캔버스에 풀어낸 공포와 극복 과정
캔버스에 풀어낸 공포와 극복 과정
  • 황인옥
  • 승인 2017.07.09 15: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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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달 8일까지 갤러리팔조 손파展
침·플라스틱 조각 등 활용
‘문제풀이’ 주제 형상화
베니스비엔날레 참여 경험
새로운 자극제로 다가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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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파 개인전이 갤러리 팔조에서 8월8일까지 열리고 있다.
베니스비엔날레 이야기가 빠질 수 없다. 그 이야기부터 먼저 건드렸다. 그러자 그의 눈빛이 흔들렸다. 어제일처럼 기억이 살아나는 듯 했다.

“세계 곳곳에서 온 관람자들이 작품의 재료가 무엇인지 알고 싶어 하고, 날카로운데도 주저 없이 작품을 만져보는 모습이 감동이었다. 작품과 보다 깊이 소통하려는 태도가 낯설면서도 자극적이었다.”

침과 플라스틱 원재료 등 쉽게 사용할 수 없는 재료로 예술 세계를 펼쳐가고 있는 손파는 2017베니스비엔날레 특별전 초대 작가다. 특별전은 베니스 명소 리알토 다리 근처에 위치한 팔라조 벰보와 팔라조 모라 두 곳에서 11월 26일까지 열리고 있다.

손파는 지난 5월 13일부터 일주일 일정으로 전시 개막식에 참여하고 왔다. 올해의 특별전에는 손파 외에도 그가 소속된 갤러리 팔조 전속작가 김완과 심향이 초대됐다.

손파는 공포를 다룬다. 누구에게나 닥치는 위기 상황이나 특정 대상에 대한 트라우마 등 공포를 바라보는 태도를 작품의 바닥에 깐다. 공포, 즉 두려움에 대한 인식으로부터 출발해 그것을 분별하고 판단하면서 해결의 실마리를 찾는 과정을 작품에 표출한다. 개념적 바탕, 작품을 제작하는 과정 모두 문제해결과 관계되는 것.

“순간순간 내게 닥치는 어려움에 적극 개입해서 해결하려고 한다. 그렇지 않으면 계속해서 고통으로 남게 된다.”

개념적인 토대가 두려움이나 상처이다 보니 사용하는 재료도 남다르다. 날카로운 침이나 칼 그리고 플라스틱 원재료 등 도전이라는 표현이 어울릴 법한 힘든 재료들을 선택한다. 물성 자체로 공포스러운 것들 일색. 작품 제작에 앞서 재료를 만만하게 다룰 수 있는 기술부터 습득해야 한다.

“재료를 해체하고 치밀하게 분석하는 과정을 거친다. 문제를 두려움으로 두기보다 극복하기 위한 태도가 재료에도 그대로 적용된다.”

최근 갤러리 팔조에서 전시를 시작한 손파. 입체작품에서 벗어나 이번 전시에는 평면을 걸었다.

전시 주제는 ‘문제풀이’. 그동안 해왔던 문제와 관련된 작업의 연장선이다. 침과 플라스틱 등 재료의 일관성은 그대로 유지된다. 반면에 입체를 평면에 구현하면서 두려움을 어떻게 처리하느냐가 관건인데 입체작품과 또 다른 시각을 확보했다. 1m가 넘는 침을 직접 만들어 평면에 붙이기도 하고, 플라스틱 원재료를 먹처럼 사용하기도 한다.

“날카로운 재료들을 평면에 얹었더니 느낌이 새로웠다. 끊임없이 변화하는 것은 새로운 창작으로 연결된다는 점에서 좋은 시도였다.”

베니스비엔날레 이야기로 돌아와 지구촌의 가장 핫한 작가들과 전시를 하고 있는 감상을 묻자 비장함이 감돌았다. “베니스비엔날레에서 내 작품의 현주소를 봤다. 부족한 것이 무엇인지, 향후 어떤 방향으로 나아갈지가 극명하게 드러났다.”

곧이어 향후 작품의 방향성을 물었다. 구상하고 있는 작품들이 많은 듯 이야기를 쏟아냈다. 베니스에서 받은 자극이 생각보다 크, 아이디어가 샘솟는다고 했다. 하지만 한계도 만만치 않다고도 했다.

“베니스에서 세계적인 작가가 되는 길을 보았다. 첫째는 스케일, 둘째는 이슈였다. 스케일이 방대해야 하고, 시대의 담론이 담겨야 한다. 내용과 규모가 동시에 충족해야 한다. 문제는 경제적 여건이다. 일단은 내가 할 수 있는 선에서 최선을 다하며 조금씩 성장하는 길 밖에 없다.” 전시는 8월 8일까지 갤러리 팔조에서.

황인옥기자 hio@idaegu.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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