은 시대를 앞서간 불꽃 같은 예술혼을 태운 천재 예술가 나혜석의 숨겨진 면모를 조명하고 있다. 가정은 부질없는 것이지만 ‘만약’ 세상이 그녀의 예술가적 재능을 높이 사서 그의 재기에 최소한의 관심을 보였더라면 그녀가 그처럼 쓸쓸한 죽음을 맞이했을까.

남승렬기자 pdnamsy@idaegu.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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