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예·탈춤 배우고 윷점 보고…조선 민초의 삶 속으로
서예·탈춤 배우고 윷점 보고…조선 민초의 삶 속으로
  • 황인옥
  • 승인 2016.10.01 1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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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위 사라온이야기마을
옛 군청부지 7,948㎡ 활용
한옥 17동에 선조의 삶 재현
화본·석산 등 지역마을 연계
스토리텔링 체험장 인기몰이
1년 못돼 관람객 5만명 돌파
이색체험 기획 김경호 소장
“접근성·저렴한 체험비 강점
 

규모 5.8 경주 지진 이후 계속된 여진과 한반도 7.0 이상의 강진 가능성도 제기되면서 긴장감이 높아가던 국내 상황과 달리 지난달 24일 경북 군위군 군위읍에 있는 사라온이야기마을(이하 사라온마을)은 평화로웠다. 구 군청 자리에 들어선 사라온마을은 체험이 대세인 시대적 트렌드를 반영하고 있는 역사문화재현테마공원이다.

대구에서 온 객을 환한 미소로 반겨준 이는 김경호(55) 사라온이야기마을 운영총괄소장이었다. 선조들이 살았던 한옥마을을 재현한 사라온마을의 분위기와 김 소장의 평화로운 미소가 닮아 있었다.

◇ 전시와 체험이 공존하는 역사문화재현테마공원의 역사 열다.

- 사라온마을을 소개해 달라.

“사라온마을은 옛 군청부지 7천948㎡(2404평)를 활용해 조선시대를 배경으로 만든 테마공원이다. 선조들이 살아온 역사와 문화를 체험할 수 있도록 17동의 한옥 건물에 재현해 놓았다.”

- 마을은 어떻게 구성되나?

“마을 공동체 속에서 살아가는 민중들의 이야기를 재현한 적라촌과 마을의 분쟁을 다스리고 백성의 안전을 지키는 관리들의 이야기를 재현한 적라청, 왜적의 침략에 맞서는 용맹한 의병들이 이야기를 주제로 구성한 적라골 등 3개의 테마로 구성됐다.”

- 체험이 중심이라고 들었다. 어떤 프로그램들이 운영되나?

“선조들의 삶을 이해하도록 프로그램을 구성했다. 조선제일마술사, 조선팔도민요노래자랑, 농요부르기와 모심기놀이, 사당패들의 묘기와 줄다리기, 강강술래 등이 펼쳐진다. 관객들이 참여 가능한 탈춤 및 풍물 배우기와 즉석공연도 준비돼 있다.”

- 마을 전체가 전시와 체험으로 짜여졌다.

“한약방에서는 사상체질 디지털 프로그램으로 관람자의 체질을 분석해 보고, 서당에서는 서예를 배워본다. 다원에서는 차 마시기 체험을, 기생학교에서는 윳 점을 직접 볼 수 있다. 또 관청에서는 곤장 맞기 체험도 가능하다.”

- 문화나 관광에 체험을 융합하는 것은 시대적 트렌드다. 체험관광의 홍수 속에서 살아남기 위해서는 전략이 필요해 보인다. 사라온마을의 전략은 무엇인가?

“역사적 전통을 간직하고 있는 지방자치단체에서 앞다퉈 역사문화재현테마공원을 조성하고 있다. 우리는 단순한 재현이 아닌 군위지역 마을과 연계한 스토리텔링 체험장으로 가닥을 잡았다. 좀 더 우리 지역의 이야기를 담는 것이다.”

- 구체적으로 소개해 달라.

“사라온마을을 체험하고 인근의 도산마을이나 화본마을, 화북마을, 석산마을, 대율마을 중 하나를 선택해 그 마을의 특징적인 요소도 함께 체험하게 된다. 어떤 마을은 전통돌감과 충효정신을 체험하고, 어떤 마을은 모노레일과 함께하는 생태체험을, 또 어떤 마을에서는 삼국유사와 조선민속의 역사를 체험할 수 있다.”

- 세부 프로그램도 다양해 보인다.

“민속체험 하면 제기차기나 투호던지기, 그네타기, 널뛰기 등의 대동소이한 프로그램이 대다수다. 우리는 좀 다르다. 주거, 한약방, 먹거리시장, 서당, 관청, 의병들의 공간 등 옛 선조들의 삶의 전반을 하나의 마을 단위 안에 재현하고 관람도 하고 체험도 할 수 있도록 했다. 그동안 접해보지 못한 프로그램들이 많아 신선하다는 반응들을 주고 있다.”

- 인근마을과 연계된 체험프로그램도 풍성해 보인다.

“인근마을 체험에서는 인형만들기, 기차캐릭터그리기, 이야기운동회체험하기, 곤충만들기, 모노레일 탑승 등 색다른 체험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 지난해 10월에 마을을 개장하고 꽤 성공적인 성과를 거두고 있다고 들었다.

“지금까지 누적 관람객수가 단체 관람객 3만명, 가족단위 관람객 2만명 등 총 5만명을 돌파했다. 성공적으로 안착하고 있다고 평가하고 있다. 아직 홍보가 덜 됐음에 불구하고 입소문을 타고 관람객이 오고 있다. 시간이 지나면서 점점 더 많아질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 단기간에 관람객을 끌어 모은 요인은 무엇인가?

