맹장염과 충수염
맹장염과 충수염
  • 승인 2017.08.07 10: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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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기둥 마크원외과 원장
흔히들 맹장염으로 알고 있는 급성충수염은 외과에서 수술을 필요로 하는 가장 흔한 질환 중 하나입니다. 전국에서 매년 10만 명 이상이, 대구 ·경북에서는 5000여명 이상이 급성충수염으로 수술 받고 있습니다. 결론적으로 15% 정도의 국민이 평생을 사는 동안 급성충수염 진단 하에 수술을 받을 수도 있다는 것을 뜻하며, 통계상 평생유병률(사람이 사는 동안 발생할 확률)은 8~10%정도로 알려져 있습니다. 급성충수염을 흔히들 맹장염이라고 부르기도 하는데요, 정식 명칭이 아닙니다. 맹장은 엄연히 존재하는 별개의 해부학적 구조물로 대장과 소장이 연결된 부위 아래쪽에 주머니처럼 존재하는 대장의 일부 부위를 ‘맹장’이라고 합니다. 급성충수염과 맹장염이라는 명칭에 혼돈이 생긴 이유가 여기 있는데요, 충수가 맹장에 붙어있는 구조물이기 때문이지요.

급성충수염은 처음 발생한 후 몇 시간에서 며칠에 걸쳐서 다음과 같은 진행과정을 보이게 됩니다. 비천공성(충수 내부에 감염이 머물러 있는 경우) → 단순천공성(염증이 심해져서 세균과 염증세포가 충수 밖으로 새어나온 경우) → 천공과 함께 주위조직에 염증을 유발한 경우(국소복막염) → 천공으로 인한 농양(고름주머니)이 주변에 형성된 경우(충수주위농양), 또는 천공으로 인한 범발성 복막염(배안에 골고루 염증이 퍼진 경우). 나이가 많은 어르신들이나 아주 어린 영유아의 경우에는 목숨까지도 위험해 질 수 있다고 보셔야합니다.

외과 의사들끼리 자주 하는 말이 있습니다. “외과의사는 아빼-appe(급성충수염, appendicitis의 줄임말)로 흥해서 아빼로 망할 수 있다.”

그만큼 충수절제술이 외과의사에게는 가장 기본적이면서도 흔하게 접하는 수술이지만, 경우에 따라서는 매우 위험할 수도 있는 병이기 때문에 방심은 금물이란 의미로 하는 이야기랍니다.

그렇다면 충수염은 왜 발생하는 걸까요? 기본적인 원리는 ‘막힘’입니다. 어떤 이유에서든지 맹장과 충수의 연결부위가 막히거나 좁아지게 되면 충수로부터 대장으로 향하는 정상적인 장운동이 차단되고, 충수 내부는 고인 물이 썩듯이 세균이 과다증식되면서 염증성분으로 채워지게 되고 결국 독성물질을 분비하게 됩니다.

급성충수염은 10~20대 젊은 연령층에서 주로 발병하며, 20대 초반에 가장 흔합니다. 젊은 연령층에서 충수염이 많이 발병하는 이유는 앞서 설명한 막힘 현상이 더 흔하게 일어날 수 있기 때문입니다. 10~20대 연령층은 림프저류, 림프부종, 림프절염 등이 잘 발생하는 연령대인데요, 충수주변의 림프선에 문제가 발생하면 충수와 맹장 연결부위 주변부의 압력이 증가하고 그 결과 ‘막힘’현상이 생기기 쉽습니다. 그 외에 막힘 현상의 원인으로는 흔히 충수석이라고 부르는 장내부의 이물질에 의한 경우, 대장암에 의한 경우, 또는 원인을 확인할 수 없는 경우까지 다양합니다.

발병 초기에는 식욕이 떨어지고 소화가 안 되면서 매슥거리는 증상이 먼저 시작된 후 배꼽 위나 배꼽 주변부에 통증이 나타납니다. 이 때 1~2회 정도 구토를 하기도 하며 충수가 위치한 오른쪽 아랫배에는 아무런 증상이 없고 단지 손으로 눌렀을 때 미세한 통증만 느껴집니다. 이런 증상이 있을 때 섣불리 집에 있는 진통제나 장염치료제를 복용하지 마시고 병·의원에서 제대로 된 진단을 받는게 우선입니다.

그러나 이러한 증상들은 매우 전형적인 경우이고 실제로는 전혀 거리가 먼 증상으로 시작하면서 진행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미국외과학회지에 실린 몇몇 논문에 따르면 CT나 초음파검사를 통해 급성충수염 진단을 받았음에도 불구하고 수술 후 조직검사에서는 염증병변이 발견되지 않는 경우가 10%였고, 반대로 CT·초음파 소견은 정상이었으나 임상증상과 외과의사의 경험을 토대로 수술을 시행한 후 조직검사에서 염증병변이 발견되어 최종적으로 확진되는 경우도 10%정도였다고 합니다. 이런 연유로 확진하긴 애매하지만 충수염 이외에 달리 증상을 설명할 도리가 없을 경우에는 보다 적극적으로 수술을 시행하는 편입니다. 예전과는 매우 안전하고 신속한 수술이 가능하기 때문에 조기에 수술을 하는 것이 심각한 합병증을 미연에 방지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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