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팔공시론>노인을 공경해야 할 또 다른 이유
<팔공시론>노인을 공경해야 할 또 다른 이유
  • 승인 2010.01.04 15: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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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규성 (논설위원)

몽고에 전해 내려오는 민담에 이런 것이 있다. 옛날 아주 옛날에 몽고에서는 아주 잔혹한 일들이 벌어졌다. 그 당시 사람이 나이 들어 예순 살이 되면 그의 아들이 양의 꼬리를 늙은 부모의 입에 물리고, 동물의 뼈를 목구멍에 처박아 숨을 못 쉬게 하여 죽이는 고려장 같은 일이 벌어졌다. 그리고 젊은 아들이 이렇게 하지 않으면 가족 전체가 몰살당하는 무서운 법이 시행되고 있었다.

그런데 어느 집의 아버지가 예순 살이 되었다. 그 집 아들은 어쩔 수 없이 나라의 법을 따르지 않을 수 없어 마침내 아버지를 죽이기로 결심했다. 그러나 그때까지 가족을 위해 힘들게 일한 아버지의 얼굴을 보니 차마 죽일 수가 없었다. 무서운 형벌과 비정한 살인 사이에 고민하던 젊은이는 결국 아버지를 땅속에 숨기기로 결정했다.

그 날 밤 자기 집 뒷마당에 구덩이를 파고 그 속에 아버지를 숨긴 후 매일 밤 몰래 밥도 갖다 주었다. 그리고는 마을에 아버지가 죽었다고 소문을 냈다. 결국 그 젊은이의 아버지가 살아있다는 사실은 아무도 알 수가 없었다.

그러던 어느 날, 부족 간의 피비린내 나는 전쟁이 늘 벌어지던 와중에 이웃나라 왕이 이 나라에 두 가지 선물을 보내왔다. 한 선물은 사람의 모습을 보기만 하면 몸뚱이 자꾸 커지는 나귀 같은 동물이었고, 또 다른 선물은 어느 쪽이 밑동이고 위인지 전혀 알 수 없는 커다란 통나무 조각이었다.

사실 이 선물은 선물이 아니라 협박이었다. 이웃나라 왕은 이 나라 왕이 얼마나 지혜로운 지 시험하기 위해 이 선물 두 개를 보냈고, 그 중 하나는 어떤 동물인지, 또 하나는 통나무의 위와 아래가 어디인지를 알아내어 한 달 내에 전해달라고 알려왔다.

왕은 도저히 알 수가 없었다. 궁중의 신하들을 모두 모아 놓고 물어보았으나 아는 이가 없었다. 그래서 왕은 하는 수 없이 전국에 방을 붙여 이 두 문제를 맞히는 사람에게는 높은 벼슬과 더불어 공주와 결혼을 시켜주겠다고 제안했다. 행운을 잡으려고 구름처럼 사람들이 모여들었지만, 이 기묘한 문제의 해답을 풀 사람은 없었다.

그 날 밤 뒷마당에 숨겨놓은 아버지에게 몰래 밥을 갖다 주던 아들은 아버지에게 이 사실을 이야기했고, 아버지는 자신을 구해준 고마운 아들에게 그 문제의 답을 알려주었다. “나무의 밑동과 위쪽은 그 나무를 냇물에 띄우면, 어떤 나무든 일단 물에 뜨면 밑동이 앞쪽을 향하고 위쪽이 뒤가 되어 흘러가기 때문에 바로 알 수가 있단다.

그 이상하게 생긴 동물은 악마쥐로, 궁전에 들어가기 전에 아주 큰 고양이를 옷 속에 감추고, 그 동물 앞에서 옷을 살짝 걷어 고양이 머리를 보여주면, 악마쥐는 순간 몸이 오그라들게 되고 그때 고양이를 풀어주면 모든 일이 끝난단다.”

다음 날 이웃나라 왕이 제시한 문제를 풀지 못해 전전긍긍하던 왕 앞에 효성이 지극했던 젊은이가 나타났다. 젊은이는 아버지가 말한 대로 이상한 동물 앞에 다가가 고양이의 머리를 살짝 보여주었다. 그랬더니 그 동물은 점점 몸이 오그라들더니 마침내는 조그마한 쥐로 변해버렸다. 젊은이는 고양이를 풀었고 고양이는 이상하게 모습이 변했던 악마쥐를 잡아먹어 버렸다.

그 다음 젊은이는 통나무 조각을 냇가로 가져갔다. 나무를 물위에 띄우자, 한번 빙그르르 돌더니 물길을 따라 흘러 내려갔다. 앞쪽과 뒤쪽을 바꾸어 다시 물에 띄워도 여전히 조금 전과 같이 방향을 틀어 흘러 내려갔다.

왕은 젊은이의 지혜에 감탄했다. 왕의 찬사에 젊은이는 용기를 내어 왕에게 사실을 알렸다. 위기에 처했다가 빠져나온 왕은 젊은이의 말을 다 듣고 오랫동안 생각에 잠겼다. 그리고는 왕의 명령으로 그때부터 예순이 넘은 노인을 살해하는 풍습을 금지시켰다.

이렇게 오랜 삶의 경험을 통해 축적된 노인의 지혜는 위기에 처한 나라를 구했고, 효성이 지극했던 자신의 아들을 공주와 결혼시킬 수 있었던 것이다. 삶의 지혜는 노인을 공경해야 할 또 다른 이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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