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려운 이웃에 연탄 600장 후원
리어카가 연탄 10여장씩을 부지런히 나른 곳은 사순득(85) 할머니가 홀로 살고 있는 허름한 주택이었다. 너무나 오랜 세월이 지난 탓에 할머니는 이 집에 언제 이사왔는지조차 잊어버렸다. 매년 겨울이 올 때마다 사순득 할머니를 추위에서 지켜준 것은 연탄이었다.
올해 할머니는 큰 근심 하나 덜었다. 한국수출입은행 대구경북본부가 연탄 300장을 후원한 덕이다. 하루에 연탄 서너장이 드니 석 달은 쓰고 남을 양이다. 할머니는 “아이구 좋지예. 얼마나 기분이 좋은지 몰라예”하며 기뻐했다.
한국수출입은행 대구경북본부는 매년 저소득층을 돕는 봉사활동을 한다. 올해는 어려운 이웃들이 추운 겨울을 조금이라도 따뜻하게 날 수 있도록 연탄 후원을 하기로 했다.
이날 사랑의연탄나눔운동 대구경북본부를 통해 사순득 할머니 집을 포함한 두 가구에 모두 600장의 연탄을 배달하는 봉사를 한 것도 이 때문이다.
수출입은행 직원들은 처음엔 생각보다 무거운 연탄의 무게에 놀라고 연탄을 옮기다 떨어뜨려 깨뜨리기도 했지만, 얼마 지나지 않아 손발이 척척 맞게 됐다.
박태익 한국수출입은행 대구경북본부장은 “올해는 날씨가 평년보다 훨씬 일찍 추워졌다. 연탄 나눔 봉사를 통해 어려운 이들이 조금이라도 따뜻한 겨울을 날 수 있길 바란다”고 했다.
본격적인 겨울 추위가 시작되면서, 사랑의연탄나눔운동 대구경북본부도 바빠지기 시작했다.
이날 수출입은행의 연탄 배달 봉사에 이어 겨울 내내 하루가 멀다 하고 봉사 일정이 가득하다. 지난해 2천200여 가구에 63만장을 후원했는데, 올해는 100만장을 목표로 삼았다.
하지만 경기가 꽁꽁 얼어붙으며 연탄을 후원하는 손길도 대폭 줄었다. 부정청탁금지법(일명 김영란법)의 시행으로 대기업과 관공서가 후원을 망설이는 분위기도 한몫했다. 최근에는 ‘최순실 게이트’로 시국이 어수선해지면서 연말 나눔에 대한 이야기도 쑥 들어갔다.
배항원 사랑의연탄나눔운동 대구경북본부 간사는 “평년에 비해 연탄 후원이 크게 줄었다. 경기가 좋지 않은데 연탄값도 오르고 김영란법으로 후원이 주춤한 상황”이라며 “어려운 이웃들의 따뜻한 겨울을 위해 나눔의 손길이 절실하다”고 강조했다.
김정석기자 kjs@idaegu.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