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논단>베껴 쓰는 것도 중요하지만
<대구논단>베껴 쓰는 것도 중요하지만
  • 승인 2009.10.07 15: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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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후섭(아동문학가 · 교육학박사)

추석 연휴에 고향에서 나눈 이야기로 공통적인 것은 사람에 대한 안부일 것이다. “누구는 왜 안 보이는가?” “그 친구는 요즘 무엇을 하고 있는가?” 이에 대한 대답은 대개 다음과 같이 압축된다.
“그 친구는 사람은 좋은데 잘 안 풀리는 것 같아.”

“그 친구는 어릴 때나 지금이나 독한 데가 있어.” “그 친구는 사람이 좋더니 결국 성공하네.”
여기에서 결론은 집안 대대는 물론 직접 적선을 하고 남에게 인정을 베푼 사람은 대개 다른 사람으로부터 존경을 받는다는 점이다.

어떤 직장에서 한 직원이 아침 일찍 와서 정성들여 불경을 베껴 쓰는 것을 보고 둘레 사람들이 그 사람에 대해 새로운 인식을 가지게 되었다는 이야기를 들은 적 있다. 그런데 문제는 업무 시작 전에 불경을 베껴 쓰면서 마음을 다잡는 것까지는 좋은데 평소 생활은 그렇지 못하다는 점이다.

동료들에게 업무적으로나 개인적으로 도무지 베풀지 않는다는 것이다. 그리하여 불경을 베껴 쓰는 것 또한 또 다른 이기심의 발로로 치부되고 만다는 점이다. 일찍이 불교에서는 재산 없이도 남에게 베풀 수 있는 `무재칠시(無財七施)’의 지혜를 가르치고 이를 적극 실천하도록 가르친 바 있다.

무재칠시로 처음 꼽는 것은 신시(身施)로서 남의 힘든 일을 도와주는 것이다. 자신의 몸을 희생하여 남에게 봉사하는 것을 가장 큰 보시로 여겼다. 남의 일이지만 도움이 필요하면 적극 나서야 한다는 가르침이다. 둘째는 심시(心施)로서 남에게 따뜻한 마음을 베푸는 것이다. 상대방의 입장을 이해해주고 공감을 표하는 일을 모든 보시의 기본으로 여겼다.

셋째는 안시(眼施)인데 이것은 상대방을 볼 때에 평온한 느낌을 받을 수 있도록 보아야 한다는 것이다. 눈은 마음의 창이라고 하였다. 눈을 치켜뜨거나 흘겨 떠서 상대방으로 하여금 불안을 느끼게 해서는 안 되며, 또한 멸시당하거나 무시당하는 느낌이 들게 해서도 아니 된다는 것이다.

넷째는 안시(顔施)인데 온화한 얼굴 표정을 통하여 남에게 도움을 주는 것을 말한다. 상대방에게 부담을 주지 않고 무엇이나 의논할 수 있는 표정을 보여주는 보시이므로 이를 화안시(和顔施)라고도 한다.

다섯째는 언시(言施)로서 남에게 따뜻하게 말해주는 것이다. 친절하고 믿음이 가는 말 한 마디는 어려움에 처한 사람에게 큰 보시가 된다. 말은 또한 그 사람의 인품을 나타내기 때문에 스스로를 위해서도 가려 써야 한다.

여섯째는 좌시(座施)로서 상대방에게 자리를 찾아 주거나 양보하고 또한 편안하게 해주는 것을 말한다. 상대방의 자리를 바르게 찾아주고 모시는 것은 겸손한 인간관계의 기본이 되므로 이를 상좌시(上座施)라고도 한다.

일곱째는 방시(房施)로서 먼 길을 떠나 고달픈 사람에게 자기의 방을 이용하게 하거나 집에 와서 쉬게 하는 것을 말한다. 요즘은 대개 공공 숙소를 이용하지만 교통이 발달하지 못한 옛날에는 방을 구하는 일이 매우 요긴한 일 중의 하나였다.

이 일곱 가지 보시는 아무리 시대가 변하여도 여전히 유효한 보시로서 인간의 기본적인 태도를 말해주고 있다. 이것을 제대로 실천하는 일은 불경을 골백번 베껴 쓰는 것보다 더 중요한 것이다.
랄프 에머슨은 <성공의 85%는 인간관계에서>라는 자신의 책 서문에 다음과 같이 썼다.

“자주 많이 웃고, 현명한 이에게 존경을 받으며 아이들에게 사랑을 받는 것, 친구의 배반을 참아낼 줄 알며 아름다움을 식별할 줄 아는 눈을 기르는 것, 건강한 아이를 낳든 한 뙈기의 밭을 가꾸든 또는 사회 환경을 개선하든 이 세상을 자기가 태어나기 전보다 조금이라도 더 살기 좋은 곳으로 만들어 놓고 떠나가는 것, 자신이 한때 이곳에 살았으므로 해서 단 한 사람의 인생이라도 행복해지는 것! 이것이 진정한 성공이다.”

과분한 욕심이 아닐는지 모르겠지만 읽을수록 고개를 끄덕이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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