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료복합단지를 잡아라.’
올 상반기로 예정된 정부의 첨단의료복합단지 입지 선정이 다가오면서 지방자치단체들의 유치 경쟁이 뜨겁게 달아오르고 있다. 2017년 완공 예정인 첨단의료복합단지는 100만㎡(30여만 평) 규모에 세계적 수준의 미래신약과 의료기기를 개발하기 위한 프로젝트다.
이곳에는 시설 및 운영비 1조8천억원을 포함, 모두 5조6천억원이 투입될 예정이다. 유치효과는 부가가치 82조원, 고용 32만명에 달할 것으로 예측되고 있다. 이에 따라 각 지방자치단체들은 우수 의료 연구개발기관 집적 및 연계 등 첨복단지 선정 기준의 주요 항목에서 우위를 점하기 위해 발 빠르게 움직이고 있다.
입지선정을 두고 지자체간 워낙 과열 양상이다 보니 일부에서는 지역 간 갈등으로 이어지지 않을까 우려하는 목소리가 터져 나올 정도. 첨단의료복합단지 유치에 발 벗고 나선 지자체는 대구·경북, 부산·울산·경남, 광주·전남 등 연합체를 비롯해 인천, 대전, 충북, 경기, 강원, 제주 등 9곳이다.
지역 '유치위원회 발대식' 갖고 본격 활동에 들어가
대부분 의료인프라, 전국 상위권 포함돼 우위 선점
◆대구·경북 유치 가능할까
대구·경북은 지난달 정계, 의료계, 학계, 경제계 등 지역 주요인사 100여 명이 참석한 가운데 ‘대구·경북 첨단의료복합단지 유치위원회 발대식‘을 갖고 유치경쟁에 본격 뛰어들었다.
김범일 대구시장과 김관용 경북지사는 발대식에서 “대구·경북은 포스텍을 중심으로 한 연구기관 및 연구인력이 우수한 점, 의과대학이 밀집해 있고 임상시험기관 및 한방 인프라가 잘 갖춰져 있다는 장점과 함께 용지 확보가 쉽고 다양한 인센티브를 제공할 것”이라고 말했다.
시와 도는 지난해 3월 첨단의료복합단지의 공동유치에 합의하고, 이어 9월 19일에는 대구·경북 의료산업육성 자문단을 발족했다.
또 지난 12일 지역 각급 병원장 등으로 구성된 대구의료협의회를 출범하고, 일본 첫 의료복합산업단지인 고베시와 MOU(양해각서)를 체결키로 하는 등 첨단의료복합단지 유치를 위해 다양한 활동을 전개하고 있다.
김 시장은 “올해 꼭 해야 할 일 중 하나가 첨단의료복합단지를 유치하는 것”이라고 할 정도로 강한 의지를 보이고 있다.
대구·경북은 전국 최고의 한방인프라를 보유하고 있다는 점을 장점으로 꼽고 있다. 지역에는 350년 전통의 약령시를 비롯해 대구경북한방산업진흥원, 약용작물종자보급센터, 한방산업지원센터 등이 있다.
특히 지역에는 경북대, 영남대, 계명대 등 대학병원이 4곳으로 부산과 함께 전국에서 가장 많을 뿐 아니라 일반병원 2위, 종합병원 병상수 3위, 인구 1천명당 의료인력 3위 등 대부분의 의료인프라가 전국 상위권에 있어 우위를 점하고 있다는 평가다.
대구에 전국에서 처음으로 양·한방협진 연구진료센터가 들어서는 것도 장점이다. 양·한방협진에 대한 체계적 연구와 치료모델 개발을 위한 타당성 조사 및 기본계획 용역비와 실시설계비 10억원이 올해 예산에 반영돼 탄력을 받고 있다.
시는 1단계 사업으로 사업비 390억원(국비 270억원, 지방비 60억원, 민자 60억원)을 투입해 2013년까지 양한방진료치료모델 개발, 통합의학기반 치료제 개발, 첨단통합의료 진흥사업, 통합의료인력 양성 사업 등을 추진키로 했다.
하지만 정부의 ‘5+2’ 광역경제권 선도사업’에서 대구경북은 ‘IT융복합 및 그린에너지 분야’가 지정돼 의약바이오산업과 의료융합산업이 각각 지정된 충청권과 강원권에 밀려 첨단의료복합단지 유치에 차질을 빚지 않을까하는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협력체제 구축으로 유치전 ‘돌입’
대구·경북에 이어 연합전선을 구축한 부산·울산·경남도 첨단의료복합유치에 강한 자신감을 보이고 있다. 3개 시·도는 양산을 예정지로 정하고 20일 양산시청 대회의실에서 지역 주요 인사 150여명이 참석한 가운데 유치위원회 출범식을 가졌다.
