때묻지 않은 절경…충신의 절개를 품다
때묻지 않은 절경…충신의 절개를 품다
  • 김민정
  • 승인 2017.06.08 21: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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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철순의 '역사·문화 숨결따라' <2> 봉화군
조선 중기의 충신 충재 권벌의 낙향지
청암정 정자·충재고택 등 역사 오롯이
전체 면적의 83% 자연 그대로의 산림
기암괴석마다 역사·전설 깃든 청량산
사찰·암자·청량정사 등 다양한 유적
계서당…이몽룡 실제 인물이 살았던 곳
산타마을…산타 관련 각종 테마로 꾸며
목재문화체험장…산림욕장 등 시설 갖춰
오전약수탕…철 성분 많아 쏘는 맛 일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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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량산
청량산
충신의 절개와 성찰의 자연을 품다.
단순하게 살기가 참으로 어려운 세상이다. 복잡한 세상일수록 내면을 들여다보고 생활을 단순하게 살아가라고 부추겨 보지만 쉬운 일은 아니다. 복잡한 세상사를 잠시 뒤로 하고 자신의 내면과 은밀하게 만나고 싶다면 산세가 수려하고 선비 정신이 오롯이 깃든 예절의 고장, 경북 봉화로 떠나 보길 추천한다. 경북 봉화는 전체 면적의 83%가 오염되지 않은 자연 그대로의 산림으로 이루어져 있어 조용한 안식처가 되기에 충분하다. 충재 권벌의 유적지를 비롯해 도립공원으로 지정된 청량산을 위시한 명산의 자연 경관이 빼어나고 국보급 보물들이 산재해 있는 봉화의 역사와 문화의 향기 속으로 들어가 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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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재 권벌의 은거지 닭실마을

봉화 닭실마을은 나지막한 산세와 울창한 소나무 숲, 넓은 바위와 깨끗한 물이 넘쳐흐르는 청량한 곳이다. 사시사철 자연이 주는 풍경은 한 폭의 수채화를 담아낸다. 닭실마을은 마을의 모양이 마치 금닭이 알을 품고 있는 ‘금계포란형’이라 해서 붙여진 이름이다. 그래서일까. 이곳의 아름다움을 조선 중기 실학자 이중환은 저서 『택리지』에서 우리나라의 손꼽히는 4대 길지(吉地) 경승지로 칭송했다.

자연 풍광의 아름다움만큼 오늘날 닭실마을을 유명하게 한 데는 그만한 연유가 있다. 이곳은 바로 조선 중기 충신 충재 권벌의 낙향지로 자신을 성찰하며 15년 동안 학문적 연구와 후진 양성에 힘을 기울인 시간의 흔적이 켜켜이 쌓여 있기 때문이다.

충재 권벌은 조선 중종 2년(1507년) 문과에 급제하여 사관을 비롯해 중앙과 지방의 여러 요직을 두루 거쳐 예조참판에 올랐던 영남사림의 대표적 인물이다. 권벌은 관직에 있을 때기묘사화와 을사사화를 겪는다. 격변을 겪을 때마다 올바른 시각으로 정국을 바로잡으려고 애썼지만 충신의 의로움은 매번 빗나가 마침내 외지에서 죽음을 맞는다. 선조 때 억울함이 풀어져 충정이란 시호를 받고 영의정에 추증된 충신이다.

청암정
청암정
권벌은 기묘사화 때 조광조의 개혁을 지지했다는 이유로 파직 당하여 봉화 닭실마을로 옮겨오면서 안동 권씨 세거지를 형성했다. 이곳에서 ‘청암정(靑巖亭)’이라는 정자를 세우고 세상 풍파를 뒤로 하며 학문에 매진해 많은 정신적 유산을 남겼다. 청암정은 거북 모양의 암반 위에 주위에는 연못을 두르고 자연의 형세를 그대로 살려 미학적 아름다움을 더했다.

명승 제 60호로 지정된 청암정에는 ‘청암수석(靑巖水石)’이란 현판이 걸려 있다. 이 글씨는 조선 시대 문신이자 빼어난 서예가인 미수 허목이 청암정의 아름다움과 충재 선생의 충절을 추모하여 쓴 것이다. 청암정 맞은편에는 권벌이 기거했던 ‘충재’라는 별채가 있다. 청암정 인근에는 안동 권씨 충정공파의 유물이 보관된 ‘충재박물관’이 있고, 왼쪽에는 충재의 19대 종손이 사는 ‘충재고택’이 있어 역사와 전통을 고스란히 이어오고 있다.

