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팔공시론>장수(長壽)기업의 조건
<팔공시론>장수(長壽)기업의 조건
  • 승인 2009.12.16 15: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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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 호 정(전 대구경북섬유산업협회 전무이사)

8, 90년대 향토기업으로 세계적인 직물수출회사이며 대구섬유의 자존심이었던 섬유업계의 빅 쓰리와 아파트의 대명사였던 건설업계의 빅 쓰리가 거의 창업주 당대에서 도산된 후 우리들의 기억에서 점점 멀어지고 있어 안타까움을 금할 수 없다.

한국은행의 조사보고서에 의하면 2007년 기준으로 전 세계에서 200년 이상 되는 장수기업은 총 5,586개사이며 특히 일본에는 1,000년이 넘는 역사를 가진 장수기업이 7개사나 있으나 우리나라에는 200년 이상의 기업은 아예 없고 오비맥주로 유명한 두산(1896년 창립)과 국내 최장수 브랜드인 부채표 활명수의 동화약품(1897년 창립)이 100년을 조금 넘겼을 뿐이다.

장수기업에 관해 정확히 정립된 기준은 없으나 세계적인 통계는 일반적으로 장수기업클럽인 에노키안협회(The Henokiens Association of Family and Bioentenary Companies)에 가입된 기업을 말하며 에노키안이란 구약성서에 나오는 `에녹’이 365년이나 살았다는 데서 유래한 이름이다.

일본 오사카의 건설회사인 곤고구미(金剛組)는 금년이 창립 1431주년으로 서기 578년 쇼토쿠(聖德)왕자가 백제로부터 세 사람의 장인을 초청하여 각각 사찰을 건립토록 했으며 이중의 한사람이었던 유중광(柳重光: 곤고 시게미쓰)이 시텐노지(四天王寺)라는 사찰을 건립하는 과정에서 만든 사찰전문건축회사이며 현존하는 세계최장수기업이다.

이러한 장수기업들은 몇 가지 공통점이 있으며 그 첫째는 의식주와 관련된 기업들이다. 독일의 슐로스 요하니버그(768년 창립), 이탈리아의 프레스코발디(1106년 창립), 프랑스의 에그벨(1239년 창립)은 와인회사이며 음료, 식품, 목공 등의 기업들이 장수기업군에 많이 포함되어 있고 그 외에는 불황과 관계없는 생활필수품 제조회사들이 차지하고 있다.

둘째는 기술보다 기업의 신뢰가 우선이다. 일본의 실천경영학회가 실시한 100년 장수기업 앙케이트에 의하면 영업상 가장 중요시 하는 요소로 거래처와 고객의 신뢰(복수응답 92%), 상품과 서비스에 관한 신뢰(82.2%), 기술력(69.6%)의 순으로 기술력 보다는 신뢰가 앞서고 있으며 곤고구미가 건립한 고베의 가이코인의 대웅전은 1995년 10만 채의 건물이 파괴된 고베 대지진때도 건재하여 기술이 기업신뢰로 이어지는 본보기가 되고 있다.

셋째는 작고 강한 기업이다. 일본의 경우 창립 100년 이상 기업의 89.4%가 종업원 300명 미만의 중소기업으로 대대로 이어오는 가업의 경우가 대부분이고 될수록 기업규모를 작고 강하게 하여 위기에 대처하는 `곤충전략’ 을 구사하고 있으며 코끼리 같이 몸집을 키우다 보면 결국에는 인도코끼리와 아프리카코끼리만 남게 된 생태계와 마찬가지로 위험부담이 크므로 지구상 전 동물의 4분의 3을 차지하고 있는 곤충의 생존전략을 추구하고 있는 것이다.

넷째는 장자상속이 아닌 적자(適者)상속을 취하고 있다. 곤고구미의 장수요인은 장자상속을 고집하지 않고 가장 유능한 경영자에게 회사를 물려주었기 때문이며 때로는 다 쓰러져가는 회사를 걸출한 여장부가 일으켜 세운적도 있고 2006년 회사가 파산위기를 맞았을 때는 1428년간 회사를 이끌어온 곤고 가문이 물러나고 영업양도방식으로 회사를 존속시키기도 했다.

또 1625년 창업한 주류업체인 후꾸미쓰야(福光屋)는 형제중 적임자 한명에게만 사업승계를 시키고 나머지 형제들은 회사를 떠나게 하여 경영권 분쟁을 차단하고 있으며 200년 역사의 이시가와(石川)청과물시장은 이사들의 자제 중에서 후계자를 선택하는 것이 관례이다.

우리 대구경북에도 할매곰탕과 따로국밥만이 아닌 진정한 의미의 장수향토기업이 나와 시도민의 사랑을 받으며 전국화, 세계화 되어가는 과정을 볼 수 있게 되기를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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