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싸거나 아주 비싸거나’…추석선물도 양극화 뚜렷
‘싸거나 아주 비싸거나’…추석선물도 양극화 뚜렷
  • 김지홍
  • 승인 2017.09.26 17: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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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드 갈등·北 미사일 위협 등
불안요소에 서민 지갑 닫혀
중저가 실속형 선물 인기
부유층 소비엔 영향 적어
수백만원대 굴비·한우 완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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롯데백화점 대구점에서 한 고객이 360만원짜리 명절 굴비 선물 세트를 보고 있다. 롯데백화점 대구점 제공

추석을 앞두고 북한 핵실험 등 영향으로 소비심리가 위축되면서 소비 양극화 현상이 두드러지고 있다. 명절 선물 세트의 구매 트렌드가 이를 방증하고 있다. 가성비(가격 대비 성능) 좋은 저가 선물 세트와 초고가 선물 세트의 구매가 크게 늘고 있다. 유통업계에선 고가 선물의 이례적인 판매 증가율이 부정청탁금지법, 이른바 김영란법의 생활화와 경기 침체에 따른 기저효과로 보고 있다.

◇명절 앞두고 얼어붙은 소비 심리

올해 상반기 상승 곡선을 이어오던 소비자심리지수가 두 달 연속 떨어졌다. 북한의 핵실험 등 지정학적인 불안한 정세와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배치 등으로 인한 중국의 경제 보복이 원인으로 보인다.

26일 한국은행이 발표한 ‘9월 소비자동향조사 결과’에 따르면 이달 소비자심리지수(CCSI)는 107.7로 지난달(109.9)보다 2.2포인트 떨어졌다. 소비자심리지수는 올해 2월부터 7월까지 수출 호조와 새 정부 출범에 대한 기대감 등으로 꾸준히 상승했으나 8월에 1.3포인트 하락했다. 이달 들어 지수의 하락폭도 커지면서 소비자 심리 상승세가 확연히 꺾인 분위기다. 소비자심리지수는 기준값(2003년 1월∼2016년 12월 평균치)인 100을 넘으면 경제상황에 대한 기대 심리가 낙관적이고, 그 이하면 비관적임을 의미한다.

향후경기전망CSI가 100에 미치지 못한 것도 지난 4월(89) 이후 5개월 만이다. 향후경기전망CSI는 6개월 뒤 가계 인식을 나타내는 지표다. 이는 경기에 대한 비관적 전망이 다시 우세한 상황으로 볼 수 있다. 현재 경기상황에 대한 가계 인식을 나타내는 현재경기판단CSI도 지난달보다 6포인트 하락한 87, 소비지출전망CSI도 2포인트 하락한 107를 기록했다.

한은의 소비자동향조사는 한반도 긴장 수위가 고조된 지난 12일부터 19일까지 전국 도시의 2천200가구(응답 2천13가구)를 대상으로 실시됐다. 앞서 3일 북한이 6차 핵실험을 단행한 뒤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가 북한에 대한 ‘군사옵션’이 있다고 밝히면서 한반도 내 지정학적 위기가 크게 부각했다.

한은은 지수가 100 이상을 유지하고 있기 때문에 하락세가 본격화하고 있다고 보기는 어렵다고 분석했다. 한은 관계자는 “북핵 리스크와 사드 문제가 소비자심리지수 하락에 복합적으로 작용한 것으로 파악됐다”면서도 “일시적인 충격으로 다시 조정될 것”이라고 말했다.

◇초고가 명절선물세트 날개 돋친 듯

낮은 소비 심리에 대한 예상을 깨고 주요 백화점에서 선보인 초고가 추석 선물세트는 ‘완판’ 행렬을 이어가고 있다.

유통업계에 따르면 롯데백화점은 100개 한정으로 내놓은 130만원짜리 프리미엄 한우(6.5kg) 선물세트와 20개 한정으로 선보인 360만원짜리 프리미엄 굴비세트(3.3kg)가 모두 팔렸다.

롯데백화점 대구점도 193만원짜리 의성마늘소 선물세트, 150만원짜리 정관장 뿌리삼 세트, 100만원짜리 와인 폰타나 프레다 세트 등이 인기가 높다.

고가 선물의 판매 호조 덕분에 추석 선물세트 매출도 22.8% 증가했다. 임한호 롯데백화점 대구점 식품 담당은 “VIP 고객용으로 단체 구매를 하는 기업들이 구입을 서두르면서 가격대가 상대적으로 높은 프리미엄 30~40만원대 한우·수입육과 100만원이 넘는 고가 천년다랑 굴비 세트 등을 찾는 사람들이 40% 가량 증가했다”며 “상품이 없어서 못 파는 경우도 있다”고 말했다.

신세계백화점의 경우 120만원짜리 명품 목장한우 선물세트 60세트가 모두 동났다. 100만원짜리 한우 세트도 180세트 중 160세트가 판매됐다. 120만원짜리 명품 특대 굴비세트는 30세트 중 20세트가, 98만원짜리 자연송이 선물세트는 100세트가 팔렸다. 현대백화점도 100세트 한정으로 준비한 120만원짜리 한우 선물세트는 74세트가 판매됐고, 130만원짜리 명품 굴비세트 30세트 중 24세트가 팔리면서 완판을 앞두고 있다.

유통업계는 이번 명절은 유난히 중저가 실속형과 고가 프리미엄 선물세트가 동시에 인기를 누리는 양극화 현상이 뚜렷하다고 분석했다. 유통업계 관계자는 “청탁금지법과 무관하게 상위 5%의 부유층은 소득 수준에 맞춰 자유롭게 추석 선물을 준비하는 분위기”라며 “수백만원대의 프리미엄 선물들과 5만원 이하의 저가 선물로 양분화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고 말했다. 김지홍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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