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논단>정교화 경찰관의 소신과 봉사의 뜻
<대구논단>정교화 경찰관의 소신과 봉사의 뜻
  • 승인 2009.10.22 15: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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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 대 열 (객원 大記者)

우리 사회에서 공직자를 보는 시각은 많이 개선되었다고는 하지만 아직도 부정적 측면이 많다. 역사적으로 관존민비에 시달려온 탓도 있지만 생활 구석구석에 파고 들어있는 공적기관과의 관계에서 단맛보다는 쓴맛을 더 보아왔다는 것이 일반서민들의 생각이기 때문이다. 지금도 관청에 드나들기 꺼려하는 사람들이 있고 특히 경찰관서에 출입하는 것은 아예 금기사항처럼 여기는 풍조도 없지 않다.

자유당 시절에는 `경찰은 민중의 지팡이’라는 현판을 커다랗게 걸어놓고 민중을 위해서 가장 아름다운 역할을 하는 봉사의 경찰이라고 자임했다. 그러나 많은 사람들은 `경찰은 민중의 몽둥이’라고 비웃으며 그 말을 믿지 않았다. 일제하의 호된 경험이 경찰을 기피하게도 했지만 그 당시만 해도 일제잔재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민중에게 지배적 자세로 임하는 경찰관이 흔했기 때문이기도 하다.

이러한 풍조는 근자에 와서 엄청난 변화를 가져왔다. 이제는 경찰을 무서워하는 사람은 별로 눈에 띄지 않는다. 남의 물건을 훔치거나 함부로 주먹을 내질러 사람을 상하게 하는 상습적인 범죄자들이야 언제나 경찰을 보기만하면 “다리야 날 살려라”하면서 날고뛰겠지만 일반서민들이야 그럴 걱정이 없다. 오히려 술 마시고 파출소에 들어가 주정을 일삼는 사람도 점점 늘어간다고 하니 변하긴 많이 변했다.

일부에서는 공권력이 약해져 그런 일이 생긴다고 걱정까지 해준다. 아닌 게 아니라 미국 같은 선진국에서는 경찰관의 권위가 엄정한 법집행의 바로미터가 되어있다. 선량한 국민에게는 한없이 친절하고 나긋나긋하지만 법위반의 행태에 대해서는 추상같다. 이런 점에서 한국의 경찰관이 허약해 보이는 것은 사회질서의 확립과 법집행의 엄정성을 해치는 일이 될까 걱정이다.

때마침 10월21일 경찰의 날을 맞이하여 자기희생정신과 소신이 뚜렷한 경찰관 한 사람을 `한국시민단체네트워크’ 이갑산 상임대표에게 부탁하여 추천받았다. 현재 대구동부경찰서 생활 질서계장으로 있는 정교화경위다. 그가 경찰에 재직하면서 시민단체, 노동단체 등과 수없이 접촉한 것은 오직 직무 때문이었고 일정부분 그들과는 거리를 둘 수밖에 없는 한계가 있었다.

그러다가 우연히 저명한 시민대표 100명으로 구성된 공명선거실천 시민협의회에서 대선을 앞두고 `당면과제’를 발표했는데 거기에 경찰의 수사권독립 문제를 거론한 것을 알게 되었다. 당시 경찰과 검찰은 이를 둘러싸고 치열한 공방전을 벌이고 있을 때였다. 경찰대학과 간부후보생 출신 엘리트들이 총동원되어 결사적으로 집중 논의했으나 될 듯 말듯하다가 근자에는 도로 아미타불이 되었다.

검찰에서는 경찰의 수사주체성을 명문으로 인정하는 경우 이원화로 인하여 효율성이 저하되고 수사기관의 경쟁으로 인권침해의 우려가 커진다는 이유를 내세워 불가입장을 고수했다. 이에 대해서 경찰에서는 수사권을 갖더라도 공소권은 검찰의 고유권한이기 때문에 수사의 끝은 결국 검찰로 귀속되는 것이라고 반박한다.

특히 “국민의 기본권을 제한할 우려가 있는 공권력의 행사는 반드시 법률에 근거해야 한다.”는 헌법정신에 비춰볼 때 수사권 행사가 검찰의 수사지휘권에 근거한다는 검찰의 주장은 부당하다는 논리다.

이 문제는 정권 차원에서 쾌도난마의 결단이 필요한데 양측의 감정싸움만 돋우다가 흐지부지되고 말았다. 구정권에서 이를 방치함으로서 결국 공은 현 정권으로 넘어온 셈이다. 지금은 잠수를 하고 있지만 난삽하게 얽힌 국정현안들이 마무리되고 나면 다시 재론될 것은 명약관화하다. 수사권 독립을 열망하는 경찰관 중의 한 사람인 정교화는 이런 소용돌이 속에서도 의연하게 `경찰 수사권독립문제’를 거론한 시민단체의 움직임에 큰 감동을 받았다.

지금까지 그가 겪어왔거나 막연히 선입견으로만 보아왔던 시민단체들이 전연 다른 모습으로 그의 가슴에 꽂힌 것이다. 그는 서슴없이 박봉을 털어 적은 액수지만 일정액의 후원금을 냈다. 3년이 흐른 지금까지도 한차례 빠짐없이 `자신과의 약속’을 지켜내고 있다.

그는 전문화된 수사경과제, 조사관의 간부화, 조사과정의 변호인 참여 등 인권보호를 위한 경찰관서의 변화를 자랑스럽게 여기며 반드시 수사권의 주체성이 확립되어야 한다는 소신을 거듭 되뇌고 있다.

승진이나 표창에 연연하지 않고 긍지와 열정을 가지고 원칙을 준수하는 경찰의 사명을 지키려 한다. 이제는 대외적 공익활동에 더 적극적으로 참여하여 독거노인, 소년소녀 가장을 위한 무료급식에도 관심을 갖는다.

혼자서만 잘 살아봐야 무슨 재미냐고 하면서 “내가 가진 것을 조금이라도 나누는 일에 인색하지 말고 어려운 이웃을 도울 때 사회는 훈훈해지는 것”이라는 그의 봉사의 뜻에 사회적 동참자가 구름처럼 몰려들기를 바라는 것은 비단 필자 한 사람뿐이 아니라는 것을 널리 알리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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