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의 가치를 대구의 역사에서 찾다
대구의 가치를 대구의 역사에서 찾다
  • 승인 2018.02.13 14: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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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성아(이학박사, 전 대구시의원)


미국은 어찌 보면 유럽이나 아시아의 오래된 국가들에 비해 그 역사가 참 짧다. 백번 양보해서 1492년 콜럼버스이 신대륙 발견 때부터라고 하더라도 수천년의 역사를 가지고 있는 국가들에 비해 짧다. 실제로 미국이 1776년 7월 4일 독립선언을 통해 아메리카합중국으로 시작되었다고 생각한다면 채 300년이 안된 역사이다. 아이러니한 것은 상대적으로 짧은 역사에도 불구하고 미국은 국가적으로 문화역사유적에 대한 애정과 관심이 굉장히 높고 이를 보존하려는 생각이 굉장히 강하다. 그리고 늘 새롭게 건설하고 바꾸기보다는 오래된 것을 잘 복원하여 실생활에서 신구가 조화롭게 공존하여 불편이 없도록 하는 사례를 많이 봐 왔다. 여행 삼아 미국 동부를 간 적이 있다. 천년고도 경주가 지척인 대구에서 평생을 산 나로서는 200여년 된 미국의 한 도시인 보스턴이 그렇게 역사성을 강조하며 오래된 건물을 훼손하거나 철거 개발하지 않고 불편하더라도 최대한 그 외형을 유지하며 생활하는 것이 인상 깊었다.

대한민국은 어떠한가. 우리나라는 역사는 길지만 단기간 경제가 급성장하도록 추진하면서 문화역사적 가치보다는 개발과 성장에 급급하면서 많은 소중한 것을 잃었고 또 잃고 있다. 목전에 있는 땅덩어리가 개발이 되어 큰 이익을 창출할 수 있다면 무조건 부수고 높은 건물을 올리고 교량을 건설하고 터널을 뚫는 것이 너무 당연한 것으로 여겨왔다. 하지만 어느 정도 산업화가 안정이 되고 일상의 삶이 도시화가 되고 편리해지면서 사람들은 자연스럽게 문화와 역사에 관심을 갖게 되는 것도 경험한 적이 있을 것이다. 어릴 때 경주로 여행을 가면 이름도 모를 큰 무덤들을 놀이터 삼아 형제들과 사촌들이 어울려 달리기도 하고 숨바꼭질도 했던 기억이 있다. 지금은 문화재청의 엄격한 관리 하에 접근을 불허하는 여러 가지 울타리들에 꽁꽁 둘러싸여 있다. 그만큼 우리는 역사의 가치와 문화의 소중함 그리고 자연의 위대함을 더디게 깨달은 면을 인정해야 한다.

유네스코가 남한산성, 석굴암과 불국사, 안동 하회마을, 백제역사유적지구 등을 ‘유네스코 세계유산’으로 등재하면서 많은 지자체에서 유네스코 세계유산 등재에 대해서 관심을 가지고 있다. 일단 등재가 되면 그것을 바탕으로 해당 지역의 관광 상품으로 개발하여 지역경제 활성화에 큰 도움이 됨과 동시에 지역민들의 자기 지역에 대한 애정과 자부심도 자연스럽게 커진다.

다소 늦은 감이 있지만 대구시도 현재 달성토성·경상감영 등을 유네스코 등재하고자 준비 중이다. 달성공원 동물원이 대구대공원으로 이전하면서 달성토성 복원과 함께 경상감영 복원사업이 빠르게 추진 중이며 복원이 모두 마무리되면 경상감영과 지난 1909년 전국을 순회한 순종황제가 두 차례 경부선 열차로 대구를 방문한 걸 기념하는 길인 순종황제 어가길, 달성토성으로 연결되는 역사관광벨트가 조성될 것이다.

타지 사람들에게 대구를 물어보면 사과, 섬유, 소비, 무더위 등의 대표적인 이미지를 이야기한다. 좀처럼 대구가 가진 역사적 가치와 매력에 대해서는 언급하지 않는다. 사실 나 역시도 달성공원동물원으로만 알고 있던 달성이라는 단어가 그 시작이 원래 대구의 옛 부족국가였던 달구벌의 토성 ‘달성’은 사적 제 62호로 우리나라 성곽 발달 사상 가장 이른 시기에 축성된 성곽으로 ‘달성공원’이라는 이름도 바로 그 토성에서 유래한 것을 전혀 몰랐다. 나부터 반성해야 하는 것도 맞지만 어찌 보면 대구시가 그만큼 이렇게 근사한 대구의 역사를 시민들에게 심어주는 일에 조금 소홀했던 것은 아닐까 하는 생각도 든다. 많은 젊은 층은 대구에 대한 자부심과 애정이 예전 우리 세대에 비해 부족하다. 서울에 대한 막연한 동경이 어우러진 것도 있지만 무조건 서울과 수도권을 지향하는 것에는 많은 이유가 있을 것인데 그 한 원인은 분명 역사지식 부재로 인한 내 고향에 대한 자부심이 부족한 것도 한 이유라고 생각한다. 그저 일자리를 찾고 기회를 얻기 위해 비록 몸은 서울로 가더라도 대구를 사랑하고 대구를 자랑스러워하는 마음을 지금의 대구 청소년과 대학생들이 가졌으면 한다. 이 시발점을 대구역사관광지조성으로 시작하는 것, 진정 멋지고 가슴 뜨거운 일이지 아니한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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