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바 출신 극장 대표…지역 문화나눔 ‘든든한 후원자’
알바 출신 극장 대표…지역 문화나눔 ‘든든한 후원자’
  • 김정석
  • 승인 2016.05.12 14: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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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원 임헌정 대표

자동차 극장 아르바이트하며

성실하게 터 닦아 자수성가

“받은 만큼 베푸는 것이 당연”

주민단체에 상영관 무료 대관

군장병·독거노인 관람 행사

저소득 이웃 생활비 후원 등

수년간 소리없는 선행 ‘눈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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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4월 14일 ㈜지원 임헌정 대표와 직원들이 사회복지법인 천광원 입소 청소년들에게 신발 한 켤레씩을 선물하고 무료 영화관람의 시간도 보낼 수 있도록 했다. ㈜지원 제공

지역 주민단체가 주최하는 행사라면 으레 작은 공간을 떠올리게 된다.

대학 강의실이나 어두운 소극장, 공공기관이 저렴하게 빌려주는 강의실, 작은도서관, 카페 등이 주민단체들이 여는 행사의 주무대다.

결국은 비용 문제다. 초청 강사를 넓은 대강당에 모시고 싶어도, 직접 꾸민 공연을 시설좋은 예술회관에 올리고 싶어도 언제나 비용이 가장 큰 걸림돌이다.

하지만 대구여성영화제는 운 좋게도 ‘든든한 후원자’를 만나 좋은 무대를 얻을 수 있었다. 이 후원자 덕에 대구여성영화제는 지난 2013년부터 매년 행사 때마다 전체 일정을 멀티플렉스 극장에서 치르고 있다.

대구여성영화제의 후원자로 나선 이는 바로 임헌정 ㈜지원 대표. ㈜지원은 대구지역을 무대로 한 영화상영업체로, 현재 롯데시네마 프리미엄 칠곡관, CGV 대구칠곡점, 대구 북구 씨네스카이 등을 운영 중이다.

임 대표는 지난 2013년 롯데시네마 프리미엄 칠곡관이 설립 수순을 밟고 있던 시점, 대구여성영화제를 위해 대관을 요청하러 온 대구 북구여성회에 선뜻 무료로 상영관을 내주기로 결정했다.

사흘간의 상영관 대관은 최소 수백만원에서 최대 1천만원 이상까지 들어간다. 쉽게 내릴 수만은 없는 결정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임 대표는 “이야기를 들어보니 다들 열정이 대단하셨고, 이윤을 추구하는 일도 아닌 것 같아 지역 사회에 보탬이 되는 일이라 생각하고 무료 대관을 결정했다”고 예삿일처럼 이야기했다.

만으로 아직 서른넷이라는 젊은 나이에 누구나 알 만한 극장을 운영하고 있는 이력도 이력이지만, 지역 사회에 보탬이 되는 일에도 관심이 많은 임 대표.

CGV 대구칠곡점 한 쪽에 마련된 그의 사무실에서 이야기를 나누면서 그에 대한 궁금증을 조금씩 풀어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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젊은 나이에 3곳의 극장을 운영하고 있는 임헌정(34) 대표를 두고 혹자는 ‘금수저’일 것이라는 색안경을 끼고 보지만, 그는 극장 알바 출신의 ‘자수성가형 사업가’다.
◇조용하지만 열정적으로…‘나눔의 달인’

처음으로 마주한 임헌정 대표는 말쑥한 정장 차림이었지만 언론과의 만남이 익숙지는 않은 듯했다.

그도 그럴 것이 임 대표는 지역 나눔 활동이나 기부를 여러 차례 한 업체 대표 치고 언론 기사에 이름이 오르내린 일이 거의 없다.

