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렌지 쥬스를 마신다는 게
커피가 쏟아지는 버튼을 눌러 버렸다
습관의 무서움이다
무서운 습관이 나를 끌고 다닌다
최면술사 같은 습관이
몽유병자 같은 나를
습관 또는 습관의 안개나라로 끌고 다닌다
정신 좀 차려야지
고정관념으로 굳어가는 머리의
자욱한 안개를 걷으며
자, 차린다. 이제 나는 뜻밖의 커피를 마시며
돈만 넣으면 눈에 불을 켜고 작동하는
자동판매기를
매춘부라 불러도 되겠다
황금교회라 불러도 되겠다
--------------------------------------------------------
▷강원도 춘천 출생. 춘천교육대학 졸업. 1977년『현대시학』추천을 통해 등단. 이 시는 메커니즘에 대한 풍자와 비판을 담고 있는 시 편이다.
특히 고도산업화 사회에서 인간의 개성이 대량생산의 메커니즘(기계주의)에 의해 말살당하고 있는 고정관념에서 좀체 벗어나지 못하는 형상을 자동판매기를 통해 보여주고 있다.
돈만 꿀꺽꿀꺽 삼키는 물신 숭배시대의 `황금교회’라고 까지 자동판매기에 대해 냉소적인 시니컬한 비판을 가하고 있다.
이일기 (시인 · 계간 `문학예술’ 발행인)
저작권자 © 대구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