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논단>얻으려 할수록 잃는 것도 있다
<대구논단>얻으려 할수록 잃는 것도 있다
  • 승인 2009.12.16 15:44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심후섭 (아동문학가 교육학박사)

더 넓은 집으로 이사를 한 후배가 넋두리를 한다. 우선 출근길이 달라져서 스트레스를 받는다는 것이다. 출근 코스가 여러 갈래로 나있어서 아침마다 어느 길로 갈 것인가를 망설이게 된다고 하였다.

그리하여 어느 한 길을 정하더라도 조금만 막히면 저쪽 길이 더 나을 뻔했구나 하는 생각이 드는데 그것은 반대의 길을 가도 마찬가지라는 것이다. 전에는 이보다 더 멀었지만 그 길밖에 다른 길이 없어서 스트레스를 덜 받았는데 이번에는 선택의 폭이 넓어진 만큼 스트레스가 더 많아졌다는 것이다. 이제 곧 몇 번의 시행착오를 거쳐 익숙해지면 다소 해소되겠지만 당분간은 이 스트레스를 겪어야 할 것 같다고 하였다.

그런데 이 선택에 대한 스트레스는 새 아파트에 필요한 여러 물건을 구입하는 데도 깊이 작용하였다고 하소연한다. 사야할 제품의 종류와 질이 너무나 다양하여서 도대체 어느 것이 가장 경제적이면서도 실용적인지를 구분하기 힘들었다는 것이다.

질이 나빠 보여도 브랜드를 내세우며 값이 비싼 경우가 있는가 하면 질은 좋아 보이는 데에도 디자인이나 색상이 취향에 맞지 않을 경우도 있어서 이리저리 생각 끝에 `에라 모르겠다.’하는 심정이 들 때가 한두 번이 아니었다는 것이다. 그뿐만 아니라 비슷비슷한 것 같은 데도 가격은 엄청나게 달라서 나중에 보면 속은 기분이 들 때도 있었다고 하였다.

전에 살던 집 근처에는 책방을 겸한 문방구 가게도 있고 떡볶이 가게도 있어서 아기자기한 맛이 있었는데 새 집 근처에는 높은 건물의 그림자로 아직은 을씨년스럽기까지 하다고도 하였다.
이 말을 들으니 자기 뜻대로 집을 짓겠다고 설계도를 그리며 즐거워하던 어느 선배가 `집, 그거 한 번 짓지 두 번 다시 짓지 못한다.’라며 푸념하던 일이 떠올랐다.

다양한 제품이 쏟아져 선택의 폭이 넓어졌는데도 왜 사람들은 스트레스를 피할 수 없을까? 더 큰 집에 갔는데도 왜 가슴 한구석이 빈 듯한 느낌이 들까? 결국 하나를 얻으면 다른 하나는 잃을 수도 있다는 말이 되는데 이 공허함을 무엇으로 이겨내어야 하는 걸까?

문득 미국의 수필가 헨리 데이비드 소로(H.D. Thoreau)의 수필 한 구절이 떠오른다. 그는 1845년부터 3년 동안 도끼 한 자루만 들고 월든의 숲 호숫가에 작은 오두막을 짓고 자급자족으로 철저하게 청순 간소한 생활을 영위하며 자연과 인생을 직시하였다는 평을 받고 있다. 그의 생활 기록으로서 그의 인간과 사상에 대한 정수를 엿볼 수 있는 `월든’(Walden, or Life in the Woods)에서 그는 다음과 같이 말한 바 있다.

“먹고사는 문제를 해결하고 또 유지하는 데에 자신의 모든 시간을 다 바치는 분주한 사람들, 마치 독점권이라도 가진 것처럼 신에 대해 떠들어대며 그 외의 다른 어떤 견해도 용납하지 않으려는 목사들, 의사와 변호사들 그리고 내가 자리를 비웠을 때 찬장과 침대를 엿보는 무례한 가정주부들(그 부인은 어떻게 내 침대 시트가 자기 것보다 깨끗하지 않다는 것을 알았을까?),

더 이상 젊은이이기를 포기한 젊은이들, 조건이 좋은 안정된 직업을 선택하는 것이 안전하다고 결론을 내린 젊은이들, 이런 종류의 사람들은 한 결 같이 현재 내가 머물고 있는 곳에서는 중요한 일을 할 수 없다

고 말합니다. 그렇습니다. 바로 그것이 문제였습니다. 그들처럼 고루하고 우유부단하여 겁이 많은 사람들은 질병과 불의의 사고 그리고 죽음에 대해서만 생각하며 살고 있습니다. 그들의 눈에는 인생이 위험으로 가득 차 있는 것입니다. 하지만 위험에 대해 생각하지 않는다면 그 어떤 위험도 없는 것입니다.” (94쪽)

그렇다. 우리는 새로운 것을 얻으려 할수록 더 많은 스트레스에 직면하게 된다. 그렇다고 해서 처음부터 물러설 수도 없다. 이 문제의 답은 우리가 우리의 삶을 어떻게 살아야 하는가에 대한 근본적인 물음과도 연결되어 있다. 문제는 우리가 어떠한 신념을 가지고 이에 대처해야 하느냐에 달려있다. 우리의 삶은 매 순간순간 선택의 연속으로 이루어져 있지 않은가.
  • 대구광역시 동구 동부로94(신천 3동 283-8)
  • 대표전화 : 053-424-0004
  • 팩스 : 053-426-6644
  • 제호 : 대구신문
  • 등록번호 : 대구 가 00003호 (일간)
  • 등록일 : 1996-09-06
  • 인터넷신문등록번호: 대구, 아00442
  • 발행·편집인 : 김상섭
  • 청소년보호책임자 : 배수경
  • 대구신문 모든 콘텐츠(영상,기사, 사진)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은바, 무단 전재와 복사, 배포 등을 금합니다.
  • Copyright © 2024 대구신문. All rights reserved. mail to micbae@idaegu.co.kr
ND소프트
많이 본 기사
영상뉴스
SNS에서도 대구신문의
뉴스를 받아보세요
최신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