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의 유혹, 그 거부할 수 없는 힘
사랑의 유혹, 그 거부할 수 없는 힘
  • 남승렬
  • 승인 2016.06.15 14:06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신간>유혹의 학교
/news/photo/first/201606/img_200132_1.jpg"이서희/news/photo/first/201606/img_200132_1.jpg"

우리는 왜 연애를 하는가? 세상에 단 한 사람으로 당신 앞에 우뚝 서고 싶은 바람 때문이 아닌가.

사랑의 유혹은 상대와 나를 유일무이한 대상으로 놓지 않을 경우 이루어지기 어렵다. 노골적인 계약이나 사전 동의를 거치지 않은 이상 우리는 유혹에서 특별함을 예견하려 하고 유혹은 거짓말을 수반한다.

유한한 삶 속에서 당신과의 영원을 꿈꾸고, 수십억 인구 중 당신만이 유일하다고 말한다. 유혹은 매력의 자유경쟁시장을 감히 속이는 시도, 당신의 거짓말을 믿고 함께 속삭이는 일, 추락과 상처라는 위험을 감수하고서라도 기꺼이 저 매혹의 다리를 건너는 일이다.

만약 누군가에게 몸을 느끼기도 전에 사랑한다고 말했다면 그건 다 거짓이었다.

나는 구체적인 몸을 알기 전에 사랑을 느낀 적이 없었다.

내 앞에서 도드라지는 욕망의 형태에 전율했고 그것을 감싸 안는 촉감으로 구분했고 절정에 오를 때 변화하는 표정을 복기하고 또 복기하는 과정에서 사랑에 빠졌다. 그의 탄식들이 모이고 모여 사랑의 중력을 형성했고 내 몸의 떨림과 무너짐으로 사랑을 지탱했다.

내가 그에게 온 마음을 다하게 된 건 그가 내 안에 들어올 때의 느낌이 무엇보다 특별했기 때문이었다. 절정의 순간 그가 지었던 표정이 한숨이 나올 만큼 아름다워서였다. 게다가 나를 욕망할 때의 시선이란.

욕망 역시 단련된다. 욕망하고 유혹하고 비로소 가까워지는 희열을 배우면서 나의 욕망 또한 구체적이고 정확해진다.

소통과 배려의 여정 속에서 두 사람 사이에 명확했던 경계가 유혹의 서사에 의해 새로운 영토로 재편되었음을 깨닫는 순간이 찾아온다.

경계는 있되 움직이는 것임을, 때로는 겹치고 넘나드는 것임을, 유혹의 지도는 끊임없이 다시 읽히고 쓰이고 있음을. 지도를 다시 쓰기 위해 우리는 오래전부터 정확하게 유혹받고 싶었음을.

남녀 간의 우정이란 약간의 불안정한 상태가 존재의 매력인 경우도 있다. 사랑도 유지하기 위해 노력이 필요하듯 우정도 그에 마땅한 노력이 필요하다. 남녀 간의 우정을 사랑에 못 미치는 단계로 폄하할 이유는 없다.

우정이든 사랑이든, 관계란 끊임없는 협상이 필요하고 그래야 건강하다.

정념의 순간이 지난 이후에도 여전히 친구로 남을 수 있느냐고? 섹스 이후 연인이 될 수 있는지도 물어야 하는 세상에서 왜 친구가 될 가능성에는 더 까다로워야 하는가? 지나간 정념 이후 찾아오는 평온함을 누리지 않고 외면할 이유는 없다. 한때 유혹의 찰나가 오갔던 사이에서도 마찬가지다. 유혹이 거절당했다고 해서 당신이 매력 없는 존재는 아니다. 다만 상대의 거절을 받아들일 만큼의 여유가 필요할 뿐이다.

사랑의 유혹은, 어쩌면 나를, 너를, 환희보다 더 큰 고통 속으로 깨워 넣는 일일 수도 있다.

그러나 이 긴 삶의 여행 속, 때로는 진부한 순간들로 흩어진 여정 속에 함께할 탑승자를 맞이하는 일이기도 하다.

나와 당신의 삶에 증인이 되고 서로의 목격자가 되는 것이다. 기꺼이 누군가를 내 옆자리에 앉히고 현재를 달려가는 일이다.

남승렬기자 pdnamsy@idaegu.co.kr

이서희/한겨레/1만3천원

  • 대구광역시 동구 동부로94(신천 3동 283-8)
  • 대표전화 : 053-424-0004
  • 팩스 : 053-426-6644
  • 제호 : 대구신문
  • 등록번호 : 대구 가 00003호 (일간)
  • 등록일 : 1996-09-06
  • 인터넷신문등록번호: 대구, 아00442
  • 발행·편집인 : 김상섭
  • 청소년보호책임자 : 배수경
  • 대구신문 모든 콘텐츠(영상,기사, 사진)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은바, 무단 전재와 복사, 배포 등을 금합니다.
  • Copyright © 2024 대구신문. All rights reserved. mail to micbae@idaegu.co.kr
ND소프트
많이 본 기사
영상뉴스
SNS에서도 대구신문의
뉴스를 받아보세요
최신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