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는 만큼 보인다
아는 만큼 보인다
  • 승인 2017.06.25 10: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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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경호 대구시의사회 공보이사, 대경영상의학과의원 원장
요즘 인터넷이나 방송, 신문을 보면 하루에도 몇 번씩 유방질환에 관한 기사나 프로그램을 접한다. 유방질환, 특히 유방암이 집중조명 받게 된 것은 불과 10년 정도의 일이다. 언론에 보도된 뉴스를 보고, 혹은 인터넷에 찾아보니 내 증상과 똑같아서, 또 옆집 아무개 아줌마가 유방암이라고 진단받아서 등등 이유도 다양하게 하루에도 몇 명씩 진료실 문을 두드린다. 그러나 여성들이 걱정하고 병원을 찾는 빈도에 비해 유방암에 대한 지식은 그만큼 따라가지 못해서 안타까운 적이 한두 번이 아니다. 얼마 전 유방암으로 수술 받은 지 1년 된 환자분을 진료하고 깜짝 놀란 적이 있다. 1기 암이라 수술은 잘 끝났고, 처방대로 약을 잘 복용하고 정기검진만 제때 받으면 완치될 확률이 높은 경우인데, 약 복용을 임의로 중단하고 있었다. 이것은 암의 재발에 영향을 줄 수 있는 심각한 실수임을 자세히 설명하여 약을 복용할 것을 권고하고, 수술한 병원에서 다시 상의할 것을 충고하였다. 정보의 바다 속에서 생활하지만 실제 와 닿는 유효한 정보의 빈곤함을 절실히 실감한 경우였다. 짧은 지식이나마 실생활에 도움이 되고자 여성이라면 알아두어야 할 정보 몇 가지라도 정리해 보려한다.

첫째 유방암은 최근 환자수가 급속도로 증가해 여성암 중에서 1위를 차지한다. 유방암은 조기 발견해도 생존율이 좋지 않은 여타 암과는 달리 일찍 발견하여 적절한 치료를 받으면 생존율이 매우 높다. 가장 흔한 암이면서 조기 발견하면 완치가 가능한, 한마디로 정복할 수 있는 병이라는 것이다.

둘째, 서구의 경우 폐경 뒤인 60세 이상에서 많은데 비해 우리나라의 경우 환자의 절반 이상이 40세 이하이며, 특히 20-30대가 환자의 25%를 차지한다. 즉, 우리나라 여성들은 일찍부터 유방암에 관심을 가지고 적극적으로 관리해야 한다.

셋째, 유방암 검진은 스스로 하는 자가 진단법과 병의원에서 하는 정기 검진이 있다. 자가 진단법은 매달 월경 후 5일정도 뒤에 스스로 유방을 만져보고 혹이 촉진되는지, 유두분비물이 있는지 등의 변화를 살피는 것이다.

35세 이후에는 증상이 없더라도 1-2년 간격으로 병의원에서 정기 검진을 받는 것이 필요하다. 유방촬영과 초음파검사, MRI등의 검사법이 있다. 유방촬영은 유방을 눌러서 찍는 X-선 촬영으로 유방검사의 기본 검사법으로 쓰이고 있다. 유방촬영은 압박과 촬영 조건, 자세가 적절해야 고화질의 영상을 얻을 수 있으므로 촬영시 압박으로 인한 통증은 감내해야 한다. 우리나라 여성의 경우, 서양 여성의 유방에 비해 유선 조직이 많고 조밀하여 유방 촬영상 하얗게 나오는 치밀 유방이 많다. 치밀 유방의 경우 병변이 있더라도 유방 조직에 가려져 찾기 어려울 수 있으므로 이를 보완하기 위한 초음파검사가 필요하다. 그렇다면 유방촬영은 압박으로 인한 통증과 방사선 노출의 단점이 있고, 치밀 유방이 많아 초음파검사를 다시 해야 하는 경우가 많은데 굳이 유방촬영을 해야 할까? 유방촬영은 건너뛰고 초음파검사만 하면 어떨까? 결론부터 말하면 좋은 생각이 아니다. 초음파검사에서는 안보이고 유방촬영에만 보이는 소견이 있기 때문이다. 비정상적 모양 및 분포를 나타내는 미세 석회화는 유방암의 초기 징후이므로 매우 중요한 소견이나 유방 촬영에서만 나타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유방촬영을 생략하고 초음파검사만 하는 것은 매우 위험하다 하겠다. 또한 유방촬영과 초음파검사는 상호 보완적이므로 한 곳에서 시행하는 것이 좋고, 피치 못하게 다른 곳에서 할 경우, 유방촬영사진을 카피하여 초음파검사 전에 제출하는 것이 좋다.

35세 이하의 젊은 여성에서의 유방 검진은 또 다르다. 유방촬영에서 치밀 유방이 나올 확률이 높고 상대적으로 방사선 피폭량이 많으므로, 35세 이하의 젊은 여성의 검진에서는 초음파검사를 기본으로 권고한다. 유방촬영은 임상적으로 필요할 경우에만 의사와 상의 후 최소한으로 하는 것이 좋겠다.

넷째, 유방암 검진 시 제대로 된 장비와 인력을 갖춘 병의원에서, 적절한 방법으로 검진을 받아야 한다. 최근에는 큰 병원이나 유방전문 클리닉, 영상의학과의원이 아니더라도 동네의 작은 내과, 가정의학과, 산부인과, 외과에서도 제대로 된 검사를 받을 수 있다. 그래서 요즘은 장비면보다 인력면에서 의사가 직접 유방촬영사진을 판독하고 초음파를 직접 시행하는지 확인하는 것이 중요하겠다. 특히 초음파 검사는 아직 검사 인력의 자격 요건이 확립되어 있지 않아 일부 의료기관에서는 비의료인에 의한 검사가 시행되고 있어 주의를 요한다.

“아는 만큼 보인다.” 유홍준 교수가 밀리언셀러 ‘나의 문화유산 답사기’에서 밝혀 유명해진 금언이다.

똑같은 상황이라 하더라도 관심이나 지식에 따라 인지하는 정보량은 상당한 차이가 나고 이것은 필연적으로 병의 조기 진단 및 치료의 경과에도 영향을 미친다. 백세시대를 위해 건강한 내 몸 관리법에 조금만이라도 더 관심과 노력을 가지는 것이 필요하지 않을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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