유치위는 3명의 시·도지사와 국회의원, 각계 대표 등 유력인사 100인으로 구성됐으며 부산대 김인세, 울산대 김도연, 인제대 이경호 총장과 양산시 오근섭 시장이 공동위원장을 맡아 국회 및 정부부처 등을 대상으로 유치활동을 벌인다.
부산시 관계자는 “동남권은 풍부한 고급 의료인력·의료기관을 바탕으로 수준 높은 임상기술 도시인 부산과 국내 최고의 유기합성 기술 기반을 바탕으로 언제든지 첨단 신약 개발에 돌입할 수 있는 국내 굴지의 기업들이 포진하고 있다”면서 “지역 잠재력을 바탕으로 동남권 유치의 당위성을 전국에 확산시켜 나가겠다”고 밝혔다.
광주와 전남의 움직임도 빨라졌다. 광주와 전남은 지난 16일 전남도청에서 열린 이명박 대통령에 대한 업무보고 자리에서 첨단의료복합단지를 건의사항에 포함시키는 등 적극적인 행보를 보이고 있다.
양 도시는 지난해 9월 공동유치위원회를 출범시킨 뒤 지난해 12월 공동유치 실무협의회를 통해 광주 북구 첨단과학산업단지 일원을 부지로 선정했다.
◆나홀로 ‘경쟁’
대전은 대덕특구 및 의료기술 분야에 연간 1천억원 이상 투자하고 있고 지난 30년간 기반시설을 닦아왔던 만큼 첨단의료복합단지 조성에 최적지라고 주장하고 있다.
대전의 가장 큰 장점은 생명연과 화학연, 기초과학지원연 등 10여개 의료관련 출연구소가 밀집해 있는 대덕특구라는데 이견이 없다.
IT와 NT 등 관련 출연연에 의한 융복합기술 등이 강점으로 꼽히며 신약개발지원센터의 경우 상당부문의 예산을 절감할 수 있다는 분석이다.
최근 단백질 분야에서 세계적인 기술을 보유한 미국 IBS의 자회사인 라이오팁 코리아가 대덕특구에 6천만달러를 투자해 연구개발(R&D)센터 및 생산시설을 가동키로 한 것도 호재.
여기에다 첨단의료복합단지와 연계한 ‘한국 뇌 연구원’이 유치될 경우 타 지역에 비해 우위를 점할 것으로 점쳐진다.
대전시는 지난 14일 KAIST, 서울아산병원, 한국생명공학연구원, 한국표준과학연구원, SK주식회사 등 6개 기관과 함께 ‘(가칭) 한국 뇌 연구원 대덕특구 유치를 위한 MOU’를 체결했다.
대전시 관계자는 “다른 지역은 의료단지 조성에 3조원을 투자해야 하지만 대전은 9천억원이면 가능하다”며 “접근성이 뛰어난 점도 장점이다”고 말했다.
대전과 함께 ‘한국 뇌 연구원’ 유치전에 뛰어든 인천은 지금까지 준비해온 첨단의료복합단지 유치 추진 과정을 재점검하고 최적의 제안서 작성을 위한 막바지 세부일정 재조정에 들어갔다.
인천은 10여 개의 바이오메디컬분야 공공 및 민간 연구소가 운영중이며 국내외 다수 의료연구기관과의 투자협약이 체결된 점이 유리하다.
또 인천국제공항 등 교통여건이 우수하고 수도권의 이점을 살려 국내외 인력유치 및 투자유치 여건이 우수하다는 분석이다. 인천은 바다를 매립해 송도에 단지를 만든다는 구상 아래 맞춤형 신약개발과 첨단 뇌과학, 동서통합의학으로 특화할 계획이다.
지난해 유치위원회를 출범시켜 100만명 서명운동을 펼친 충북은 정부의 첨단의료단지 조성 발표와 함께 이 사업을 ‘우리 것’으로 규정하고 각계각층이 동참하는 유치위원회를 구성해 오송 첨단의료단지 유치에 열을 올리고 있다.
오송에 조성 중인 생명과학단지 330만㎡(100만평)와 연계해 부가가치를 높인다는 복안이다. 충북은 식품의약품안전청 등 6대 보건의료 국책기관과 50여개 제약·바이오 업체 등이 입주할 오송단지와 첨단의료단지의 조성 목적이 일맥상통한다는 것을 가장 큰 자랑으로 꼽고 있다.
정부의 5+2 광역경제권에서 바이오를 충청권 중점 육성분야에 포함한 것도 충북으로서는 유리한 대목이다.
충북도 관계자는 “정치적인 이해관계가 아닌 경제적인 논리로 입지가 결정된다면 오송이 선정될 것”이라며 강한 자신감을 보이고 있다.
이밖에 경기, 강원, 제주 등도 장점을 최대한 부각시키면서 막판 유치전에 안간힘을 쏟고 있다.
저작권자 © 대구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