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 누구나 배가 고프면 민간인이 운영하는 중국집을 방문하여 짜장면, 우동, 짬뽕을 자유롭게 먹을 수 있는 나라가 있다. 단, 짜장면, 우동, 짬뽕의 원가는 5000원인데 비용은 정부가 마음대로 정하여 원가의 70%인 3500원만 중국집에 지불하도록 강제적으로 정해놓았다고 설정하자. 여기에 원가부분은 직원들과 음식을 만드는 주인의 기본적인 인건비가 포함된 가격이다. 그런데 정부가 강제한 금액은 재료비를 약한 상회하는 금액, 즉 인건비를 거의 산정해 주지 않는 금액이고, 주인의 입장에서는 직원들의 급료를 주지 않을 수가 없다. 그리고 건물임대료 등의 부대비용을 내고나면 주인의 몫은 이일을 왜하나 싶을 정도의 금액만 남게 된다. 산술적으로 중국집은 한 그릇 팔 때마다 1500원씩 적자가 나는데 그 적자의 폭은 주인이 메우는 양상이라 보면 된다. 1500원씩 적자가 나는 것보다 더 큰 문제는 ‘진짜 배가 고픈 손님에게 팔아야만 음식값을 지불 한다’는 매우 애매한 기준이다. 중국집 사장이 봤을 때는 분명히 손님이 배가 고픈 것이 맞아 짜장면을 팔았는데 그 자리에 있지도 않았던 정부가 그 손님은 진짜 배가 고프지 않았다며 3500원조차 수시로 삭감하여 돈을 주지 않는다. 이런 일이 자꾸 반복되다보니 중국집 사장은 짜장면 팔기가 점점 싫지만, 배운 게 짜장면 만드는 기술이라 어쩔 수 없어 영업을 계속할 수밖에 없었다. 이런 현실을 개선하기 위해서 중국집 사장은 열심히 노력하여 탕수육, 팔보채, 양장피, 고추잡채 등의 요리를 원가 2만원에 개발했고, 국민들도 이런 맛있는 요리를 맘대로 사 먹을 수 있게 되었다. 그러던 어느 날 정부에서 정부의 곳간에 20조라는 돈이 쌓여 있으니 앞으로는 이 돈으로 탕수육, 팔보채 등 요리도 전부 원가 이하로 짜장면처럼 쉽게 사먹을 수 있게 하겠다는 발표를 한다. 사실 이 돈은 짜장면값을 원가 이하로 매겨, 중국집 주인에게 마땅히 지급하였어야 하는 돈을 주지 않고 모아둔 것이다. 정부의 곳간에 모아둔 돈이 충분하니 짜장면값 원가부터 정상화하겠다는 상식적인 생각이 아니라 그 돈으로 앞으로 탕수육, 팔보채까지도 전부 원가 이하로 사먹게 하면 국민들이 좋아하겠다는 생각을 한 것이다. 단 이런 요리는 짜장면, 우동, 짬뽕을 도저히 먹을 수 없을 때만 사먹을 수 있고, 그 이외 상황에서는 중국집은 절대 탕수육, 팔보채 등을 팔아서는 안 되며 이를 어기면 음식 값을 주지 않다는 기준도 정부가 맘대로 정했다. 이 발표에 중국집 사장들은 심하게 동요하고 불만을 터뜨리기 시작한다.
첫째, 20조라는 흑자에도 짜장면값을 제대로 주지 않는 정부가 탕수육, 팔보채 등의 원가는 앞으로 제대로 주겠다는 말은 도저히 믿을 수 없기 때문이다. 그 말이 진정성이 있으려면 짜장면, 짬뽕의 원가부터 당장 제대로 주어야 하는 것이다.
둘째, 짜장면, 짬뽕을 먹을 수 없는 사람에게만 탕수육, 팔보채를 팔아야 한다는 애매한 삭감 기준을 핑계로 이미 만들어서 제공한 탕수육, 팔보채 값 전액을 지급하지 않는 경우가 자주 일어날 것이 우려되고, 지금까지 정부가 짜장면 지급을 해온 양상으로 보아서는 충분히 일어날 수 있는 일이다. 나의 노력은 고사하고, 이미 만들어서 준 재료비는 어떻하라는 말인지, 탕수육, 팔보채도 팔기가 싫어질 판이다.
셋째, 국민들이 회비를 전혀 더 내는 것 없이도 짜장면 뿐 아니라 탕수육, 팔보채를 중국집에서 마음껏 먹을 수 있다는 선전은 허구인 것을 잘 알기 때문이다. 곳간에 쌓아둔 돈이 소진되면 결국 국민들이 회비를 더 내지 않을 수 없다. 돈이 하늘에서 떨어지지는 않는다.
넷째, 이제는 정부가 정한 기준에 맞지 않으면 탕수육, 팔보채를 팔아서는 안 되므로 국민들이 왜 내가 먹고 싶을 때 내 돈 주고 탕수육, 팔보채를 사 먹을 수 없냐고 화를 낼 것이 뻔하다. 정부가 시키는 대로 안할 수는 없고, 결국에 욕은 고스란히 중국집 사장이 먹게 된다.
