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김영란법 취지 걸맞게 낙하산 인사 청산 시급
<기자수첩>김영란법 취지 걸맞게 낙하산 인사 청산 시급
  • 승인 2016.10.04 16: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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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종현 사회부
김영란법이 시행된지 일주일이 지났다. 법 시행 초기 지나치게 몸조심을 하느라 한국 고유의 정문화가 사라지고 법 적용 대상자들에게는 불안감을 주는 부작용이 나타나고 있다고 한다. 하지만 그동안 국민들이 요구해 왔던 부정부패 없는 사회가 드디어 다가온 것 같아 다행이라는 생각이 든다.

그런데 김영란법을 보노라면 정작 중요한 사회 시스템의 문제는 건드리지 못하고 소소한 밥값 얼마를 놓고 고발대상이니 과태료 대상이니 시비가 붙은 것 같아 씁쓸함을 지울 수 없다.

대구 북구청은 기자실의 일회용 종이컵마저 치웠다고 한다. 어이가 없다. 부정청탁 및 금품 등 수수의 금지에 관한 법률이 민원인도 사용할 수 있는 일회용 종이컵을 없애려고 만든 법은 아닐 게다. 이 와중에 청와대의 낙하산 인사는 다시 시작됐다. 각종 공기업 낙하산 사장에 이어 조인근 전 청와대 연설기록비서관이 한국증권금융 상근 감사위원에 선임됐다. 조 전 비서관은 금융 분야 경력이 전무하다. 고 백남기농민의 사인을 병사로 써낸 서울대병원의 병원장도 대통령주치의였다고 한다. 대우조선해양 사장은 청와대의 낙하산 인사가 대우 경영에 방해가 됐다고 증언했다.

낙하산의 병폐는 더이상 언급할 필요도 없다. 사회곳곳에 불신과 갈등을 조장하고 무능력자의 잘못된 결정으로 나라를 망치게 만든다. 그래서 김영란법은 부정청탁을 금지하고 있다. 박 대통령은 지난 대선 때 ‘공공기관 기관장 선임 시 정치적 영향력을 배제하기 위한 장치를 강화하겠다’는 공약을 내걸었다. 당선인 시절에는 MB 정권의 낙하산 인사에 대해 “잘못된 일”이라고 말했으나 이제는 태도를 바꿨다. 청탁이라는 부정부패를 없애기 위해 만든 법을 대통령이 지키지 않는다면 그 법이 얼마나 국민들의 공감을 얻을 수 있을 것인가.

고위 기득권층의 구조화된 부정부패는 손대지 못하면서 인정을 담은 소소한 선물은 못하게 한다면 김영란법이 얼마나 지속될 수 있을지 의문이다. 안 그래도 자영업자들은 장사가 안돼 문을 닫는다고 아우성인데 앞으로 국민들의 호응과 지지를 받지 못한다면 이 법은 수정되고 수정돼 사문화된 법으로 전락할 지 모른다. 밥값을 누가 냈느냐, 부조를 얼마 했느냐를 따질 것이 아니라 정부기관, 공기업에 어떤 능력있는 인사가 공정한 절차를 거쳐 임명되는 지 살펴보자.

의과대학생들도 아는 병사와 외인사를 모르는 병원장, 수백억 원의 불법 수임료를 받고도 건재한 전관 판검사들, 올바른 사회시스템이 작동됐다면 김영란법 이전에 그들의 설자리는 없었을 것이다. 김영란법의 성공을 위해서는 국가의 미래를 위해 어떤 정치적 결단을 내려야 할 지 아는 지도자가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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