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논단> 베티 데이비스와 눈
<대구논단> 베티 데이비스와 눈
  • 승인 2009.10.11 15: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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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은규 (대구보건대 안경광학과 교수)

눈은 인간의 뇌와 외계를 연결해주는 창문 역할을 한다. 그래서 우리는 눈을 `마음의 창’, 또는 `영혼을 비추는 거울’이라고 표현하기도 한다. 그것은 사물을 보는 것이 단순히 눈 자체만의 기능이 아니라, 궁극적으로는 뇌가 인식하고 느끼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우리에게 눈이란 단순히 `본다’라는 의미를 넘어서 `우리의 마음과 정신을 밖으로 비추어 주며 영혼과 세상을 이어주는 매개체’라 여겨진다. 3중 장애인이었던 헬렌 켈러에게는 한 가지 소원이 있었는데 그것은 단 사흘만이라도 앞을 보는 것이었다.

그녀가 만일 사흘만이라도 앞을 볼 수 있게 된다면 첫째 날에는 사랑하는 사람의 모습이 영원히 잊혀지지 않도록 가슴속에 새기고, 오후의 서늘한 숲과 아름답게 지는 저녁놀을 바라보며 감사기도를 드리고 싶다고 했고, 둘째 날에는 동이 트자마자 일어나 밤이 낮으로 바뀌는 것을 바라보고 장엄한 햇빛이 잠든 대지를 깨우는 광경을 경건하게 느끼면서 세상을 바라보고 싶다고 했으며, 마지막 셋째 날에는 열심히 일하며 살아가는 사람들을 만나 그들의 노력하는 모습을 바라보며 행복을 느끼고 싶다고 했다.

눈은 사물을 보는 기능 이외에도 어떤 사람이 가진 의지나 마음을 보여주는 기능이 있고 외모를 더욱 돋보이게 하는 미적 기능도 가지고 있다. 그래서 예쁘게 보이기 위해 요즘은 유명 연예인뿐 아니라 일반인들도 남녀노소 할 것 없이 쌍꺼풀수술을 받고 싶어 한다. 지금은 고인이 되었지만 우리나라 전직 대통령도 재임시절 쌍꺼풀 수술을 해 화제가 되었던 적이 있었다. 그것도 사이좋게 부부동반으로….

많고 많은 신체부위 중에서 우리가 가장 쉽게 매료당하는 것이 바로 아름다운 눈이다. 눈이 예쁜 사람하면 유명 연예인들을 떠 올릴 수도 있고 어떤 사람들은 자신의 연인이나 친구를 떠 올리기도 할 것이다. 그러나 그들의 눈이 아무리 아름답다 할지라도 그들의 눈이 노래로 만들어지지는 않았을 것이다.

그런데 과거에 정말로 노래로 만들어질 정도로 아름다움을 칭송받는 눈이 있었다. 지금은 역사 속으로 사라진 베티 데이비스라는 외국 유명 여배우의 눈이 바로 그것이다. 베티 데이비스는 아카데미 여우주연상을 두 번씩이나 수상하고, 후보에만도 여덟 번이나 거명된 실력파 연기자인데, 연기도 연기지만 무엇보다 아름답고 매력적인 눈으로 유명하다.

금방이라도 눈물이 뚝뚝 떨어질 것 같이 그윽하면서도 조금은 퇴폐미까지 느껴지는 커다란 베티 데이비스의 눈에는 우수와 나른함이 동시에 교차하는 고혹스러움이 담겨져 있었다. 그 눈이 얼마나 아름답고 매혹적이었으면 킴 칸스라는 가수가 `베티 데이비스의 눈(Bette Davis Eyes)` 이라는 노래를 만들어서 부르기까지 했을까?

언젠가 우리나라 전자제품 회사에서 파격적인 디자인으로 설계한 미래형 TV를 선보인 적이 있었는데, 그 특징이 방송을 시청하는 기본적인 용도에서 벗어나 보다 풍부한 감성과 이미지를 전달하는 것이었다. 하나의 TV를 하나의 예술작품처럼 만들어 그것을 집안에 설치해 놓으면 멋있는 그림을 걸어놓은 것과 같은 효과를 노리는 제품이었던 것이다.

그 중에는 놓인 위치에 따라 우주의 별처럼 디자인 된 제품도 있었고, 이집트 구조물을 본뜬 제품도 있었다. 또 그 중에는 사람의 눈을 소재로 하여 감각적으로 디자인 된 것이 있었는데, 그 제품의 이름이 바로 `베티 데이비스 아이’이었다.

눈 하면 떠오르는 대표적인 인물을 제품명으로 사용한 것이었다. 더구나 베티 데이비스의 눈은 주제가까지 있기 때문에 올드팝 애호가들에게는 매우 인상적으로 남았을 것이다. 그런데 눈은 있지만 눈망울이 없었기 때문일까? 국내 굴지의 그 유명 회사는 곧 위기를 맞았고, `베티 데이비스의 눈’은 아직까지 출시되었다는 소식이 들리지 않고 있다.

아름다운 눈을 가지고 태어난 것은 축복이다. 그러나 그것보다 더욱 중요한 것은 그것으로 세상과 사물을 올바르고 아름답게 바라보는 것이다. 아이 어른 가릴 것 없이 여성을 성적 쾌락의 대상으로만 바라본다면 그 눈은 애초부터 만들어지지 말았어야 했다. 최근 아동을 대상으로 한 성 범죄가 너무 많이 일어나고 있어 특히 딸자식을 둔 부모를 분노케 한다.

신은 왜 그런 사람에게까지도 눈을 만들어줘 남의 인생까지 망치는 자비를 베풀었는지 원망스럽기까지 하다. 베티 데이비스처럼 아름다운 눈을 가지진 못했더라도 아름다운 마음을 가지고 제발 세상을 똑바로 바라보며 살았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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