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전한 나라를 만들려면
안전한 나라를 만들려면
  • 승인 2018.01.28 20:41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이준엽(이비인후과 원장)


최근 제천화재참사 및 인천 영흥도 낚싯배 충돌사고, 이대 목동병원 중환자실 신생아사망사건까지 여러 안타까운 사건들에 이어 또다시 세종병원 화재 참사가 발생하였다.

안타깝게도 이러한 안전사고들은 비단 최근에 급증한 것이 아니라 오래전부터 우리 주변에 있어온 듯하다. 과거 삼풍백화점 및 성수대교 붕괴사건부터 세월호 침몰사건, 서울지하철 스크린도어사망사건등 이루 말할 수 없을 정도이다.

이런 안전사고의 공통점을 꼽자면 안전 확보에 대한 투자가 인색했다는 점이 아닐까 한다. 소방인력이 충분히 확충되고 좀 더 최신설비를 갖추었더라면, 세월호의 안전점검이 더 확실했더라면, 스크린도어 수리시 인력이 충분하여 2인1조로 근무했더라면 이런 안타까운 사건을 미연에 예방하거나 사망자를 줄일 수 있었을 것이다.

이런 안전사고 예방을 위해서는 무었을 투자해야 될까? 답은 간단하다. 자본을 투자하고 관심을 기울이는 것이다.

안전한 나라는 저절로 만들어지는 것이 아니다. 소방시설을 확충하려면 모든 국민들이 세금을 더 내어야 하고 지하철관리 인력을 확충하려면 지하철 요금의 인상을 감내해야만 한다.

이는 의료에서도 마찬가지다. 이대 목동병원 중환자실 신생아사망사건의 경우에도 여러 가지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경찰에서 수사중이다. 철저한 조사를 통해 원인파악과 이를 반면교사삼아 앞으로 이런 일이 다시는 벌어지지 않도록 해야함은 당연지사다.

사망사건의 원인으로 여러 가능성이 떠오르고 있지만 어찌되었건 근본 문제는 열악한 의료현실 때문이다. 신생아 인큐베이터 1대당 평균 연간 6000만원의 적자가 난다고 한다. 민간 자본으로 운영되는 병원에서 수익은 커녕 운영할수록 적자가 날 수밖에 없는 이유는 현 건강보험하에서 정해진 인큐베이터 사용비용이 원가에도 못 미치기 때문이다. 해가 지날수록 적자가 누적되어 병원 입장에서는 인건비를 줄이기 위해 최소 인력으로 운영하다 보니 근무시간이 길어지고 1인당 돌봐야 할 환자수가 많아져 의료진의 피로도가 쌓일 수밖에 없다. 의료 소모품 또한 최저가를 사용할 수 밖에 없는 것이 현실이고 심지어 일부 1회용 의료기기의 경우 건강보험공단에서 소독하여 재활용할 것을 공식적으로 권고하고 있는 실정이다.

비단 의료계 뿐만 아니라 사회전반에서 안전사고가 반복되고 있다. 안전사고에 대한 대처방식은 정권이 바뀌어도 변함이 없다. 예전 박근혜 정부는 세월호 사건이후 해경을 해체하였고 이번 문재인정부는 제천화재 참사후 충북소방본부장등을 직위해제하였다.

이대 목동병원 신생아사망사건도 마찬가지로 병원장등이 책임을 지고 사퇴하였고 주치교수등에게 책임을 물으려 하고 있다. 그러나 단순히 해경 해체, 소방본부장 직위해제 및 병원장 사퇴등의 단순 처벌위주의 방식으로 안전사고가 예방되지는 않는다.

근원적으로 안전사고를 예방하기 위해서는 안전에 투자를 해야만 한다. 정부 관계자도 안전확보에 비용이 든다는 것을 모를리는 없다. 그렇다면 왜 투자에 인색한 것일까? 안전한 나라를 만들기 위해서는 많은 비용이 소요되기 때문이다. 세금인상과 지하철같은 공공재요금 상승 및 건강보험료 인상이 불가피함을 국민들에게 설득해야 하는데 정치가들이 정권유지를 위하여 당장의 지지율에만 신경쓰다 보니 포퓰리즘에 빠져 이를 외면하기 때문이다.

또한 우리 스스로도 반성해야 한다. 안전한 나라를 만들어야 함에는 동의하면서도 이에 대한 비용을 본인이 분담하려고 하지 않는 경향이 있다.

예로 일부 국민들은 외상센터 이국종교수의 노고와 희생을 칭송하면서 모든 의료진에게 사명감과 희생을 강요하곤 한다.

하지만 타인에게 사명감과 희생을 강요하는 사회는 바람직하지 않은 사회이다.

신조어중 젊은 청년들에게 정당한 대가를 지불하지 않으면서 부당하게 열정만을 요구하는 형태를 비꼬아 만든 열정페이란 단어가 있다.

마찬가지로 정당한 대가를 지불하지 않으면서 특정 직군의 사명감과 희생을 강요하는 소위 사명감페이도 잘못된 행태가 아닐까 한다.

안전한 나라를 만들려면 그에 걸맞은 투자가 필요하다.
  • 대구광역시 동구 동부로94(신천 3동 283-8)
  • 대표전화 : 053-424-0004
  • 팩스 : 053-426-6644
  • 제호 : 대구신문
  • 등록번호 : 대구 가 00003호 (일간)
  • 등록일 : 1996-09-06
  • 인터넷신문등록번호: 대구, 아00442
  • 발행·편집인 : 김상섭
  • 청소년보호책임자 : 배수경
  • 대구신문 모든 콘텐츠(영상,기사, 사진)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은바, 무단 전재와 복사, 배포 등을 금합니다.
  • Copyright © 2024 대구신문. All rights reserved. mail to micbae@idaegu.co.kr
ND소프트
많이 본 기사
영상뉴스
SNS에서도 대구신문의
뉴스를 받아보세요
최신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