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기자 칼럼>재정지원보다 파병이 순서다
<대기자 칼럼>재정지원보다 파병이 순서다
  • 승인 2009.10.29 15: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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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 대 열 (객원 大記者)

미 국방부장관이 한국에 왔다. 그에 앞서 미국에서는 비공식적으로 아프가니스탄에 대한 파병이 어렵다면 한국의 경제적 위상에 걸 맞는 상당액의 `재정지원’을 해주기 바란다는 뜻이 전해졌다. 한국의 언론들은 군의 파병이 정치적으로 큰 부담이 되기 때문에 미국 측에서 방향을 틀어 물꼬를 터준 것 아니냐 하는 지레 짐작을 쏟아내면서 재정지원을 기정사실화하는 것처럼 보도했다.

군의 해외파병은 이미 베트남 전쟁에서 충분히 그 성과와 문제점을 짚어낸 바 있다. 전쟁터에 군인을 파견하는 것은 생명과 직결되는 문제여서 여간 망설여지는 일이 아니다. 베트남에 파견되었던 우리 군 장병 중에서 많은 사람이 전사하거나 부상을 입었다. 밀림을 없애기 위해서 뿌린 고엽제 후유증은 수십 년이 흐른 지금까지도 고통을 안겨준다. 이라크 전선에도 파병의 경험이 있고 아프가니스탄에도 다산부대와 동의부대가 다녀왔다.

아직도 탈레반 잔당들이 깊은 산 속에 숨어 정부를 괴롭히고 있는데 미군이 개입하지 않으면 언제 무너질지 모르는 위험스러운 처지에 놓여있다. 미국에서도 오바마 자신이 과연 이 전쟁을 계속해야 하느냐 하는 문제로 고민을 거듭하고 있다고 들린다. 심지어 전면적인 미군철수를 단행할 것이라고 예측하는 이들도 있다. 그러나 세계 경찰국가로서의 미국의 입장이 당장 어렵다고해서 홀홀히 떠날 것으로 보지는 않는다.

오히려 더 많은 파병을 통해서 질질 끌고 있는 탈레반 소탕에 전기를 마련하지 않겠느냐 하는 것이 식자들의 견해다. 이번에 미국방장관이 주한미군 위문을 겸하여 사실은 한국과의 아프간 지원에 대한 확실한 언질을 받기 위한 방한이 아니냐 하는 지레 짐작도 과히 틀리지 않다. 그는 미군들을 상대로 연설하면서 아예 한국의 역할에 대한 얘기로 앞뒤를 끝마쳐 우리의 견해를 뒷받침하고 있다.

더구나 우회적이긴 하지만 재정지원보다도 파병에 대한 관심을 더 많이 표명함으로서 미국의 속내를 드러냈다. 이에 대한 한국 정부의 입장은 아직 아무런 결정도 내리지 않고 있으나 조만간 답을 줘야 할 형편이다. 정부 내에서도 파병문제는 여러 가지 논의가 엇갈릴 것으로 보이지만 필자의 소견으로는 재정지원을 할 바에는 파병이 우선적으로 고려되어야 한다고 말하고 싶다.

우리나라는 6.25사변으로 국가의 운명이 백척간두에 서있을 때 미국을 비롯한 유엔 16개국의 참전으로 숨을 돌린 역사적인 부담을 안고 있다. 유엔군의 이름으로 우방들의 큰 도움을 받았지만 실제적인 역할은 미국의 힘이었다. 그런 의미에서 미국은 피로서 맺은 동맹국이다. 주한미군의 존재에 대해서는 수많은 문제점을 내재하고 있다고 하지만 아직도 그들은 한국의 안보에 절대적인 힘의 배경이다.

아무리 자주국방을 외친다고 하더라도 혼자만의 힘으로 나라를 지켜내기 어렵다는 것은 삼척동자도 안다. 조선왕조가 쇄국정책을 쓰다가 외국과의 연대시기를 놓치는 통에 결국 일본의 야욕에 희생된 역사는 누구나 다 안다. 당시에도 수많은 외국의 각축 속에서 제국주의적 영토욕심에 눈이 어두워진 일본이 미국 등과 협상을 통하여 한국을 병탄할 수 있었던 것이다. 지금도 이러한 국제적 이해는 주고받으면서 엉뚱한 희생자를 만들어낸다.

북핵을 둘러싼 6자회담의 틀도 그래서 짜여진 것이다. 따라서 아프간에 대한 우리의 지원도 한국의 힘을 최대한 발휘할 수 있는 방향으로 결정되는 것이 옳다. 그것은 파병뿐이다. 인적 피해를 걱정하는 목소리를 듣지 못하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군의 기본은 전투에 있다는 사실을 잊어선 안 된다. 막대한 재정지원을 할 바에는 미국이나 아프간에 대해서 떳떳하고 큰 소리를 칠 수 있는 파병이 우리의 이익이다.

전투 병력을 파견하는 것도 아니다. 평화유지군을 파견하여 세계안보에 기여하는 것이다. 다산부대가 그 역할을 충실하게 수행한 경력을 쌓았다. 현재 국회와 정부에서도 PKO참여법안을 준비하고 있다고 알려져 있다. 평화는 우리가 바라는 지고지선(至高至善)의 이상이다. 물론 군 병력 파견은 언제나 위험이 따른다. 생명을 잃을 수 있는 전선에 우리의 자식들을 보낼 수 없다는 식으로 나온다면 6.25를 회상하라고 권하고 싶다.

내가 위험하면 다른 사람도 위험하다. 우리가 남을 외면했을 때 막상 어려운 경우에 빠졌을 때 그 쪽에서도 똑같이 위험을 무릅쓰고 우리를 도울 수 있을까. 평화유지군의 파견은 전투위주가 아니지만 실제로 전투능력의 양성에도 큰 도움이 된다. 글로벌 경제위기를 겪으면서도 슬기롭게 풀어나가고 있는 우리 국민의 저력을 평화유지를 위해서도 적절하게 쓰여야 마땅하다고 생각한다.

국론분열을 걱정하는 사람들도 있지만 그것은 국론이 아니다. 정부에서 확고한 소신을 보여주는 것이 급선무다. 군에서도 눈치만 보지 말고 군 본연의 자세를 확실하게 표명하는 일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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