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상화의 `빼앗긴 들에도 봄은 오는가.`라는 시제가 언뜻 생각난다. 제 몸 하나 소중하게 여기지 아니할 사람이 어디 있으련만 그 봄을 찾기 위해 많은 사람들이 이역만리 타국에서 풍찬노숙을 하면서 목숨을 초개와 같이 버렸던 시절이 있었다.
99년 전, 30대 초반의 안중근은 일본 제국주의의 원흉인 이토 히로부미를 저격하였다. 그리하여 그는 요즘 많은 사람들의 선망대상 직업인 의사(醫師)가 아닌, 가고 싶지 않고 가기 힘든 의사(義士, 志士)가 되었다. 우리 모두 그와 같은 길을 가자고는 못하겠다.
하지만 우린 그들을 존경하고 추앙하고 그 숭고한 뜻을 자손만대에게 전하는데 깃털 같은 힘이라도 보태보자고 제언을 해본다. 제70돌을 맞는 순국선열의 날(11.17) 기념식에 참석하거나 최소한 어떠한 날인지 인터넷에 검색을 해보는 등의 사소한 일들이 그분들의 뜻을 조금이라도 받드는 일이 아닌가 생각해본다.
순국하신 선열들의 충성스런 정신을 기리는 날을 앞두고 국가보훈(國家報勳)에 대한 지도자의 역할을 생각하게 하는 눈에 띄는 모 신문 기사가 있어 요약해 본다.
`칠흑 같은 어둠이 깔린 10. 29일 새벽 4시가 채 되기 전인 이른 시간,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이 델라웨어주 도버 공군기지를 찾았다. 그는 방금 착륙한 C-17 미군 수송기 앞으로 곧바로 걸어갔다. 인공적 소음이라고 하는 항공기의 엔진 음과 취재진의 카메라 촬영 소리뿐인 시간이 수분 간 지속됐다. 찬 가을바람이 오바마 대통령 일행을 거칠게 몰아 붙였다.
잠시 후 수송기의 문이 열리고 아프가니스탄전 전사자의 유해가 담긴 관이 블랙 베레모를 쓴 미군 장병들에 의해 하나씩 운구 되어 나왔다. 오바마 대통령은 침통한 표정으로 아무 말 없이, 18구의 유해 운구가 끝날 때까지 부동자세로 거수경례를 했다.
모두 이번 주 희생된 15명의 미군과 3명의 마약단속국 요원의 유해였다. 오바마 대통령은 운구식이 끝난 뒤 유가족들을 일일이 위로했다. 오바마 대통령을 태운 전용헬기가 백악관 남쪽 뜰에 다시 내린 것은 새벽 4시45분. 오바마 대통령은 백악관 홀로 다시 들어갔다...`
많은 국민들이 참여하는 가운데 성대하게 치러져야할 순국선열의 날 기념식이 신종플루의 여파로 빛을 잃을까 관계자의 한사람으로써 걱정이 앞선다.
박치우 (대구지방보훈청 총무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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