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수선한 골목 대신 유럽풍 거리…배낭족엔 힐링천국
어수선한 골목 대신 유럽풍 거리…배낭족엔 힐링천국
  • 황인옥
  • 승인 2017.04.05 13: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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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현지의 인도여행기 (6)인도 속 프랑스, 퐁디셰리
300여년간 프랑스의 식민 지배 받아
건물·레스토랑·현관 문까지 이국적
도심 가로지르는 강 건너엔 전통 인도
그림 같은 바다·맛좋은 커피 ‘인상적’
소고기 스테이크 식사 후 식중독 소동
다행히 공영병원은 병원비·약값 무료
퐁디셰리프렌치쿼터
산책하기 좋은 한가한 퐁디셰리 프렌치 쿼터.
피부를 파스락 태워버릴 듯 작렬하는 태양. 숨이 턱턱 막혀올 정도로 더운 기차 안에서 몇 시간을 버틴 결과, 나는 그토록 궁금증을 가졌던 남인도 퐁디셰리(Pondicherry)에 도착할 수 있었다.

남인도 타밀나두주에 있는 퐁디셰리는 현재 ‘뿌두체리’로 명칭이 바뀌었지만 아직까지도 많은 여행자들 사이에선 과거 명칭인 ‘퐁디셰리’ 혹은 ‘폰디체리’로 불리운다. 이 지역은 인도 내에서 ‘작은 프랑스’로 불리며 많은 여행객들의 사랑을 받고 있는데, 그 별칭에 걸맞게 이국적인 건물, 프랑스풍 거리, 그리고 값비싸 보이는 유럽식 레스토랑 등이 블록 마다 곳곳이 들어차있다.

“와~! 도대체 여기가 인도야 유럽이야?”

나는 퐁디셰리 해안가를 따라 걸으며 연신 감탄사를 뱉었다. 아기자기한 초콜릿 가게, 보기만 해도 군침이 사르륵 도는 타르트 전문점, 고풍스런 분위기를 풍기는 액세서리 가게까지. 그간 인도를 여행하며 단 한 번도 보지 못했던 풍경이 눈앞에 펼쳐졌다. 여기가 인도라니. ‘작은 프랑스’라는 별명, 누가 지었는지 거 참 기똥차게 잘 지었잖아?

앞의 설명으로 이미 감을 잡은 이도 있겠지만, 퐁디셰리는 과거 프랑스의 식민 지배를 받았던 지역이다. 이곳은 1976년부터 약 300년간 프랑스 휘하에 있었는데, 중간에 잠시 영국에 넘어간 적도 있었으나 그 기간은 그리 길지 않았다. 퐁디셰리가 프랑스의 손을 벗어나 다시 인도 정부에 넘어왔던 때는 1954년. 무려 300년이나 프랑스인과 인도인, 그리고 영국인 뒤섞여 살았던 만큼 퐁디셰리에는 오늘날까지도 국적이 각기 다른 이들이 한 데 뒤섞여 생활하고 있다.

꽃만개
아름다운 꽃이 만개한 퐁디셰리 프렌치 쿼터 풍경.
내가 퐁디셰리에서 하루에 한 번씩 꼭 했던 일, 바로 프렌치 쿼터로 산책을 나가는 것이다. 퐁디셰리는 도심을 가로지르는 강을 기준으로 ‘인디아 쿼터’와 ‘프렌치 쿼터’ 구역으로 나뉜다. 이는 이름 그대로 전통적인 인도 느낌이 그대로 남아있는 쪽이 인디아 쿼터, 그리고 과거 프랑스 지배의 흔적이 남아 유럽풍 건물이 가득 들어서 있는 쪽이 프렌치 쿼터다.

쿼터재래시장
퐁디셰리 인디아 쿼터 전통시장 모습.
두 구역을 가로지르는 강은 고작해야 성인 걸음으로 스무 걸음 채 될까 말까 할 만큼 좁지만, 사실 이 강을 기준으로 나뉜 두 구역간의 차이는 실로 대단하다. 가장 큰 차이는 바로 두 구역의 분위기. 인디아 쿼터는 이름 그대로 인도 내 다른 지역들의 모습과 별반 다를 바가 없다. 오래된 커리 가게, 낡은 커피숍, 그리고 골목골목마다 자리한 신상(神像)들 까지. ‘작은 프랑스’라는 퐁디셰리의 별명이 민망할 만큼 인디아 쿼터에서는 전혀 ‘프랑스스러운’ 모습을 찾아볼 수 없다. 반면 프렌치 쿼터는 그야말로 프랑스의 거리를 그대로 옮겨 놓은 듯한 모습이다. 앞서 언급했다시피 이 구역은 건물, 레스토랑, 심지어 현관 문짝 하나까지 유럽의 향기가 짙게 베어 있는데, 그렇기 때문에 인도의 번잡스러움으로부터 잠시 벗어나고픈 나 같은 장기 여행자들에겐 아주 보석 같은 휴식 공간이 되어준다.

“아이스 아메리카노 한잔이요~!”

산책 후에 마시는 아이스커피 한 잔은 그야말로 행복이다. 프렌치 쿼터 쪽의 커피숍들은 웬만해선 그 맛이 평균 이상은 되기 때문에 굳이 핸드폰에 고개를 처박고 ‘퐁디셰리 추천 커피숍’ 등을 검색하는 수고를 하지 않아도 된다. 얼음이 귀하디귀한 인도에서 살얼음이 가득 띄워진 아메리카노를 들이키는 일. 거기다 시원한 바닷바람까지 불어와 땀에 젖은 관자놀이를 말려줄 때면 그 어떤 말로도 표현할 수 없을 정도의 만족감이 몰려오곤 한다.