결국 하나부터 열까지 대화를 통해 궁금증을 풀어야만 했다. 대구여성영화제 후원을 비롯해 어떠한 지역 나눔 활동들을 하고 있는지, 무슨 이유로 나눔 활동들을 이어가고 있는지, 어떤 길을 거쳐 이 자리까지 오게 됐는지, 앞으로 목표는 무엇인지…. 질문거리는 산더미였다.

지역을 위해 하고 있는 나눔 활동엔 어떤 것들이 있느냐는 질문에 임 대표는 손가락을 하나씩 접으며 수를 헤아리기 시작했다.

“대구여성영화제 상영관 무료 대관도 있고, 저를 포함한 정규·비정규 직원들이 급여 1~2%씩을 기부해서 북구지역 저소득 아동 10명에게 생활비를 후원하는 것도 있어요. 지난해는 롯데시네마 프리미엄 칠곡관 개관 2주년 행사로 선린종합사회복지관을 통해 지역 저소득 아동과 독거노인에게 쌀 100포와 라면 100박스를 전해주기도 했죠.”

또 50사단 장병들이나 지역 경찰서 의경들을 정기적으로 초청하는 무료관람 행사, 지역 저소득가정 아동이나 독거노인들을 한 달에 2번씩 초청하는 무료관람 행사, 대구 북구 보육원인 천광원 입소 청소년들에게 운동화 한 켤레씩을 선물하는 행사 등등 다양한 활동들이 임 대표에게서 쏟아져 나왔다.

임 대표는 나눔 활동에 앞서 직원들과 모여 앉아 적당한 기부처를 찾기 위해 회의를 갖기도 한다.

최근에는 선린복지재단과 함께 사랑의 밥차 배식 봉사활동을 하기로 다음 계획을 잡고, 직원 한 명이 ‘사전답사’차 배식 봉사를 하고 돌아오기도 했다.

이토록 다양한 나눔 활동들을 펼치고 있지만, 임 대표와 그의 직원들의 활동상이 언론에 보도된 일은 좀처럼 찾기 어렵다.

“회사가 지역민들의 도움으로 운영되고 있다 보니 지역에 환원을 해야 한다는 생각이 강합니다. 고맙게도 직원들 또한 나눔 활동에 적극적으로 동참해주고 있고요. 하지만 우리가 어떤 일을 했다고 자랑하며 다니고 싶은 마음은 없어서 조용히 나눔 활동을 이어가고 있어요.”

또 지난 어버이날에는 직원들을 위한 특별한 이벤트도 진행됐다.

임 대표와 각 부문장들이 전 직원들 부모님께 쓴 친필 편지와 정성스럽게 준비한 과일 바구니를 들고 ‘택배기사’를 자청, 직원들 집을 일일이 방문해 선물을 전달하는 행사를 연 것이다. 이와 함께 그간 바쁘다는 핑계로 부모님에게 소원했던 직원들에겐 부모님과 함께 찍은 인증샷을 가져오라는 미션을 부여했다.

임 대표는 “서비스업에서 늘 스트레스와 컴플레인을 달고 사는 직원들에게 회사만큼은 늘 직원의 편에 서야 한다고 생각한다”며 “직원들이 다니고 싶은 회사를 만드는 것이 경영진이 해야 할 첫 번째”라고 자신의 페이스북에 썼다.

◇“금수저요? ‘극장 알바’ 출신이죠”

그가 나눔 활동에 매진하고 있는 이유는 한 가지 더 있다. 어릴 적 그리 부유하지 않았던 생활 형편이 임 대표에게 가슴아픈 기억으로 새겨져 있기 때문이다. 자신이 어려웠던 시절 알게 모르게 받았던 주변의 도움들이, 이제는 그가 주변을 돕고 사는 이유가 돼 돌아왔다.

혹자는 젊은 임 대표가 이룩한 일들만을 보고 시쳇말로 ‘금수저’ 물고 태어난 것 아니냐는 시선을 보내기도 한다. 세 곳의 극장을 갖고 있는 주식회사 대표가 되기엔 너무 어린 나이라는 것도 이러한 선입견에 한몫했다.