충재박물관에는 충재 선생과 관련된 전적, 고문서, 서첩 등 각종 문서류들이 전해지고 있다. 보물 261호인 충재일기, 보물 262호인 근사록이 대표적인 유물이다.

닭실마을 앞으로는 울창한 송림과 너럭바위들이 즐비한 석천계곡이 있다. 그곳에 권벌의 아들 권동보는 ‘석천정(石泉亭)’을 지어 선친의 유지를 받들며 유생들을 가르치며 여생을 보냈다고 하는데 부전자전의 깊은 뜻을 누가 알랴.

◇짙푸른 녹음, 기암괴석이 손짓하는 청량산

경북 봉화에는 봉우리 기암괴석마다 역사와 전설이 깃든 도립공원 청량산이 또 다른 자랑거리다. 자연경관이 수려해 예로부터 소금강이라고 불리며 명산으로 손꼽힌다. 열두 봉우리와 수직으로 하늘에 닿을 듯한 기암절벽이 장관을 이루며 태백산에서 시원(始原)한 낙동강이 웅장한 절벽을 끼고 유유히 흐른다.

청량산(靑凉山) 육육봉(六六峰)을 아나니 나와 백구(白鷗)/ 백구(白鷗)야 훤사(喧辭)하랴 못 미들손 도화(桃花)로다/ 도화(桃花)야 떠나지 마라 어주자(漁舟子) 알까 하노라

퇴계 이황의 ‘청량산가(靑凉山歌)’다. 복사꽃이 흘러가 청량산의 무릉도원을 어부가 알면 어쩌나 염려하며 청량산 12봉우리 빼어난 절경을 고이 간직하고픈 마음을 시로 표현했다. 퇴계가 청량산의 아름다운 선경을 얼마나 아끼고 사랑했는지를 느끼게 하는 대목이다.

사람들의 발길이 쉬이 닿지 않는 경북 내륙 깊숙한 곳에 숨어 있는 청량산은 33곳의 사찰과 암자가 있었으며, 원효대사가 창건한 유리보전, 퇴계 이황이 수도하며 성리학을 집대성한 청량정사, 최치원의 유적지인 고운대와 독서당, 명필 김생이 글씨 공부하던 김생굴, 공민왕이 홍건적 난을 피해 은신한 산성 등 많은 유적을 담고 있어 유불선(儒佛仙)의 역사적 의미를 되새기게 한다.

그 옛날 부처와 보살의 현신인 양 청량산 중심에는 구름으로 산문을 지은 청정도량 청량사가 있다. 육육봉 연꽃의 꽃술 한 가운데 오롯이 자리한 청량사는 원효대사가 신라 문무왕 3년(663년)에 창건한 천년 고찰이다. 고려 시대 고불 법장선사에 의해 중창을 거쳐 보조국사 지눌, 서산대사, 사명대사 등 수많은 고승들이 수행처로 삼은 곳이다. 청량사에는 깍아지른 절벽 위에 우뚝 솟은 5층 석탑과 유리보전, 응진전, 선불장 등 여러 전각이 참배객들을 맞는다.

그 밖에도 청량산에는 자란봉과 선학봉을 잇는 국내 최고 현수교량(懸垂橋梁)인 하늘다리가 있고, 병자호란 때 기인 임장군이 강을 뛰면서 바위를 잡고 턱걸이를 했다는 턱걸바위와 층층절벽으로 이루어진 금탑봉, 바람에 금방 떨어질 듯 절벽 위에 달려 있는 동풍석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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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봉화 명소 구석구석 둘러보기>

