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간>군함도…日강점기 강제 징용·피폭 참상 생생히
<신간>군함도…日강점기 강제 징용·피폭 참상 생생히
  • 남승렬
  • 승인 2016.06.29 10: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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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함도

일제강점기에 일본 나가사키(長崎)에 인접한 섬 하시마(端島)의 해저탄광으로 끌려가 죽음의 노동에 시달렸던 조선인 노동자들의 처절한 이야기다.

작가 한수산은 1988년 일본에 체류하던 중 한 서점에서 오까 마사하루 목사가 쓴 ‘원폭과 조선인’이라는 책을 접한 뒤 하시마 탄광의 조선인 강제징용과 나가사키 피폭에 대한 작품을 쓰기로 결심한다. 이후 소설의 무대가 되는 군함도와 나가사키에만 십여차례 방문하고 일본 전역을 비롯해 원폭 실험장소인 미국 캘리포니아 네바다주까지 다녀왔으며, 수많은 관련자들을 인터뷰하는 등 치밀한 현장취재를 거쳤다.

정통 역사소설을 표방하는 군함도는 원폭 투하의 배경과 실상을 최대한 사실에 가까운 묘사했다. 등장인물들의 고난은 자아의 지평을 넓혀가는 과정으로 서사적 흐름이 자리잡으며 소설적 구성미와 완성도를 높였고, 박진감 넘치는 전개로 재미와 가독성을 끌어올렸다.

한수산은 비극적인 역사적 사실을 전하고 알려내는 것뿐만 아니라 당시 고난을 겪은 조선인 한사람 한사람의 숨결을 되살리는 데에도 큰 공력을 들이며 지옥의 섬 군함도에서 다만 ‘사람’이고 싶었던 징용공들의 일상과 인간적인 면모, 역경 속에서도 그들이 꿈 꾼 안타까운 사랑과 희망을 복원한다.

특히 작가는 경상도, 전라도, 충청도의 생생한 사투리 구사에 힘을 기울여 인물에 생동감과 실감을 더하면서 힘든 환경 속에서 구수하고 걸쭉한 농담으로 고됨을 잊는 조선 징용공과 농부들의 활기를 전하고, 각 지방의 아리랑과 의병가를 적절히 활용해 작업현장에서의 고달픔과 서러움, 고향에 대한 그리움을 넘어서는 조선인의 힘을 부각한다.

줄거리는 이렇다. 패배의 기운이 짙어갈수록 전쟁의 광기가 극에 달했던 일본은 조선에서 무차별 징용을 자행한다. 부유한 집안의 자식으로 비교적 편안히 살아왔던 주인공 지상은 형을 대신해 징용대상자가 된다. 내일이 보이지 않는 상황에서 일부 징용인들은 탈출을 시도하지만 더러는 주검으로 돌아오고 더러는 실패의 대가를 혹독히 치른다. 그래도 자유를 향한 그들의 몸부림은 그치지 않았다.

어떤 날은 분노로 견디고 어떤 날은 서러움으로 견디며 시간이 흘러갔다. 견디다 못한 지상은 연장자면서 정신적 지주인 명국, 뜨거운 피를 가진 동년배 우석 등과 함께 치밀한 탈출 계획을 세운다. 결국 지상과 우석은 제각기 탈출에 성공하지만, 자유의 몸이 돼 밟은 나가사키에 원자폭탄이 떨어진다. 군함도에서는 갱 속에서, 나가사키에서는 원폭의 구름 아래서 등장인물들은 하나둘 죽어간다. 사라지는 그들 뒤로 절규가 남는다. “이것이었구나. 나라가 없다는 것이 이런 거였구나.”

작가 한수산은 오늘에도 여전히 살아있는 한일관계의 쟁점을 제기하며 독자들에게 과거사를 넘어 우리의 미래를 질문한다. 30년 가까운 세월동안 조선인 강제징용과 나가사키 원폭문제를 파헤치고 골몰해 온 작가는 고향으로 돌아온 한국인 피폭자들이 살아야 했던 비참한 실상과 세월이 흐르면서 점차 대두하고 있는 피폭 2세, 3세의 문제까지 수많은 문제들을 제기하며 독자들에게 간곡한 바람을 전한다.

“젊은 독자들이 이 과거의 진실에 눈뜨고 그것을 기억하면서 내일의 삶과 역사를 향한 첫 발걸음을 내디뎌주신다면, 그래서 이 소설을 읽은 후에 이전의 삶으로는 결코 돌아갈 수 없는 각성과 성찰을 시작하신다면, 더할 수 없는 영광이 될 것입니다.”

작가 한수산이 이 소설을 통해 독자들에게 전하는 바람이다. 남승렬기자 pdnamsy@idaegu.co.kr
군함도 1·2

한수산 지음/창비/각권 1만4천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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