참고로 덧붙이자면, 인도 현지인들이 마시는 대부분의 ‘아이스커피’는 우리가 일반적으로 떠올리는 아이스 아메리카노와 크게 다르다. 인도인들에게 아이스커피란 에스프레소에 진한 우유, 그리고 다량의 설탕을 포함한 매우 달디 단 음료로, 만일 담백하고 쌉싸래한 커피를 기대하며 ‘Ice americano, please~’ 라 외쳤다면 당신은 10분 안에 크게 낭패를 볼 것이다. 우리가 생각하는 쌉쌀한 아이스 아메리카노는 스타벅스나 그 외 대형 프렌차이즈 커피숍 등에서 접할 수 있는데 혹, 한국에서 마시던 아메리카노의 맛과 향이 그리운 여행자들은 퐁디셰리나 바르깔라 같이 서양인들의 방문이 잦은 곳이나, 혹은 뉴델리나 뭄바이와 같이 유동 인구가 많은 도시에 도착했을 때 기회를 놓치지 말고 마음껏 만끽하면 되겠다.

허나, 이런 그림 같은 바다 풍경과 맛있는 음식들의 향연에도 불구하고 나는 퐁디셰리를 마냥 아름답게만 기억할 수는 없었다. 그건 바로 어느 날 새벽, 주변을 깜짝 놀라게 할 만큼의 심각한 열병과 구토 증상으로 응급실에 실려 간 적이 있기 때문이다. 당시 정신을 잃은 나를 병원으로 데려가준 이는 옆방에 머물던 한국인 전 씨. 그는 저녁부터 고열에 시달리던 내가 신경이 쓰였던지 새벽에 핸드폰으로 전화를 걸었고, 내가 방안에서 반응이 없자 결국 주인아주머니께 부탁해 잠긴 문을 열고 들어와 급히 병원으로 데려갔다. 응급실에서 꼬박 하루를 보낸 뒤 알게 된 나의 병명은 ‘food poisoning’. 바로 식중독이었다.

“보통 식중독이라도 이렇게까지 증세가 심각하진 않은데. 도대체 어제 뭘 드신 거예요?”

사실 food poisoning이라는 단어를 듣자마자 곧장 감이 왔다. 일행과 따로 시간을 보냈던 어제 낮 시간, 갑자기 소고기 스테이크가 먹고 싶어져 굳이 릭샤(인도의 교통수단 중 하나)까지 잡아타고 혼자 식당가로 찾아간 기억이 떠올라서였다. 종교적, 문화적 요인으로 인해 소고기 요리 구경하기가 참으로 어려운 인도. 허나 퐁디셰리는 서양인들이 많이 찾는 관광지인 만큼 소고기 스테이크 전문점이 많다는 정보를 입수하곤 ‘이때다!’ 싶은 마음에 홀로 레스토랑 투어에 나섰던 것이다. 그리곤 노릇노릇하게 익은 소고기와, 달큰한 냄새를 풍기는 파인애플에 이성을 잃곤 허겁지겁 한 끼를 뚝딱 해치웠었지. 요리에 사용된 재료의 상태 따위는 조금도 신경 쓰지 않고.

“그러게, 인도에선 소고기 드실 때 특히 조심해야 해요. 여긴 소고기 스테이크의 수요가 늘 있는 게 아니라서 해묵은 재료를 쓰는 가게들이 더러 있거든요.”

이 같은 ‘소고기 식중독 사태’를 예방하는 방법은 딱 한 가지밖에 없단다. 그건 바로 ‘엄청 유명한’ 스테이크 전문점을 찾아가는 것. 각 도시마다 정평이 나있는 스테이크 전문점이 하나씩은 있기 마련인데, 어제처럼 소고기가 먹고 싶을 때는 가격대가 조금 높다하더라도 수요가 꾸준히 일어나는 유명 레스토랑을 찾아가라는 것이다. 찾는 이가 많은 가게일수록 재고 순환이 빠를 것이고, 그만큼 오래 묵은 재료로 인한 식중독 발병률이 현저히 낮아질 테니 말이다.

기왕 병원 신세를 진 김에 조금 더 덧붙이자면, 인도에 있는 대부분의 공영병원은 입원비와 진료비, 그리고 약값까지 모두 무료다. 솔직히 말하자면 나는 응급실에서 정신을 차린 그 순간부터 병원비 걱정을 하지 않을 수가 없었는데, 만일 옆 침대에 누워있던 인도인이 ‘병원비? 그걸 왜 걱정해? 여기 다 무료야’ 라고 말해주지 않았더라면 퇴원하는 그 순간까지 빵꾸 날 카드 값 걱정에 전전긍긍해야만 했을 테다. 무료라니. 심지어 ‘전액’ 무료! 가난한 배낭 여행자에게 이처럼 반가운 정보가 또 있을까. 만일 인도 여행을 계획하고 있는 자가 있다면 이 사항을 꼭 기억해두었다가 응급 시에 유용하게 써먹어보길 바란다. (참고로, 공영 병원이 아닌 사설 병원은 유료다. 함께 기억하자)

인도 속에 숨어있는 ‘리틀 프랑스’ 퐁디셰리. 오랜만에 마신 아이스 커피 한 잔과, 퀴퀴한 냄새가 났던 응급실과, 다양한 인종이 옹기종기 뒤섞여있던 잔잔했던 밤바다가 아주 오랫동안 기억에 남을 것 같다.

여행칼럼니스트 jsmoon0920@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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