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논단>올레길, 둘레길, 자연의 길
<대구논단>올레길, 둘레길, 자연의 길
  • 승인 2009.11.30 10: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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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희흥 대구대학교 역사교육과 교수

올해 여름 식구들과 함께 제주도를 다녀왔다. 필자에게는 두 번째 제주도 여행이다. 첫 번째는 15년 전 신혼여행이다. 신혼여행 때도 다른 부부들은 택시를 전세 내어 제주도를 관광하였지만, 우리는 버스를 타고 제주도의 이름난 관광지보다는 시장이나 역사유적지를 많이 보았다.

이번 여행에는 동행자 중에 어린 애들이 있는 관계로 자연히 테마 관광지가 우선이었다. 우리 부부는 마지막 날 동행자들에서 벗어나 그토록 궁금했던, 올레길의 한 구간(6구간 쇠소깍에서 외돌개)을 걸었다. 서귀포의 바닷길과 마을길 14.4㎞로 약 4~5시간 걸리는 거리이다. 천지연의 웅장함과 소정방 폭포, 이중섭 거리, 마을길 사이의 돌담... 많은 사람들이 자그마한 표시 하나만을 따라 걸으면서 제주도의 자연을 만끽하고 있었다.

올레길이란 “제주농어가에서 해변으로 나가는 골목길”을 뜻하는 제주토속어이다. 제주사람인 제주올레길대표 서명숙씨는 지친 도시생활을 떠나서 스페인 산티아고까지 36일간 자연에 깃들어 걸으면서 자연이 주는 엄청난 위안과 평안, 행복을 처음 경험했다고 한다.

그것을 고향 제주도에 적용한 것이 올레길이다. 제주도는 올레길의 광풍으로 올해 관광객을 600만 명으로 예상하고 있으며, 8월 말 현재 약 450만 명이 다녀갔다고 한다. 기존의 관광지가 아닌 마을 곳곳의 제주 사람들이 사는 바로 그곳이다. 비포장도로도 많으며, 오감으로 제주를 느낄 수 있는 자연의 길이다.

자연친화적인 걷기 열풍은 전국으로 확산되어 올레길, 둘레길, 모티길 등의 이름으로 전국에서 만들어지고 있다. 이것은 새롭게 길을 포장하는 것이 아닌 자연 그대로 있는 것을 사람들이 이용할 수 있도록 한 것이다. 대표적인 것으로 지리산 둘레길로 전북 남원, 전남 구례, 경남 하동·산청·함양의 지리산 자락 80여 개 마을에 걸쳐 있는 고갯길, 숲길, 강변길, 논둑길, 농로, 마을길 등 300㎞를 연결하였다.

2007년 시작돼 현재 5개 구간 70㎞의 길이 이어졌다. 대구 올레길은 1구간인 동구 아양루에서 수성구 신매역까지 11㎞ 3시간 거리로 금호강을 따라 걷는 코스, 2구간은 불로천주교회에서 도동측백나무 숲까지의 7㎞ 2시간 거리로 불로천변을 따라 걷는 코스가 있다.

현재 정부는 4대강 사업을 추진 중이다. 한강, 금강 낙동강, 영산강을 희망의 강, 미래행복의 강, 소통·체험의 강, 공감의 강이란 이름으로 추진하면서 지난 11월 16일 첫 기공식을 가졌다. 그런데 그 과정을 보면 일방적인 밀어붙이기 식이다. 4대강 유역의 환경영향 평가나 문화재지표조사 역시 형식적이다.

예를 들어 문화재 지표조사의 경우만 하더라도 조사기간도 너무 짧고, 조사원이 모자라자 조사원의 자격을 낮추기까지 하였으며, 조사원 1인당 하루 6만 3천여 평을 조사해야 할 정도로 형식적인 면이 많다. 문화 유산은 우리 세대가 아닌 다음 세대의 것이다.

우리는 중국 진시황릉의 병마용의 발굴을 본받아야할 것이다. 1974년 3월 우물을 파던 농부가 발견한 후 고고학자들은 6,000구가 넘는 실물 크기의 병사와 병마 도용(陶俑)을 찾아냈다. 이들 도용은 모양이 동일한 것이 하나도 없는 것으로 보아 실물을 모델로 했으리라고 추측하고 있다.

그 외 실제 모양의 마차, 예전에는 광물성 안료로 밝게 칠해져 있었던 것으로 보이는 진흙상들도 있다. 시안 유물은 고고학자들의 발굴 작업이 진행될 때부터 지붕으로 덮여 보호되었으며, 현장에 세워진 진용박물관(秦俑博物館)에서 특별히 관리되고 있다.

그러나 아직 시황제의 무덤 자체는 발굴되지 않았다. 능 내부는 광대한 지하궁전으로, 각지에서 징발된 70만여 명의 일꾼들을 동원해 36년이 넘게 걸려 완성했다고 한다. 이 황릉을 완전히 발굴해내려면 아마도 몇 세대가 더 소요되어야 할 것이다. 그런데 놀라운 사실은 세계의 고고학자들이 발굴 비용을 주겠다고 데도 중국에서는 추가 발굴을 거부한다는 것이다.

현재의 발굴 기술로서는 광물성 안료를 밝히는데 한계가 있기 때문에 다음 세대에게 발굴 기회를 넘겨야 한다는 것이다. 백제의 무령왕릉을 발굴한 고 삼불 김원룡 박사도 평생 후회하는 것이 정치가의 압력 때문에 빗속에서 왕릉을 발굴한 것이라고 하였다.

4대강 사업을 통해 사람들이 살기 좋은 환경을 만들겠다고 한다. 그러나 4대강이라는 이름으로 문화재를 함부로 훼손할 수 있는가? 또한 사람들이 올레길에 열광하는 이유를 아는가? 그것은 자연을 인위적으로 변경한 것이 아닌 자연 그대로의 모습을 보고 느끼기 위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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