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기는 것보다
내용에 만족하는 것이
얼마나 외로운 건지
나는 안다
앞서는 것보다
뒷전이 편안한 것이
얼마나 초라한 건지도
나는 안다
더러는 이기고 싶고
더러는 앞서고 싶다
그렇지만
그 외로움과
그 초라함이
바로 나인 것을 나는 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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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원도 홍천 출생. 홍천중학교 졸업. 1979년『현대문학』추천을 통해 등단. 한국문인협회 회원, 삼악시동인. 시집으로「낮은 소리로」(1986),「생의 갈피에서」(1987)「핏줄」(1991),「모닥불」등 다수 있음.
시 `나는 안다’는 인간이 지닌 자기모순에 대한 자성이 깔려 있다. 또 자기 자신에 대한 긍정과 부정의 모순적 실체를 예리하게 꿰뚫어 보이고 있다. `앞서는 것보다 / 뒷전의 편안한 것’의 긍정을 통해 부정적 모순으로써 편안한 것이 `얼마나 초라한 건지’를 해학적으로 표출하고 있다. 인간의 심상에 내재하고 있는 부정과 긍정, 모순과 자성의 반복적 이중성을 `외로움과 / 그 초라함이 / 바로 나인 것’으로 드러내고 있는 시편이다.
이일기(시인 · 계간 `문학예술’ 발행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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