“대구와 구미 등 대도시와 지리적으로 인접해 있다는 이점이 있다. 여기에 입장료 2~3천원에 5~6천원 정도의 저렴한 체험비도 강점이다. 군에서 운영하다 보니 다양한 선물도 받아 갈 수 있다.”

- 시즌제 프로그램 운영도 한다고 들었다.

“그렇다. 시즌별로 시즌 특성에 맞는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해가 바뀌면 프로그램의 내용과 구성도 달리해 계속해서 변화를 준다. 저렴한 비용으로 가족 단위나 단체단위의 관광객이 반나절을 충분히 즐길 수 있으니 만족도가 높을 수밖에 없다.”

- 향후 계획이 궁금하다.

“사라온마을은 2018년에 경북도가 1천300억원을 들여 야심차게 기획하고 있는 삼국유사 가온누리 사업 시행을 위한 전초기지로서의 성격을 가진다. 임무가 큰 만큼 홍보를 강화해 많은 사람들이 이곳을 경험할 수 있도록 할 계획이다.”

 
◇ 행복한 일터, 행복체험공간 만들고파

사라온마을을 둘러보고 마을 앞에 운영 중인 카페로 자리를 옮겼다. 타임머신을 타고 조선시대로 여행을 떠났다 현대로 되돌아온 것 같았다. 이 카페의 주인장은 김 소장이다. 그는 군위로 주거지를 옮기고 사라온마을 소장을 겸하며 카페도 운영하고 있다. 카페 역시 카페와 전시, 그리고 체험을 겸했다. 비누와 향수 등을 직접 만들어 볼 수 있다.

김 소장은 사라온마을의 초대 소장이다. 체험프로그램을 직접 짜고 세부 운영 방안까지 기획하며 사라온마을의 역사를 여는 데 깊게 관여했다.

사라온마을에서 그의 입지가 확장될 수 있었던 배경에는 그의 다양한 이력이 작용했다. 그는 계명대학교 재학 시절 민속문화연구반 회원으로 활동하며 인간문화재로부터 탈춤과 북춤을 전수받았다. 이후 80여회의 탈춤 공연에 참여하고 15회의 마당극에 대본과 연출을 맡았다.

그는 또 KBS대구방송 TV와 라디오 제작부에서 구성작가로 활동했다. 이후 프리랜서를 선언하고 방송 작가 및 한국언론진흥재단 미디어교육 강사로 활동했다. 또한 그는 미디어교육연구소 및 아이눈체험교육원을 운영한 후 돌연 오스트리아 비엔나로 날아가 바람개비 투어 유럽여행사를 운영하기도 했다.

- 그동안의 이력을 사라온마을에 모두 녹여낸 것 같다.

“사실 대구에 체험학습 개념을 처음 도입한 사람이 나다. 우리 아이가 초등학교 들어가기 전에 아이를 어떻게 키울 것인가 고민하다 체험학습을 생각하게 됐다. 내가 학교를 설립할 수는 없으니 체험교육을 해보자는 쪽으로 방향을 잡고 체험교육개념을 도입했다.”

- 실질적인 효과를 경험했나?

“당시에는 몇몇의 뜻있는 중산층 자녀 위주로 체험교육을 시도했다. 한발 앞선 개념이다보니 그랬던 것 같다. 체험교육을 막상 해 보니 공부와 컴퓨터가 전부인 아이들이 변화를 보였다. 아이들의 마인드가 긍정적이 됐다.”

- 갑자기 해외로 근거지를 옮긴 이유는 무엇인가?

“유럽에 나갈 일이 있었다. 그곳을 경험하면서 뒤통수를 맞은 것 같았다. 더 넓은 세상을 두고 한국에서만 아웅다웅 사는 것이 허무하게 다가왔다. 그러면서 여러 나라를 돌아다녀 보고 싶다는 생각하고 비엔나로 갔다.”

- 다시 국내로 돌아온 이유는 무엇인가?

“비엔나에서 민박집을 4년 정도 운영하며 관광객을 상대로 가이드도 했다. 주로 한국사람을 대상으로 했다. 여행도 성수기와 비수기가 있어 민박집 운영하는 것도 쉽지 않았다. 둘째 아이가 중학교에 입학할 시기에 다시 돌아왔다.”

- 입국 후 사라온마을로 온 것인가?

“군위에 친하게 지내던 지인이 있었는데, 내가 할 만한 일을 찾고 있다고 하니 사라온마을을 소개했다. 나와 맞다는 생각이 들었다. 대학시기부터 지금까지 다양한 활동이력과 유럽생활 경험을 사라온마을에 녹여내면 되겠다는 확신이 들었다.”

- 향후 계획은 무엇인가?

“사라온마을을 야간에도 개장하고 숙박도 할 수 있는 한옥스테이로 만들고 싶다. 앞으로는 단순 체험에서 머무는 통합시스템으로 가야한다고 본다.”

- 어떤 리더가 되고 싶나?

“이 일은 서비스직이다. 일하는 사람이 행복해야 서비스를 받는 사람에게 그 행복이 전달된다. 나는 사라온마을이 일하는 사람과 관람객 모두가 행복한 공간이 되기를 바란다. 그런 환경을 만드는 데 힘을 보태고 싶다.” 054-380-7218

황인옥기자 hio@idaegu.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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