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룸 주인 ‘입맛대로’ 받는 관리비
원룸 주인 ‘입맛대로’ 받는 관리비
  • 곽동훈
  • 승인 2016.08.30 17:04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대구 20여곳 금액대 ‘다양’

법적 규정 없어 주인이 산정

월세 보전·가격 흥정용 전락
#. 대구시 북구 한 원룸에 사는 대학생 김성일(25)씨는 최근 관리비를 내려다 깜짝 놀랐다. 군 전역 후 1년 2개월동안 청소비, 인터넷 사용료 명목으로 월 5만원의 관리비를 내왔는데 같은 원룸에 사는 후배는 주인과 협상을 해서 내지 않고 있었기 때문이다.

김씨는 주인에게 어떻게 된 것이냐며 따져 물었지만, 주인은 “그사람은 집값에 관리비가 포함돼 있다”는 말을 할뿐이었다. 김씨는 화가 났지만 집주인의 심기를 건드릴까봐 지침에 따를 뿐 딱히 하소연 할 곳도 없었다며 불만을 표출했다.

나홀로족의 증가로 원룸에 대한 수요는 급격하게 늘고 있지만 원룸 관리비는 주인의 ‘입맛대로’ 부과되고 있어 세입자들의 불만이 고조되고 있다.

관리비에 대한 법적 규정이 없어 세입자들은 주인의 산정 기준에 울며 겨자먹기식으로 따라야 하기 때문이다.

30일 대구 지역 20곳 원룸의 관리비를 확인해 본 결과 같은 면적, 같은 월세의 방이라도 관리비가 없는 경우에서부터 5만원까지 천차만별이었다.

이 같은 상황이 초래되는 것은 원룸의 관리비 징수 기준이 없기 때문이다.

주택법 45조에서는 공동주택 관리자가 정해진 항목의 관리비를 받고 사용 내역을 공개해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지만 150세대 미만의 중소 규모 원룸이나 오피스텔 건물은 ‘공동주택’에 해당하지 않아 법의 테두리에 벗어나 있다.

이처럼 원룸 관리비가 ‘관리 사각지대’에 놓이면서 집주인들은 관리비를 월세 보전용이나 월세 가격 흥정용으로 사용하기도 한다.

북구 A부동산 관계자는 “이 지역은 대부분 관리비가 3~5만원으로 책정돼 있는데, 최근에 원룸이 많이 늘어나면서 세입자 구하기가 어려워지자 집주인들이 월세 수입을 보충하기 위해 관리비를 올려받는 경우도 종종 있다”고 귀띔했다.

임대업자들은 세입자 유치를 위해 어쩔 수 없다는 입장이다.

경북대 인근에서 원룸 임대업을 하는 C(여·41)씨는 “빈방이 많은 방학시즌의 경우 방을 놀릴수가 없어 관리비를 따로 받지않고 세입자를 받고 있다”며 “관리비를 꾸준히 내던 사람들에게 미안한 마음은 있지만 운영을 위해 어쩔 수가 없다”고 항변했다.

이런 불만을 줄이고자 일부 지자체들은 ‘표준 원룸 관리비 기준표’나 ‘원룸 관리비 가이드라인’ 등을 만들어놨지만 법적 강제성이 없는 데다가 홍보 부족 탓으로 세입자들에게 알려지지 않아 사실상 무용지물이다.

이와관련 지자체 관계자는 “원룸은 건축법상 다가구 단독주택으로 분류돼 있어 이러한 불만이 있더라도 법적으로 제재할 수 있는 방법이 없다”며 “최초 계약시 주변 세대와의 보증금 및 관리비 가격비교를 철저하게 해야하는 것은 세입자의 몫이다”고 말했다.

한편, 얼마전 한 시민단체가 발표한 관련 자료에 따르면 원룸의 경우 한 가구당 내야 하는 관리비의 적정 금액은 1만3천305원이다. 이는 전기요금과 수도요금, 난방비, 인터넷이용 요금을 제외한 것으로 총 고지 금액은 이보다 높을 수 있지만 이러한 점을 고려하더라도 지역의 일부 원룸에서 받고 있는 5만원 이상 관리비는 터무니 없이 비싸다는 지적이다.

곽동훈기자 kwak@idaegu.co.kr
  • 대구광역시 동구 동부로94(신천 3동 283-8)
  • 대표전화 : 053-424-0004
  • 팩스 : 053-426-6644
  • 제호 : 대구신문
  • 등록번호 : 대구 가 00003호 (일간)
  • 등록일 : 1996-09-06
  • 인터넷신문등록번호: 대구, 아00442
  • 발행·편집인 : 김상섭
  • 청소년보호책임자 : 배수경
  • 대구신문 모든 콘텐츠(영상,기사, 사진)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은바, 무단 전재와 복사, 배포 등을 금합니다.
  • Copyright © 2024 대구신문. All rights reserved. mail to micbae@idaegu.co.kr
ND소프트
많이 본 기사
영상뉴스
SNS에서도 대구신문의
뉴스를 받아보세요
최신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