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팔공시론>국무총리 인사청문회에 대한 유감
<팔공시론>국무총리 인사청문회에 대한 유감
  • 승인 2009.09.25 09: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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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학로 (논설위원)

정운찬 국무총리 내정자에 대한 이틀간의 인사청문회가 끝났다. 각 당은 청문회를 마무리하고 각각 입장을 표명하였다. 민주당과 선진당 등 야당들은 그의 총리지명을 반대하며 대통령이 지명을 철회하거나 자진 사퇴하라고 요구하고 있다. 여당인 한나라당은 도덕적 자질이나 업무 수행 능력에 있어서 하자가 없다고 옹호하고 있다.

대통령이 정운찬 전 총장을 국무총리 내정자로 발표할 때부터 이번 인사청문회는 국민의 관심을 불러일으켰다. 내정자가 서울대 총장을 역임하였다는 점과 그가 지난 대선 때 민주당의 대선 후보로 거론될 정도로 개혁적이고 진보적인 인물로 알려져 있었기 때문이다.

그가 국무총리로 발탁된 배경에 다양한 변수가 존재했다는 것을 의미한다. 그가 충청도 출신이라는 점에서도 마찬가지였다. 이번 정운찬 내정자의 발탁과 지난 대통령들의 국무총리 인선 방식에 다른 점이 발견되기도 하여 향후 국무총리의 역할에 변화가 있을 것으로 기대하기도 한다.

국무총리 내정자에 대한 청문회가 시작되기 전부터 도덕성에 대한 의혹이 제기되었다. 내정자의 병역 기피 문제, 탈세와 논문 중복 게재 등에 대한 의혹, 또한 장남의 국적 문제에 이르기까지 가족들과 관련된 각종 의혹이 제기되었다.

민주당, 선진당과 민노당 등 야당 의원들은 이러한 후보자의 도덕적 하자를 놓치지 않고 지적했으며 내정자를 곤혹스럽게 몰아붙였다. 집요한 청문 의원들의 의혹 제기에 대해 내정자가 불편한 심기를 드러낼 정도였다.

의원들의 추궁은 구체적이고 논리적이었다. 열띤 공방이 있으면서도 과거 청문회와 같이 고성이 오가거나 얼굴 붉히는 일은 없었다. 국회 인사청문회가 성숙해 가고 있었다. 향후 인사청문회의 운영 방식이 개선된다면 더 알찬 성과를 거둘 수 있을 것이라는 희망도 발견한 청문회였다. 지금은 각 당의 청문위원들이 불과 10분도 채 안 되는 질의 시간을 할당받아 진행하다보니 질문하는 과정에서 마이크가 꺼지기 일쑤였다.

이슈는 제기되었지만 속 시원한 결말을 이끌어내는데 부족하였던 것은 그 때문이었는지도 모른다. 또 여당과 야당의 입장 차이가 뚜렷한 상황에서 여야가 교대로 질의하다 보니 집중적인 검증이 불가능하였다. 정치적 쟁점이나 도덕성, 자질과 업무 수행 능력 등을 점검하기 위해서는 이슈별로 집중적인 토론이 필요할 것이다.

인사청문회는 내정자의 도덕성과 업무 수행 능력 및 자질에 대한 철저한 검증을 거쳐 적임자인지 아닌지를 판별해 내려는 것이 목적이다. 청문회는 내정자를 낙마시키는 것이 목적이 아니기 때문이다. 그런 점에서 볼 때 이번 청문회가 내정자의 도덕성 검증에 집중되었다는 점은 아쉬운 부분이다. 내정자의 국정에 대한 이해와 비전을 통해 그의 자질과 능력을 검증하는 과정이 소홀하게 다루어졌기 때문이다.

능력은 있지만 도덕성에 치명적인 하자가 있는 인물을 국무총리 자리에 앉게 할 수는 없다.
하지만 도덕적인 하자가 있는 사람을 걸러내려고 하다가 무능한 사람을 총리 자리에 앉도록 만든다면 그것은 더 큰 문제이다. 대통령을 보좌하는 역할이 국무총리의 주 임무라고 할 때 그것은 총리가 국정 전반에 대한 업무를 장악하고 있고 통솔력을 발휘하고 있을 때 가능한 것이다.

정운찬 내정자는 어떠한가? 국무총리로써 국정에 대한 명확한 비전을 갖고 있는 인물인가? 그것을 판단하려할 때 이번 청문회로는 부족했다. 그의 국정 수행 능력에 대한 검증이 충분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세종시의 미래에 대한 문제나 4대강 정비 사업, 친 서민 정책과 대기업과 관련된 각종 금융 재정 정책 등 굵직굵직한 국정 과제에 대한 그의 입장은 무엇인지 제대로 들어보지 못하였다. 이번 청문회 과정에서 세종시 건설과 4대강 사업 추진에 대한 의혹을 추궁하였지만 각오를 듣는 수준에 그쳤다.

내정자가 대통령에게 할 말하는 국무총리가 되겠다는 대답을 이끌어낸 것과 용산 참사에 대한 관심을 촉구한 것은 성과라고 할 수 있다. 그 또한 지켜봐야 할 터이지만. 우리 국민들은 여전히 혼란스럽다.

많은 의원들의 노력에도 불구하고 국민들이 정운찬 총리 내정자가 적임자인지 아닌지 판단할 근거를 찾아내지 못했기 때문이다. 야당 의원들에 의해 그의 도덕적 자질에 대한 의혹은 제기되었지만 그것이 결정적인 것이 될까 의문이다. 하자가 없다고 넘어갈 수도 없고 부적격자라고 단정하기도 어렵다. 그의 능력과 비전에 대한 궁금증은 여전히 남아있어 아쉬움이 남는 청문회였다. 이제 정치적 결단만 남은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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