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 햇살의 소망으로 채워가는
풀잎이게 하소서
당신 앞에 마지막 빛으로
죽어도 꺼지지 않을 사랑
어둠을 이기는 여명이게 하소서
비록 가난한 바람 같은 목숨일지라도
당신의 향 전하며
길 잃은 발자국들의
애통한 서러움까지도 쓸어안을 수 있도록
진실의 가슴이게 하소서
언제나 눈빛 가득 넘치는 평온으로
방황하는 영혼들에게 복음 전하며
발길 닿는 곳마다 향기롭게 하소서
그 어느 것도 진정 내것이 될 수 없는
잠시 머무는 삶이기에
(이하 생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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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도에 무슨 절창(絶唱) 같은 것이 있을까만 간절한 기도는 보는 이와 듣는 사람의 가슴까지 흔들어 놓는다. 올 연초에 상재한 이 시인의 시집 `연시, 그 절정’에 수록된 `나의 기도’는 시적 은유의 아쉬움에도 불구하고 읽는 이의 가슴에 와 닿는 간절함을 잘 드러내고 있다.
이 시의 첫 연은 김남조 시인의 `기도의 문’을 연상케 한다. `아침엔 정결한 햇빛과 향(向)을 잡아주고’로 이어지는 기도처럼 `어둠을 이기는 여명’이나 `어느 것도 진정 내 것이 될 수 없는’ 삶의 무탐 무욕이 독자의 공감을 얻을 법 하다.
이일기 (시인 · 계간 `문학예술’ 발행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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