이것은 요즘 의료계에 돌고 있는 짜장면 의료보험 이야기이다. 우리나라 의료 보험의 현실을 이해하기 좋게 풀어서 쓴 것임은 굳이 부언하지 않아도 될듯하다.
지난 8월 9일, 의료비의 보장성을 크게 올리는 이른바 ‘문재인 케어’를 대통령이 직접 발표한 후 의료계의 시름이 깊다. 앞으로 5년 내에 개인의 의료비를 대폭 줄이겠다는 좋은 취지에는 공감하나, 방법과 속도가 문제다.
재정을 감당할 방법, 지출을 줄이는 방법, 무엇을 우선에 둘 것인가 등 전 국민의 동의와 충분한 토론과 정교한 시뮬레이션이 필요한 방대한 작업을 모두 생략하고 서둘러 일방적으로 선언해버린 것이다. 의료계 내부에서는 지난 수십년간 의료계를 옭죄어 온 원가 이하의 짜장면값 정책의 신버젼이 될까 우려하는 분위기도 있지만, 한편으로 새 정부가 난제를 잘 풀어 나갈 것이라는 기대와 성원 또한 작지 않다.
정부는 지금이라도 의료계를 비롯한 각계각층과 충분히 소통하고 고민하여 누이 좋고 매부 좋은 정책이 될 수 있도록 노력해 주었으면 한다. 부디 ‘문재인 케어’가 중국집 사장도 웃고 시민에게도 좋은, 그런 묘수가 되었으면 한다.
첫째, 20조라는 흑자에도 짜장면값을 제대로 주지 않는 정부가 탕수육, 팔보채 등의 원가는 앞으로 제대로 주겠다는 말은 도저히 믿을 수 없기 때문이다. 그 말이 진정성이 있으려면 짜장면, 짬뽕의 원가부터 당장 제대로 주어야 하는 것이다.
둘째, 짜장면, 짬뽕을 먹을 수 없는 사람에게만 탕수육, 팔보채를 팔아야 한다는 애매한 삭감 기준을 핑계로 이미 만들어서 제공한 탕수육, 팔보채 값 전액을 지급하지 않는 경우가 자주 일어날 것이 우려되고, 지금까지 정부가 짜장면 지급을 해온 양상으로 보아서는 충분히 일어날 수 있는 일이다. 나의 노력은 고사하고, 이미 만들어서 준 재료비는 어떻하라는 말인지, 탕수육, 팔보채도 팔기가 싫어질 판이다.
셋째, 국민들이 회비를 전혀 더 내는 것 없이도 짜장면 뿐 아니라 탕수육, 팔보채를 중국집에서 마음껏 먹을 수 있다는 선전은 허구인 것을 잘 알기 때문이다. 곳간에 쌓아둔 돈이 소진되면 결국 국민들이 회비를 더 내지 않을 수 없다. 돈이 하늘에서 떨어지지는 않는다.
넷째, 이제는 정부가 정한 기준에 맞지 않으면 탕수육, 팔보채를 팔아서는 안 되므로 국민들이 왜 내가 먹고 싶을 때 내 돈 주고 탕수육, 팔보채를 사 먹을 수 없냐고 화를 낼 것이 뻔하다. 정부가 시키는 대로 안할 수는 없고, 결국에 욕은 고스란히 중국집 사장이 먹게 된다.
이것은 요즘 의료계에 돌고 있는 짜장면 의료보험 이야기이다. 우리나라 의료 보험의 현실을 이해하기 좋게 풀어서 쓴 것임은 굳이 부언하지 않아도 될듯하다.
지난 8월 9일, 의료비의 보장성을 크게 올리는 이른바 ‘문재인 케어’를 대통령이 직접 발표한 후 의료계의 시름이 깊다. 앞으로 5년 내에 개인의 의료비를 대폭 줄이겠다는 좋은 취지에는 공감하나, 방법과 속도가 문제다.
재정을 감당할 방법, 지출을 줄이는 방법, 무엇을 우선에 둘 것인가 등 전 국민의 동의와 충분한 토론과 정교한 시뮬레이션이 필요한 방대한 작업을 모두 생략하고 서둘러 일방적으로 선언해버린 것이다. 의료계 내부에서는 지난 수십년간 의료계를 옭죄어 온 원가 이하의 짜장면값 정책의 신버젼이 될까 우려하는 분위기도 있지만, 한편으로 새 정부가 난제를 잘 풀어 나갈 것이라는 기대와 성원 또한 작지 않다.
정부는 지금이라도 의료계를 비롯한 각계각층과 충분히 소통하고 고민하여 누이 좋고 매부 좋은 정책이 될 수 있도록 노력해 주었으면 한다. 부디 ‘문재인 케어’가 중국집 사장도 웃고 시민에게도 좋은, 그런 묘수가 되었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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