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논단> `눈의 날’의 맞으며
<대구논단> `눈의 날’의 맞으며
  • 승인 2009.11.08 14:44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박은규 (대구보건대 안경광학과 교수)

11월 11일은 `빼빼로 데이’다. `빼빼로 데이’가 되면 숫자 `1’을 닮은 가늘고 길쭉한 과자 `빼빼로’처럼 날씬해지라는 의미에서 친구끼리 빼빼로 과자를 주고받는다고 한다.

지금 청소년들 사이에서 `밸런타인데이’ 만큼이나 대중화된 이 `빼빼로 데이’ 풍습은 1996년 부산, 영남지역의 여중생들 사이에서 날씬한 몸매를 유지하라는 뜻에서 친구들끼리 빼빼로 과자를 주고받는 것에서 시작돼 매년 제품 모양과 비슷한 11월11일을 기해 지켜지고 있는데 청소년들은 이날 빼빼로를 꽃다발 모양으로 꾸며 선물하면서 “다이어트에 꼭 성공하라”는 메시지를 보내거나, “식사 대신 빼빼로를 먹으며 롱 다리가 되라”는 말을 전한다.

일각에선 이 과자를 생산하는 회사가 물건을 많이 팔기 위한 마케팅 전략으로 이 날을 만들었다는 이야기도 있다. 어떤 것이 진실이든 이제 이런 문화가 직장 여성들에게도 널리 퍼져 빼빼로 생산 회사는 매년 11월이 되면 매출이 폭증한다고 하니 제과회사로선 여간 반가운 일이 아닐 수 없다.

그러나 일반인 중 그 날이 `눈의 날’이라는 것은 아는 사람은 별로 없다. 올 11월 11일은 서른여덟 번째 맞는 `눈의 날’이다. “우리 몸이 천 냥이면 눈이 구백 냥”이라 했다. 열 손가락 깨물어 아프지 않은 손가락이 어디 있겠느냐만 예로부터 눈은 인간의 감각기관 중 가장 으뜸으로 여겨져 왔다.

눈은 뇌와 외계를 연결해주는 창이다. 그래서 우리는 눈을 `마음의 창’, 또는 `영혼을 비추는 거울’이라 표현한다. 사물을 본다는 건 단순히 눈 자체만의 기능을 넘어 궁극적으로 뇌가 인식하고 느끼기에 우리에게 눈이란 `마음과 정신을 밖으로 비추어 주며 영혼과 세상을 이어주는 매개체’라 할 만큼 삶에서 중요한 비중을 차지한다.

이처럼 중요한 눈을 보호하고 시기능(視機能)을 보완하기 위해 인간은 안경이라는 위대한 의료용구를 발명하였고, 눈의 굴절상태를 정확하게 검사하고, 그 결과에 따라 안경을 정확히 조제 가공하여 국민의 시력을 증진시킬 수 있는 전문 안경사를 양성하기 위해 우리나라 대학의 교육과정에 처음으로 안경광학과가 개설된 지도 26년이나 되었다. 그러나 공기와 물이 풍족할 때 그것의 소중함을 잘 느끼지 못하는 것처럼 건강한 눈을 가진 사람은 눈의 고마움과 소중함을 간과하기 쉽다.

헬렌 켈러에게는 단 사흘만이라도 앞을 보는 것이 소원이었다. 그녀가 사흘만이라도 앞을 볼 수 있게 된다면 첫째 날에는 사랑하는 사람의 모습이 영원히 잊혀지지 않도록 가슴속에 새기고, 오후의 서늘한 숲과 아름답게 지는 저녁놀을 바라보며 감사기도를 드리고 싶다고 했고, 둘째 날에는 동이 트자마자 일어나 밤이 낮으로 바뀌는 것을 바라보고 장엄한 햇빛이 잠든 대지를 깨우는 광경을 경건하게 느끼면서 세상을 바라보고 싶다고 했으며, 마지막 셋째 날에는 열심히 일하며 살아가는 사람들을 만나 그들의 노력하는 모습을 바라보며 행복을 느끼고 싶다고 했다.

위대한 여성 헬렌 켈러의 소원은 우리에게 매일 반복되는 일상에 불과한 것이었다. 헬렌 켈러가 일평생 중 단 사흘만이라도 살아보기를 원했던 소원의 삶을 우리는 평생 누리며 살고 있기에 우리는 그것이 얼마나 큰 축복인지를 깨닫고 감사할 줄 알아야 할 것이다. 지난해 대한안과학회가 `눈의 날’을 맞아 근시 유병율을 조사한 결과 조사대상의 51.6%가 근시로 진단되어 일반인 중 절반이상이 근시증상을 가지고 있는 것으로 보고되었다.

오늘날 공장과 자동차의 매연, 때때로 불어 닥치는 황사, 필수품이 되어버린 컴퓨터와 TV, 학생 교육환경과 직장 업무환경 등 우리 눈을 병들게 하거나 피로를 가중시키는 요인은 이루 다 말할 수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대부분의 사람들은 눈에 이상이 있거나 특별한 자각증상이 있기 전에는 자신의 눈에 대해 소홀한 경우가 많다.

정보화시대 하루가 다르게 급변하는 세상의 정보들을 읽어내기 위해서는 소중한 눈을 건강하게 잘 관리해 나가는 일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특별히 `눈의 날’을 맞아 눈에 대해 각별한 관심을 가지고 세상과 나를 연결해 주는 눈에 대한 고마움도 잊지 말았으면 좋겠다.
  • 대구광역시 동구 동부로94(신천 3동 283-8)
  • 대표전화 : 053-424-0004
  • 팩스 : 053-426-6644
  • 제호 : 대구신문
  • 등록번호 : 대구 가 00003호 (일간)
  • 등록일 : 1996-09-06
  • 인터넷신문등록번호: 대구, 아00442
  • 발행·편집인 : 김상섭
  • 청소년보호책임자 : 배수경
  • 대구신문 모든 콘텐츠(영상,기사, 사진)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은바, 무단 전재와 복사, 배포 등을 금합니다.
  • Copyright © 2024 대구신문. All rights reserved. mail to micbae@idaegu.co.kr
ND소프트
많이 본 기사
영상뉴스
SNS에서도 대구신문의
뉴스를 받아보세요
최신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