▲춘향전 이몽룡 생가 계서당

계서당2
계서당
봉화에는 우리가 잘 아는 <춘향전>에 나오는 이몽룡의 실제 인물이 살았던 역사 현장이 있다. 봉화군 물야면 가평리에 위치한 계서당이 바로 그곳이다. 계서당 입구에는 ‘이몽룡(성이성) 기념사업회’란 현판이 그 옛날 아련한 추억으로 상상의 나래를 펴게 한다. 계서당은 <춘향전>에서 이몽룡의 실제 인물로 알려진 성이성이 1610년에 건립하여 문중 자제들의 훈학(訓學)과 후학 배양에 힘쓴 서당이다. 성이성은 봉화 출신으로 13세에 아버지를 따라 남원으로 가서 살다가 17세에 남원을 떠나기까지 그 사이에 춘향이와의 사랑이 싹텄던 것이다. 그러다가 22살에 과거에 급제하여 경상도, 충청도를 거쳐 45세 때 호남으로 암행어사 발령을 받아 다시 남원으로 가게 된다. 후에 성이성은 어린 시절 스승이던 조경남(趙慶男)을 만나 광한루에서 회포를 풀면서 어릴 적 남원에서 춘향이와의 사랑 이야기를 하게 되는데 선생은 그것을 바탕으로 <춘향전>을 만들었다고 한다. 계서당에는 사당과 어사화, 성덕비, 묘, 족보를 비롯해 문서철이 보관되어 있다.

▲분천면 산타마을

봉화군 소천면 분천 2리에 있는 분천역은 산골마을 간이역이다. 분천역은 하늘도 세 평, 땅도 세 평인 승부역을 지나가는 협곡 구간을 왕복 운행하는 국내 최초 개방형 관광열차 백두대간 협곡 열차의 출발지이다. 이 열차는 하루 3회 운행하며 분천↔비동↔양원↔승부↔철암을 운행하고 있다. 분천역은 최근 ‘산타마을’로 변신해 초대형 트리와 루돌프 포토존, 산타 시네마와 체험관 등 산타와 관련된 각종 테마로 꾸며져 가족과 함께 즐길 수 있는 겨울 여행지로 인기가 높다. 고즈넉한 시골 간이역에 대형 풍차, 트리, 산타 슬라이드, 이글루, 눈썰매장, 마차체험 등이 준비되어 있고, 레일바이크를 타고 산타마을을 한 바퀴 둘러볼 수도 있다. 또 마을주민이 운영하는 토속 음식장터와 농특산물 판매장, 산타카페, 로컬푸드장을 운영하고 있어 다양한 먹거리도 즐길 수 있다.

▲목재문화체험장

봉화군 봉성면에 위치한 목재문화체험장은 선조들의 목재문화를 배우고 체험할 수 있는 곳이다. 우리 생활 속에 목재의 쓰임을 알아보고 목재의 종류와 생산과정 등을 한 눈에 볼 수 있고 목재를 활용한 다양한 생활공예품과 학습기구, 놀이기구 등 나무 제품을 직접 만지고 느끼고 만들어 볼 수 있다. 특별히 봉화 춘양목의 우수성을 홍보하기 위해 마련된 목재문화체험관은 삼림욕장과 자생식물단지, 목재놀이시설, 잔디 광장과 노천카페, 운동시설 등을 두루 갖추고 있어 관람객과 체험객에게 즐거움과 휴식을 동시에 주고 있다.

▲오전약수탕

오전약수는 조선시대에 봉화 물야면 오전리에 살면서 후평장과 춘양 서벽장을 드나들며 봇짐장수를 하던 곽개천이라는 보부상이 꿈에 산신령이 알려줘서 발견했다는 이야기가 전해온다. 약수터에는 약수를 발견한 보부상을 기념하는 석조물이 세워져 있다. 오전약수는 조선 성종 때 가장 물맛이 좋은 약수를 뽑는 전국 약수대회에서 1등 약수로 선정되어 조선 최고의 물맛을 자랑하던 곳이다. 조선 중종 때 풍기군수로 부임한 주세붕이 즐겨 이 약수를 찾았는데 “마음의 병을 고치는 좋은 스승에 미칠 만하다”고 칭송하며 오전약수를 찬양하는 4편의 시를 남기기도 했다. 오전약수는 철 성분이 많아 주변이 붉은 색으로 물들어 있는데 톡 쏘는 맛이 일품이다. 주변에는 약수를 이용한 다양한 먹을거리가 있다.

봉화는 산림휴양의 고장이다. 곳곳에 남아 있는 선비정신을 음미하며 느림의 미학으로 조용한 시간을 보내기에 안성맞춤이다. 나그네처럼 천천히 마을길을 걸어보고 산의 정기에 취할 수 있는 여행지로 그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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