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논단> 세 사람의 상생
<대구논단> 세 사람의 상생
  • 승인 2009.10.21 16: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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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후섭 (아동문학가 교육학박사)

아름다운 위인의 삶은 우리에게 참으로 큰 교훈을 준다. 출장길에 기차 안에서 읽은 안영(晏?)의 삶 또한 그러하다. 옛 중국 제(齊)나라의 명신(名臣)이었던 그는 공자가 가장 존경하는 인물로 알려져 있다.

안영은 영의정에 해당되는 대부(大夫)의 자리에 있으면서도 `호구’라는 옷을 30년 넘게 입으면서 아낀 돈으로 가난한 이웃을 70호나 도우며 살았다. 일반 백성들과 똑같은 집에서 같은 음식을 먹으며 함께 생활하여 중국 고대 역사상 가장 청빈한 선비로 길이 회자되고 있는 것이다.

또한 그는 매우 강직하여 자신이 모시는 임금이 바른 길에서 벗어나면 죽음을 무릅쓰고 충언을 게을리 하지 않았다. 혜성(彗星)이 나타나 민심이 동요하자 임금에게 사치를 삼가고 세금을 줄이며 형벌을 가볍게 하면 재난을 피할 수 있을 것이라고 간언하였다. 이는 아무리 큰 재난이 닥쳐도 결국은 사람의 마음에서부터 시작되니 민심을 천심으로 여겨야 한다는 인식에서 비롯된 충간이었다.

그의 의리는 정적에게도 감동을 주었다. 반란이 일어나 임금인 장공(莊公)이 살해되었을 때에 아무도 장공의 시신 곁에 다가가지 못하였지만 안영은 그 시체 위에 엎드려 곡을 하였다. 안영은 모든 사람들로부터 존경을 받고 있었기에 반란군도 함부로 하지 못하였던 것이다. 뿐만 아니라 도리어 안영에게 감복되어 항복하고 말 정도였다.

이러한 안영이었지만 마부 중에 거드름 부리기 좋아하는 자가 있었다. 그는 대부의 마부라는 것을 빌미로 몹시 으스대었다. 안영이 지날 때마다 사람들이 엎드려 존경을 표했는데 마치 자기에게 엎드리는 것으로 착각한 것이었다.

어느 날 마부의 아내가 문틈으로 안영의 마차를 내다보게 되었다. 대부인 안영은 정작 겸손한 표정으로 지나가는데 마부인 남편은 몹시 거들먹거리며 지나가고 있었다. 그러한 남편의 모습에 역겨움을 느낀 아내는 저녁이 되어 남편이 돌아오자 느닷없이 집을 나가겠다고 말하였다.

“대부께서는 키가 6척이 채 되지 않지만 재상이 되셨고, 또 훌륭한 일을 많이 하시어 그 명성도 자자합니다. 그런데도 의연하고 겸손했습니다. 그런데 당신은 8척의 거구로 남의 마부가 되어 우쭐대고 있으니 그런 당신과는 부끄러워서 더 같이 살고 싶지 않습니다.”

“음, 알겠소. 앞으로는 그런 일이 없도록 하겠소.” 아내로부터 크게 무안을 당한 마부는 그 후부터 매우 겸손해졌다. 안영이 의아해하며 물었다. “자네 사람이 달라진 것 같은데 어찌된 셈인가?”
그러자 마부는 아내로부터 들은 충고를 그대로 이야기하였다. 그리고 그 이후 계속해서 겸손한 태도를 잃지 않았다.

그러자 안영은 마부와 그 아내를 가상히 여겨 마부에게 높은 벼슬을 천거하였다. 여기에서 우리는 세 사람의 훌륭한 인물을 발견할 수 있다. 그 첫째는 마부이다. 그는 무엇보다도 남의 충고를 진심으로 받아들였을 뿐만 아니라 자신의 부족함을 알고 그것을 고치기 위해 진심을 다했던 것이다.

둘째는 안영이다. 그는 신분의 귀천을 가리지 않고 올바른 사람을 발굴해내는 인자함을 보였다. 그리하여 그는 많은 사람들이 그를 진심으로 따르도록 하는 리더십을 보여주었다.

셋째 인물은 마부의 아내이다. 아마도 이 세 인물 중에서 가장 훌륭한 인물이 아닐까 한다. `현명한 아내가 위대한 남편을 만든다.’고 하였듯이 남편에게 어떤 길이 옳은 길인지를 보여주고 이를 실천하게 하였다. 비록 마부의 아내였지만 아름다운 용기와 지혜를 발휘하여 마침내 집안을 일으켜 세운 것이다.

공자가 가장 존경했다는 안영, 그리하여 안자(晏子)라는 경칭이 붙여진 인물 곁에는 이처럼 아름답고 지혜로운 사람들이 함께 하고 있었다. `사람은 누구에게 배우는 것도 중요하지만 누구 곁에 서있는가가 더 중요하다.’는 구절이 절로 떠오른다. .감동을 주는 위인은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빛과 소금이 되어 유구한 역사의 아름다운 별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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