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고나면 새로운 의혹…국민은 피곤하다
자고나면 새로운 의혹…국민은 피곤하다
  • 정민지
  • 승인 2016.11.24 18: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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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력이란 단어 허무해”
비관론·무기력증 확산
주말마다 100만 촛불집회
국정공백·경기침체 우려
종이비행기에담은대통령퇴진요구
종이비행기에 담은 ‘대통령 퇴진 요구’ ‘박근혜 대통령 퇴진 촉구, 2차 동맹휴학 제안’ 기자회견을 마친 대학생들이 24일 오후 청와대 인근 청운동주민센터 앞까지 행진한 뒤 퇴진 요구를 담은 종이비행기를 청와대를 향해 날리고 있다. 연합뉴스

30대 직장인 A씨는 아침에 일어나면 스마트폰부터 집어든다. 밤새 새롭게 나온 ‘최순실’ 관련 뉴스를 보기 위해서다. 볼수록 짜증나고 답답하지만 안보면 더 불안하다는 A씨.

지난달 24일 박근혜 대통령의 개헌 발표 직후 터진 최순실 사태가 고작 한달째라는 사실에 “몇년 치 뉴스를 다 본 것 같다”며 과부하를 호소하는 사람들이 늘고 있다.

매일 쉴새없이 쏟아지는 이슈에 국민들은 괴로워하고 있다. ‘흙수저’ ‘헬조선’ 등 자조가 익숙한 청년층은 진짜 ‘금수저’들의 등장에 분노했다. ‘공시족’으로 살아가는 취업준비생들은 최순실의 무자격 측근들이 고위공무원 자리를 꿰찬 것에 박탈감을 느꼈다. 민주화를 외쳤던 중장년층은 상식이 붕괴되고 망가진 민주주의에 개탄하고 있다.

두 차례의 대통령 사과가 되려 기름을 부은 격이 되면서 주말마다 100만 촛불이 밝혀지고 있다. 오는 26일 대통령 퇴진을 요구하는 또 한번 대규모 전국집회가 열릴 예정이다.

처음에는 박근혜-최순실 게이트를 “막장 드라마 뺨친다”며 흥미진진하게 지켜보던 국민들도 지금까지 드러난 전방위적 비리를 목도하고 할 말을 잃어가고 있다. 박 대통령이 버티기 태세로 접어들면서 일부 국민들은 “촛불로는 소용없다”는 비관론과 무기력증에 빠지는 모습을 보이기도 한다.

“아파도 결석 안하려고 학교를 나갔던 내가 바보같다. 누구는 17일 출석하고 이대갔는데.” “공무원 신분이라 참고 있지만 일이 손에 잡히지 않는다. ‘열심히’라는 단어가 요즘처럼 허무하게 느껴진 적이 없다.” “박근혜를 믿었던 한 사람으로 실망이 크다. 자식들 볼 면목이 없다.”

전문가들은 이번 사태처럼 개인의 힘으로 해결 불가능한 구조적 모순에 직면했을 때 집단 구성원들이 우울증에 빠질 수 있다고 분석키도 한다.

이번 국정농단 사태를 두고 ‘순실증’이라는 신조어가 생겨난 이유도 이같은 분노, 허탈감, 자괴감 등을 표현할 말이 없어서다. 온라인상의 다양한 패러디도 ‘순실증’이 가져온 또 다른 허탈함의 표출이다. 청년층이 스스로를 ‘하야세대’로 부르며 촛불집회에 적극적으로 참여하는 것도 혼란과 답답함을 해소하기 위한 방편이다.

국정 공백과 경기 침체도 국민들의 불안을 자극하고 있다. 다음달 2일까지 400조원에 이르는 내년도 예산안 처리를 해야 하지만 현재로는 법정시한을 지킬 수 있을지 불투명하다. 경제 지표가 악화되는 가운데 주요 경제 정책도 표류하면서 한달 앞으로 다가온 2017년의 시작이 순탄치 않을 전망이다.

일각에서는 이번 사태가 길어질수록 큰 혼란이 올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심리적 박탈감이 장기화되면 우발적·폭력적으로 표출될 수 있다고 경고하고 있다.

정민지기자 jmj@idaegu.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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