하지만 세간의 예상과 달리 임 대표는 ‘극장 알바’에서 ‘극장 대표’가 된 경우다. ‘금수저’는커녕 ‘흙수저’에 가깝다.

“고향이 대구입니다. 하지만 워낙 이사를 많이 다니다 보니 어느 동네 출신이라고 말하긴 어려워요. 가난했던 집안의 외동 아들로 태어나 고등학교 시절 육성회비 5만원을 못 내 교무실로 뻔질나게 드나들었던 기억이 납니다. 대학 올라갈 때도 학교 선배나 지인들의 도움으로 입학할 수 있었어요. 고등학교 성적은 상위권이어서 장학금을 받을 수 있어 다행이었죠.”

대학에서 컴퓨터공학을 전공했던 임 대표는 대구 북구 씨네스카이 자동차극장에서 아르바이트를 했다. 그게 인생의 전환점이 될 것이라곤 스스로도 예상하지 못했다.

자동차극장을 운영하고 있던 사장이 결혼과 함께 서울로 가야하는 일이 생기면서, 자동차극장을 급히 처분해야 했는데 임 대표가 이를 인수하게 됐다.

당시 25살이었던 임 대표가 수중에 갖고 있던 돈은 고작 70만원. 가진 것 없는 청춘이었지만 매달 얼마씩을 갚아나가는 좋은 조건으로 자동차극장을 인수해 본격적인 경영자의 길로 접어들었다.

임 대표는 극장 운영에 수완을 보이면서 착실하게 길을 걸어갔다.

5년 뒤에는 대구경북 지역을 무대로 한 영화배급사를 운영하게 됐고 이를 통해 진정한 ‘영화사업가’로 거듭나게 됐다. 영화배급사는 각 멀티플렉스 극장에 배급사와 계약을 맺은 영화를 유통하는 일을 한다.

2013년 9월에는 비로소 대구 북구 구암동에 롯데시네마 프리미엄 칠곡관 문을 열었다.

임 대표는 “대구지역에서 가장 시설이 좋을 것”이라고 자부심을 내비쳤다. 실제 롯데시네마 프리미엄 칠곡관의 리클라이너 의자는 시민들 사이에서 편하기로 소문이 자자하다.

이어 지난해 8월에는 북구 동천동 세븐밸리 내 CGV 대구칠곡점을 인수해 사업을 확장했다.

이렇게 그는 씨네스카이 자동차극장, 롯데시네마 프리미엄 칠곡관, CGV 대구칠곡점 등 극장 세 곳과 영화배급사를 운영하고 있는 ‘자수성가형 기업가’로 입지를 다져나가고 있다.

◇무계획적 나눔이 앞으로의 계획

‘앞으로의 사업 계획’을 묻는 질문에 임 대표는 “멀티플렉스 극장을 확장해 나갈 계획이고 지금도 착실히 진행 중”이라며 자신의 구상을 내비쳤다.

반면 ‘앞으로의 나눔 활동 계획’에 대한 질문에는 한참을 고민했다.

결국 그가 내놓은 답은 “지금까지도 구체적 계획이 없었고, 앞으로도 계획을 세워 나눔 활동을 할 것 같지는 않다”는 것이었다.

2013년 대구 북구여성회가 찾아와 대구여성영화제 대관을 요청했을 때도 그랬고, 지역 저소득 가정 어린이들과 독거노인들에게 무료 관람 행사를 선물할 때도 그랬다.

“소외계층을 만나 도움의 손길을 건넬 때는 ‘그냥 그래야 한다’는 생각을 해요. 함께 살아가는 세상이라는 생각이 강해서일까요. 어려운 이웃과는 서로 돕고 나누며 살아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저 또한 지역민들과 이웃들에게 도움을 받고 살고 있으니까요.”

김정석기자 kjs@idaegu.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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